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내 돈 어디 맡기나”…AI해킹 포비아에 ‘개인금고’ 찾는 시민들 부쩍 늘어

  • 구경모(대구)·동경민·안성태·김민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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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10-09 11:53  |  발행일 2026-10-09
해킹에 속수무책 금융 불신 확산
개인정보뿐 아니라 예금 잃을 수 있다는 두려움도
골드바 구매 등 실물자산 관심 이어져
전문가 “기술 발전 못 따라간 보안·제도 문제”
대구 중구 종로의 한 금고 판매점에 다양한 크기의 금고가 전시돼 있다. 안성태 수습기자

대구 중구 종로의 한 금고 판매점에 다양한 크기의 금고가 전시돼 있다. 안성태 수습기자

지난 7일 오후 3시쯤 대구삼성창조캠퍼스(북구 침산동) 내 한 은행. 이날 대출 업무를 보러 온 김세은(여·23·경북 경산시)씨는 최근 안전하다고 믿었던 은행 등 금융권에서 AI해킹으로 개인정보가 속수무책으로 뚫리자, 불안한 마음에 청약통장에 넣어둔 돈부터 걱정했다. 김씨는 "청약통장에 큰돈이 들어가 있다 보니 혹시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가장 걱정된다"고 했다.


같은 날 서구 내당동 한 은행점포에서 만난 김채은(여·29·대구 북구)씨도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김씨는 "AI해킹 공격을 받은 은행이 한두 곳도 아닌데 돈을 다른 곳으로 옮긴다고 무조건 안전한 것도 아닌 것 같아 기분이 찝찝하다"며 개인정보 유출에 따른 보이스피싱 등 2차 피해를 우려했다.


최근 AI도구를 활용한 해킹으로 국내 금융기관의 고객개인정보가 털렸다는 소식이 연일 전해지자, 대구에서도 금융거래 안전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개인정보 유출은 물론 은행에 맡긴 예금의 안전까지 위협받는 게 아니냐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이에 일부에선 골드바를 구매하거나 이자가 안 붙더라도 일단 '내돈'을 지키고 보자는 심리에서 개인 금고 구매쪽으로 눈길을 돌리는 이들도 적잖다.


대구 중구 종로에서 금은방을 운영하는 김순자(여·70)씨는 은행에 돈을 맡기는 것에 불안을 느껴 예금을 인출한 뒤 골드바를 구매하는 고령층이 많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김씨는 "심지어 현금 8천만원을 들고 와 골드바를 사 간 손님도 있었다"며 "특히 70~80대 어르신 손님이 많이 찾고, 실제 골드바 구매자도 늘어난 편"이라고 했다. 이어 "현재 금융기간 예금 자산 대부분이 전산으로 관리되다 보니 AI 해킹에 대한 불안도 금 구매 확산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 것 같다. 아마 AI해킹에 금융기관이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것에 대한 우려가 클 것이다"고 했다.


현금이나 귀중품을 직접 보관하려는 금고 구매수요도 이어지고 있다. 서구 원대동에서 금고 판매점을 운영하는 김완수(71)씨는 "요즘 젊은 층부터 노년층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금고를 찾는다"며 "사실, 최근 몇년간 간간이 해킹피해가 있었던 탓에 중소형 개인금고가 한 달에 2~3대 정도 꾸준히 팔리고 있었다. 요 며칠째 금융기관 상당수가 해킹을 당하다 보니 그 흐름들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그는 젊은 고객은 매장에서 제품을 살펴본 뒤 주로 온라인으로 구매하는 것 같고, 고령층은 직접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고도 했다.


취재진이 확인한 결과, 대구역 인근에 있는 한 대형백화점(중구 태평로)에도 개인용 금고를 판매하고 있다. 다만 최근 3개월간 금고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해킹 사태 이후 판매가 급증한 건 아니다. 백화점 직원은 "개인정보 유출과 금융 보안에 대한 불안이 수년째 이어지다보니 귀중품을 직접 보관하려는 수요가 꾸준히 있는 것은 맞는 것 같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기술 발전 속도를 제도와 사회적 대응이 따라가지 못하면서 자산관리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영남대 허창덕 교수(사회학과)는 "AI 등 기술발전 속도를 법과 제도, 사회적 인식이 미처 따라가지 못하면서 격차가 발생한다"며 "기술 급변화에 대한 사회적 대응이 늦어질수록 해킹에 대한 공포도 커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반복되는 해킹 사고의 근본 원인을 정보보안 관련 투자와 인식 부족에서 찾는 시선도 있다. 경북대 조주은 교수(사회학과)는 "AI에 익숙한 사람들은 정보 유출 위험을 알면서도 편리성 때문에 기술을 사용하지만, 디지털 취약계층은 작동 원리를 이해하기 어려워 불안을 더 크게 느낄 수 있다"며 "기업의 보안 투자와 정부의 관리·감독을 강화해 개인정보 유출을 줄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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