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수성구 중동에 위치한 JS소아청소년과의원 김준식 원장이 발달에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에 대한 남다른 관심과 애정을 말하고 있다. 이효설기자
2009년, 계명대 동산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로 재직하던 김준식 원장은 독일 뮌헨, 프랑크푸르트, 에르푸르트에서 1년간 연수했다. 그곳에서 만난 사회소아과센터(SPZ)는 의사와 심리사, 치료사들이 협력하여 발달에 어려움이 있는 아이들을 진료하고, 가족과 생활환경까지 살피는 의료체계였다.
당시 김 원장을 초청한 테오도르 헬브뤼게 박사는 대학 교수직을 떠나 장애아동과 가족을 위한 의료에 헌신했다. 단 한 명의 아이, 한 가정이라도 자신의 노력으로 행복해질 수 있다면 교수직을 떠난 보람이 있다는 그의 말은 오래도록 김 원장의 마음에 남았다.
귀국 후 김 원장은 동산병원에 발달센터를 설립하고자 했다. 독일 SPZ 관계자들도 한국을 방문해 심포지엄을 열고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그러나 건강보험과 의료기관 운영체계의 제약으로 2022년 정년퇴임할 때까지 계획은 실현되지 못했다.
정년을 몇 년 앞두고 아내는 평소 말수가 적은 남편이 발달에 어려움이 있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할 때면 유난히 얼굴이 밝아진다며, 퇴임 후에도 정말 좋아하는 일을 계속해 보라고 격려했다. 소아과 의사였던 장인의 삶 역시 김 원장이 소아청소년과를 전공하는 데 큰 영향을 줬다.
2022년 김 원장은 대구 수성구에 JS소아청소년과의원과 발달센터를 열었다. 대학병원에서 33년간 쌓은 소아신경학 전문성을 지역사회에서 실천하기 위한 새로운 출발이었다.
이곳에서는 발달지연, 자폐스펙트럼장애, ADHD, 틱장애, 뇌전증 등을 진료한다. 발달·인지·언어·심리검사와 뇌파검사 등을 통해 아이를 종합적으로 평가하고, 병설 발달센터에서 언어치료, 감각통합치료, 인지치료, 행동중재 등을 연계한다.
김 원장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진단명보다 아이가 왜 어려움을 겪는지 이해하는 일이다. 2023년 태어난 한 남아가 이름을 불러도 반응이 적고 상호작용이 부족해 자폐스펙트럼장애가 의심되어 내원했다. 생후 약 20개월에 시행한 검사에서는 인지와 언어, 사회정서 발달에 뚜렷한 지연이 확인되었다. 언어발달은 11개월 수준이었다.
의료진은 놀이를 통한 상호작용 증진과 감각통합치료를 시작했다. 치료 과정에서 작업치료사는 아이가 고개를 한쪽으로 기울이는 모습을 발견했다. 안과 진료 결과 시각기능의 문제가 확인되었고, 가림치료를 병행하면서 시각적 반응도 좋아졌다.
지속적인 발달중재와 부모의 노력으로 아이의 언어와 사회적 상호작용은 크게 향상되었다. 현재는 집중적인 발달치료의 종료를 논의할 정도로 성장했으며, 간헐적 사시에 대해서는 전문 안과에서 수술을 계획하고 있다.
이 사례는 발달에 어려움이 있는 아이를 하나의 진단명으로 판단하지 않고, 의료진과 치료사가 함께 관찰하며 필요한 전문 진료로 연결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준다.
김 원장은 독일에서 배운 경험과 지역사회에서의 실천을 바탕으로 의료·치료·교육·복지가 협력하는 '한국형 SPZ'를 구상하고 있다. 그는 "한 가정이 조금이라도 더 행복해진다면 이 일을 계속하고 싶다"면서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한 번의 진단이 아니라 성장의 시간을 함께하는 의료"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효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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