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정비사업 95% 역외 건설사 ‘독식’ 이번엔 달라질까

  • 윤정혜
  • |
  • 입력 2026-10-09 23:45  |  수정 2026-10-09 23:59  |  발행일 2026-10-09
시공사 정해진 45곳 중 대구 건설사는 2곳
역외 건설사 대구 정비사업 쏠림 심각
용적률 인센티브·통합심의로 지역 건설사 지원

대구 재건축·재개발 정비사업 현황 전수 분석

8일 대구 수성구 만촌32구역에 재개발을 앞둔 노후 주택가가 인근 아파트 단지와 학교 운동장 사이에 자리하고 있다. 수성32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은 주민 이주를 마치고 지장물 정리와 철거를 준비하고 있으며, 2027년 상반기 본격적인 철거가 예정돼 있다. 이현덕기자

8일 대구 수성구 만촌32구역에 재개발을 앞둔 노후 주택가가 인근 아파트 단지와 학교 운동장 사이에 자리하고 있다. 수성32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은 주민 이주를 마치고 지장물 정리와 철거를 준비하고 있으며, 2027년 상반기 본격적인 철거가 예정돼 있다. 이현덕기자

대구시의 주택부동산 정책이 정비사업 활성화를 바탕으로 한 공급 정책으로 돌아섰다. 입주물량 급감 속 공급 부족이 길어지면 자칫 집값 급등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에 선제 대응하는 의미다. 3년8개월간 묶어뒀던 대구시 신규 주택건설사업 승인 보류를 이달부터 해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대구시는 정비사업 활성화를 통해 대구 시공사에서 전문건설업체까지 연결하는 지역 안 경제선순환을 유도할 수 있도록 용적률 인센티브와 인허가 기간 단축을 지원한다. 관심은 방향을 바꾼 대구 주택정책이 현장에서 얼마나 실효를 거두고 지역 경제에 기여하는지로 향한다.


◆역외 건설사, 정비사업 '독식'


영남일보는 대구 전체 정비사업을 파악하기 위해 대구시가 매월 공개하는 '대구 정비사업 추진현황'을 토대로 재건축·재개발사업지(소규모주택정비사업 및 가로주택정비사업 제외)를 전수 조사해 추진단계를 분석하고 시공사를 모두 분류했다.


추진현황에 등록된 재개발·재건축 사업지는 모두 188개소이며 시공사 선정을 마친 곳은 45개소로 확인됐다. 대구 건설사가 수주한 곳은 2곳, 5%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마저도 한 곳은 당초 코오롱글로벌이 수주했으나 조합과 공사비 협상 과정에서 해당 사업을 포기하면서 대구 건설사 <주>서한으로 바뀐 경우고, 또 다른 한 곳은 최근 기업회생신청 절차에 들어간 태왕이앤씨가 맡은 곳이다.


나머지는 외지 건설사들로 현대건설, GS건설, 롯데건설, 포스코이앤씨, 대우건설이 각각 5건 이상(컨소시엄 참여 포함) 수주했다. DL이앤씨와 코오롱글로벌, 아이에스동서, HDC현대산업개발도 3건씩 확보했다.


역외 건설사가 시공권을 쥔 대구 정비사업들은 원주민 이주·철거 후에도 장기 미착공 현장이 상당수로 확인됐다. 전수조사한 188곳 중 착공 단지는 4곳이며, 관리처분인가를 받고도 착공하지 못한 곳이 7곳에 달했다. 6곳은 관리처분 후 5년이 지난 곳들로 건축비 및 이주·금융비용 부담이 그만큼 커지고 있다는 의미다.


2020년 관리처분인가 후 원주민 이주를 마친 동구 신암동 재개발(코오롱글로벌)과 북구 팔달동 재건축(효성중공업)도 여전히 첫 삽을 뜨지 못했다. 팔달재건축조합 측은 "사업이 중단되면서 공사비와 금융비용이 불어나 조합원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밝히며 이르면 내년 착공을 목표로 시공사와 협의중이라고 밝혔다.


대구 정비사업을 외지 건설사가 독식하면서 부작용도 나오고 있다. '주택경기 침체-사업 중단-건축원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악순환 속 조합원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고 있다는 지점이다. 공사비 갈등으로 사업이 지체됐던 달서구 송현주공3단지 재건축정비사업조합의 경우 시공사와 오랜 갈등 끝에 2024년 당초 계약에서 약 50% 인상한 3.3㎡당 639만원으로 합의하면서 그해 연말 공사가 재개된 케이스다. 전용 84㎡ 면적의 조합원 평균 분담금은 3억9천만원이 됐다.


2019년 한화건설을 시공사로 정한 달서구 성당우방 재건축정비사업조합은 최근 대구 건설사로 시공사 교체 단계에 있다. 사업 재개를 바라는 조합과 달리 대구 주택시장 사업성이 낮다고 본 시공사 사이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결국 계약 해지에 이르렀다. 조합은 다음달 총회를 열고 우선협상대상자인 대구 건설사 서한으로 시공사로 변경할 예정이다.


김창식 성당우방 재건축정비사업조합장은 "올해 초부터 한화건설에 사업 추진을 건의했으나 대구 경기가 침체돼 (재개가) 어렵다는 답변만 받았다. 조합원들은 2019년부터 지금까지 마냥 기다리고 있다. 그 사이 집은 준공 41년이 되면서 더 노후돼 살기가 어려운 정도다. 더 이상 (사업을)지체할 수 없어 시공사와 계약해지를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대구 건설사도 시공 순위 50위에 들어갈 만큼 능력을 인정받지만 브랜드에서 밀린 게 사실이다. 사업이 지체되는 사이 대구 건설사를 보는 조합원 인식이 바뀌고 있어 (시공사 교체를)할 수 있었다"고 했다. 대구 건설사 HS화성은 2026년 시공능력평가 48위, 서한은 49위다.


◆미분양 물량 98%도 역외 건설사


건설 경기 침체 원인으로 지목된 미분양은 8월 말 기준 4천162호다. 대구 건설사 물량은 90호(약 2%)이고, 나머지 98%는 현대건설·대우건설·포스코이앤씨·롯데건설 등 역외 건설사 물량이다.


정비사업을 독식한 외지 건설사들은 호황기에 공급을 쏟아냈고, 이는 곧바로 미분양으로 남아 지역 경제에 부담을 전가하는 구조가 됐다. 2022년 9월부터 2024년 1월까지 대구는 미분양이 1만 호 넘게 쌓였고, 이 시기에 역외 건설사들은 대구 사업을 중단하고 철수한 뒤 수도권 등 다른 지역 현장으로 빠져나갔다. 대구 건설업체들은 외지 건설사가 남긴 후폭풍을 맞으며 중소 하도급 업체 줄도산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대구 시공능력 3위인 태왕이앤씨마저 기업회생절차를 밟는 상황에 몰렸다.


국토교통부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에 확인한 결과 올 들어 10월 8일 현재까지 일감 부족과 경기 침체로 폐업한 대구 전문건설업체만 58곳에 달했다. 2020년 47곳과 비교하면 23% 더 많은 수준이다. 대구 건설업은 지난해 -17.8% 성장률을 보였다. 대구 지역내총생산(GRDP) 성장률은 -1.3%로 건설업 부진이 대구 전체 GRDP 하락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더군다나 역외 건설사 중심의 정비사업은 지역 전문건설업체로 이어지는 하도급과 분양·광고·설계 등 전후방 효과도 제한될 수밖에 없다. 정수건 대한전문건설협회 대구시회 부회장은 "역외 건설사들은 협력업체를 데리고 와 대구 사업을 진행하기 때문에 현장이 있어도 지역 전문건설업체 일감으로 돌아가지 않는다"며 "대구 건설사가 수주하면 지역 업체에 고른 낙수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털어놨다.


◆대구형 통합심의 모델로 실효성 높여야


대구시는 지역 건설업체의 정비사업 참여를 높이기 위해 지역 하도급 참여 비율 인센티브 23%p에 지역업체 우대 20%p를 더한 최대 43%p 용적률 인센티브를 올해 도입했다. 대전은 28%p, 부산은 16%p 수준이다. 도시정비법상 용적률 완화는 지자체 권한으로, 법적 테두리 안에서 지역 건설사 참여와 하도급 비율을 높여 역외 건설사가 독식한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고 지역 경제 기여도를 높인다는 목적이다.


전문가들은 용적률 상향 정책이 실효성을 가지려면 사업기간 단축이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용적률을 올리면 정비계획 변경이 필요한데, 별도 심의를 거치면 사업이 1~2년 지체되고 그만큼 금융비용과 공사비가 늘기 때문이다.


윤철재 경북대 건축학부 교수는 "통합심의 대상을 어디까지 하는지, 기준을 어떻게 세우는지는 중요하다. 통합심의가 신속추진으로 연결할 수 있도록 계획안 수립 때 당위성과 기준을 세부적으로 정해야 한다"며 "서울은 통합심의에 중대변경사안 정비구역변경까지 포함한다. 대구도 정책 실효성을 높일 '대구형 신속통합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서울시의 경우 2024년부터 재건축·재개발 사업시행인가에 필요한 건축·경관·환경·교육 등 최대 9개 분야 심의를 한 번에 처리하는 통합심의를 시행 중에 있다. 특히 서울은 '정비계획 변경도 통합심의를 할 수 있다'고 정한 도시정비법상 특례 조항에 따라 통합심의 범위에 넣어 인허가 과정을 간소화했고, 부산도 '통합심의 패스트트랙'을 도입해 용적률 상향 등 정비계획 변경과 사업시행계획을 함께 처리한다.


서울시 박성운 통합심의팀장은 "도시정비법 개정에 앞서 통합심의 전담 조직을 신설하는 등 관련 준비를 일찍 하면서 법 개정과 동시에 (제도를)시행할 수 있게 됐다. 시책으로 9개 분야까지 통합심의 대상에 올려 사업기간을 평균 1년 이상 줄이는 효과를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공급 조절을 해온 대구시는 통합심의를 이제 추진키로 했다. 하지만 세부 기준은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 김병환 대구시 건축주택국장은 "사전 컨설팅 단계나 조합 임원 교육에서 지역 건설사 용적률 인센티브를 안내하고 인허가 기간도 단축해 정비시장에서 지역 건설사 몫이 늘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지원하겠다"고 하면서 "정비사업계획 변경을 포함해 통합심의 세부 지침은 이달 안에 수립해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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