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컬 窓] 소아청소년과를 없애 버릴 음모의 큰 그림(?)이 그려지고 있는가?

  • 김경호 대구시의사회 부회장·대경영상의학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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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10-15 10:18  |  발행일 2026-10-16
김경호 대구시의사회 부회장·대경영상의학과 원장

김경호 대구시의사회 부회장·대경영상의학과 원장

지난달 30일, 경기 남부의 한 병원 소아응급센터에 경찰의 압수수색이 집행되었다. 지난 8월, 이 병원 소아청소년과 진료 대기 중 갑작스러운 호흡곤란과 청색증이 발생하여 사망한 환아의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서였다. 의료진은 즉시 환아를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로 이송해 심폐소생술 등 최선의 응급처치를 다했지만, 환아는 끝내 숨을 거뒀다.


환자의 죽음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한창 진료가 이어지고 있는 소아응급센터 현장에 굳이 압수수색까지 집행한 것은 분명 무리수였다. 영장에 적시된 대상인 의사·간호사 당직표 등은 병원에 요청하면 받을 수 있는 자료이고 전자의무기록(EMR)은 작성·수정·조회 이력이 초 단위 로그로 영구 기록돼 사후 위조나 변조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수사에 협조해 온 병원에 영장을 앞세워 압수수색을 집행한 것은 법집행을 가장한 폭력에 다름 아니다. 이를 집행한 경찰과 영장을 허가해 준 법원은 소아 의료 체계를 파탄 낸 장본인임을 심각하게 깨달아야 할 것이다.


이는 2017년 이대목동병원 신생아중환자실 사건의 악몽을 고스란히 재현하고 있다. 감염 관리 시스템의 구조적 결함이라는 본질은 외면한 채, 검경과 사법 당국은 그 화살을 현장에서 밤을 새우며 환자를 지키던 의료진 개인에게 돌렸다. 도주와 증거 인멸의 우려가 없는 소아청소년과 의료진 3명에 대해 구속영장이 청구되었고 담당 판사는 이를 발부했다. 당시 의료진을 범죄자 취급하며 쇠사슬을 채운 장면은 전국의 의학도들과 젊은 의사들에게 깊은 절망과 공포를 안겨주었다. '최선을 다해 중환자를 살려도, 결과가 나쁘면 감옥에 갈 수 있다'라는 메시지는 젊은 의사들에게 필수의료 이탈이라는 명확한 신호를 보냈다. 그 결과는 참담했다. 사건 이후 100%에 이르던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율은 수년 만에 10~20%대라는 사상 초유의 기형적 폭락을 기록했다. 소아과 전공의가 사라지면서 지방 응급실과 소아 입원 병동은 연쇄적으로 문을 닫았고, 오늘날 어린아이를 가진 부모들이 새벽부터 병원 문 앞에 줄을 서야 하는 '소아과 오픈런' 파국이 완성되었다. 한 번의 경솔한 법 집행이 국가 필수의료 체계를 파탄으로 몰아넣은 것이다.


이후 소아의료 재건에 국가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그 성과는 미미하다. 2026년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율은 13%에 불과했고, 전국 61개 수련병원 중 52곳(85.2%)에는 지원이 아예 없었다. 꺼져가는 소아 의료의 불꽃을 살리기 위해 발버둥 치고 있는데, 경찰과 법원의 일부 담당자들이 시원하게 찬물을 끼얹은 것이다.


불가피한 의료 사고에 상존하는 과도한 사법리스크를 방치한 채 현장 의료진에게만 십자가를 지우는 행태는, 궁극적으로 의료 시스템의 완전한 파산을 초래할 것이다. 필수의료를 살리기 위한 최우선 과제는 고의성이 없는 불가피한 의료사고에 대한 과도한 사법리스크를 완화하고, 국가가 의료진을 보호하는 제도적 장치 마련이다. 수사의 목적은 누군가를 처벌하는 마녀사냥이 아니라 철저한 원인 규명과 재발 방지여야 한다.


이번 사건이 소아청소년과를 없애 버리겠다는 음모의 큰 그림(?)이 아니라면, 당장 이 황당하고 몰상식한 법집행은 중단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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