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철강산업의 불황과 중국발 저가 공세, 보호무역주의 확산 등 대내외 경영환경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포스코 노사 갈등마저 장기화하는 것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그래픽=ChatGPT.
포스코 노사가 임금협상을 둘러싼 장기간의 대립을 끝내고 조속히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글로벌 철강산업의 불황과 중국발 저가 공세, 보호무역주의 확산 등 대내외 경영환경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노사 갈등마저 장기화하는 것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포스코 노사는 지난 7일과 8일, 13일 세 차례 실무교섭을 진행한 데 이어 14일 오후 본교섭을 재개했다. 지난 9월 노조의 두 차례 부분파업 이후 한 달가량 중단됐던 본교섭이 다시 열리는 것으로, 김성호 위원장이 3연임을 확정한 새 집행부 체제에서 열리는 본격 협상이다.
양측의 간극은 여전히 컸다. 노조는 기본급 7.1% 인상과 기본급 600% 수준의 격려금, 우리사주 50주, 명절 상여금 200% 등을 요구하고 있다. 회사는 기본급 2% 인상과 일시금 400만원 지급, 근속 기념 축하금 인상 범위 확대 등을 제시한 상태다.
회사는 경영 여건이 비상 상황이라는 입장이다. 상반기 영업이익이 2025년 대비 43% 감소했고, 노조 요구안은 지난해 요구안의 2배 수준인 약 1조4천억원 규모로 2024년 전체 영업이익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이는 지난해 영업이익 1조8천억원의 약 80%에 해당한다. 임원들이 급여의 10~20%를 반납하고 전 임직원이 철강위기 극복에 나선 만큼 무리한 요구는 수용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다만, 포스코 측은 "노사상생 이념을 바탕으로 노조와 지속 소통해 조속하고 원활하게 교섭을 타결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노동자 역시 기업 성과에 걸맞은 정당한 보상과 안정적인 근로환경을 요구할 권리가 있다. 노조 측도 이번 협상의 성패가 지역경제와 직결된다고 강조한다. 포스코노조 관계자는 "이번 협상이 잘 마무리돼야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큰 도움이 된다"며 "지금의 구조에서는 포항과 광양에서 벌어들인 돈이 포스코홀딩스로 흡수되는 꼴인 만큼, 지역에 뿌리내린 노동자의 몫이 제대로 보장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진정으로 포항이 살길은 이번 협상을 원만하게 해결하는 데 있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양측 주장이 평행선을 달리는 동안 갈등의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난다는 점이다. 교섭이 길어질수록 생산과 경영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대외 신뢰와 경쟁력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철강산업은 설비 투자와 기술 개발, 탄소중립을 위한 생산체계 전환이라는 과제도 안고 있다. 내부 갈등에 쓸 시간과 역량을 산업 경쟁력 강화에 쏟아야 할 시기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지역사회의 우려는 더 크다. 포항제철소는 포항 경제의 핵심 축으로, 협력업체와 지역 상권의 생계와 맞닿아 있다. 주지홍 포항상공회의소 부회장은 "포스코 임금교섭이 장기화되면 협력업체와 소상공인, 주민 등 지역사회가 모두 어려워진다"며 "노사가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지혜를 모아 원만한 합의점을 찾아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포항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윤정(50)씨는 "포스코와 협력업체 직원들이 주 고객인데 최근 회식이나 모임이 눈에 띄게 줄어 버티기 어렵다"며 "교섭 장기화와 파업으로 손님까지 끊기면 생계를 이어가기 힘든 상황에 놓일 수 있다"고 토로했다.
특히, 포스코가 오랜 기간 축적해 온 노사 협력의 전통과 산업적 위상도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 올해 노사 갈등은 이미 부분파업으로 이어졌다. 지금 필요한 것은 대립의 수위를 높이는 일이 아니라 대화의 실효성을 높이고 신뢰를 회복하는 일이다. 노사 모두 자신들의 요구와 주장을 관철하는 데만 매달린다면 교섭은 더 길어지고, 그 부담은 결국 노동자와 회사, 지역사회에 돌아갈 수밖에 없다.
김기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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