이지영 디지털팀장
영남일보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피지컬 AI 해커톤을 연다. 올해는 대구시와 함께 준비했다. 대회 이름은 PAC 2026(Physical AI Challenge)이다.
시작은 지난해 허깅페이스 르로봇 해커톤이었다. 전 세계에서 동시에 열린 대회로, 국내에서는 서울과 대구에서 오프라인 행사가 열렸다. 대구에서는 12개 팀 40여 명이 참가했다. 규모는 작았지만 분위기는 달랐다. 당시 대회에는 로봇을 전공한 학생도, 비전공자도 있었지만, 모두 로봇에 진심이었다. 이들은 밤을 새워 데이터를 다시 모으고 코드를 고쳤다.
두 번째 대회는 방향을 바꿨다. 올해는 로봇이 필요한 현장의 문제를 직접 풀기로 했다.
대구경북에는 제조기업이 많다. 생산현장에는 아직 사람 손에 의존하는 공정이 적지 않다. 자동화가 필요해도 중소기업이 로봇과 AI 기술을 직접 개발해 적용하기는 어렵다. 자금도, 전문인력도 부족하다. 그래서 기업에 직접 물었다. 현장에서 무엇이 가장 불편한지, 로봇과 AI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무엇인지.
안동청과와 효림엑스이, 에코프로비엠과 대구의 대표 로봇기업인 HD현대로보틱스가 문제를 냈다. 안동청과는 사과 선별과 적재, 효림엑스이는 사람 손으로 하던 공정의 자동화, 에코프로비엠은 초미세 분말 포장 공정 개선을 과제로 내놨다. HD현대로보틱스는 적재, 표면가공, 용접정보 인식, AI 기반 로봇제어 등 4개 과제를 제시했다.
단 이틀 만에 완성된 답이 나오지는 않는다. 당장 공장에 들일 기술이 나올지도 알 수 없다. 다만 이번 대회가 노리는 것은 복잡한 현장 문제를 AI와 로봇이 풀 수 있는 문제로 바꾸고, 가능한 해법을 찾는 일이다.
참가 열기는 예상보다 컸다. 50개 팀 모집에 147개 팀 531명이 지원했다. 지역 대학은 물론 서울대, 연세대, KAIST, POSTECH 학생과 연구자, 기업 재직자, 고등학생까지 신청서를 냈다. 이들이 머지않아 지역 제조현장에서 로봇과 AI를 다룰 인재가 되리라는 데 의심이 없다.
대회 첫날에는 UCLA 로멜라(RoMeLa) 연구소를 이끄는 데니스 홍 교수가 참가자들 앞에서 특별강연을 한다.
글로벌 AI 기업 앤트로픽도 후원사로 참여한다. 참가자 전원에게 1인당 500달러 상당의 API 크레딧을 지원한다. 확인한 범위에서 앤트로픽이 국내 지자체 주최 행사에 후원사로 이름을 올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앤트로픽은 올해 서울사무소를 열었다. 대구시가 국내 지자체 가운데 처음으로 앤트로픽과 접점을 만들었다.
대구경북은 최근 로봇 분야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로 지정됐다. 대구시는 피지컬 AI를 차세대 전략산업으로 키우겠다고 밝혔다. 정책과 기업, 인재가 이번 대회에서 처음 한자리에 모였다.
대회 하나가 산업을 바꾸지는 않는다. 147개 팀의 아이디어가 모두 사업화될 수도 없다. 해커톤의 성과가 수상팀 발표로 끝나서는 안 된다. 기업이 낸 문제의 해법은 다시 공장에서 검증받아야 한다.
그러려면 대회에서 나온 해법을 실증 사업으로 연결해야 한다. 앤트로픽과의 인연도 행사 후원에서 멈추면 안 된다. 제조업 AI 전환과 기업 실증 협력으로 이어가는 일은 대구시가 직접 나서야 가능하다.
로봇 특화단지 지정과 피지컬 AI 육성은 대구시가 내건 목표다. PAC 2026은 그 목표를 지역 기업의 실제 문제로 처음 시험한 대회다. 대회가 끝난 뒤 대구시가 무엇을 이어가느냐. 이번 대회의 평가는 거기에 달렸다.
이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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