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현장에서 로봇수술과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 기반 의료기술의 활용이 확대되고 있다. 수술 로봇을 이용한 최소침습 수술부터 AI 기반 의료영상 처리, 디지털치료기기 개발까지 의료기술의 적용 범위도 넓어지고 있다.
대구·경북 지역 병원들도 로봇수술 경험을 축적하고 첨단 장비를 도입하며 수술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한 디지털헬스케어 의료기기의 실증 지원 사업도 추진되고 있다. 주요 병원의 수술 실적과 장비 도입 사례를 통해 지역 첨단 의료기술의 현주소를 살펴본다.
◆ 분당차병원의 순수 단일공 전립선암 로봇수술
차 의과학대 분당차병원 비뇨의학과 박동수 교수팀은 최근 보조 절개창 없이 배꼽 아래 약 3.5㎝ 크기의 절개창 하나만으로 전립선 전적출술을 시행했다고 밝혔다. 병원 측은 이를 국내 최초의 순수 단일공 로봇 전립선 전적출술(Pure Single Port Robotic Radical Prostatectomy) 사례로 소개했다.
기존 로봇 전립선암 수술은 여러 개의 절개창을 이용하거나, 단일공 로봇수술에서도 기구 조작과 보조 작업을 위해 별도의 절개창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시행되기도 한다. 이번 수술은 보조 절개창까지 생략했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전립선암 수술은 암 조직을 제거하는 동시에 배뇨 기능과 성 기능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야 하는 고난도 수술이다. 절개 부위를 줄이는 접근법은 수술 후 통증과 흉터 부담을 줄이기 위한 시도다. 다만 기존 수술과 비교한 회복 속도나 기능 보존 효과는 별도의 임상 자료를 통해 확인해야 한다.
◆ 대구·경북 병원들의 로봇수술 성과와 장비 도입
지역 의료기관들도 로봇수술 시스템 도입을 통해 첨단 의료 활용에 앞장서고 있다.
계명대 동산병원은 지난 9월 비수도권 병원 최초로 누적 로봇수술 1만례를 달성했다. 병원 측이 9월 발표한 누적 수술 건수는 1만64례다. 동산병원은 2011년 6월 다빈치 Si를 도입해 로봇수술을 시작했으며, 병원 발표에 따르면 2016년 자궁내막암과 직장암 단일공 로봇수술을 세계 최초로 시행했다. 단일공 로봇수술기인 다빈치 SP의 사용률은 전국 3위로 집계됐다.
영남대병원은 2013년 다빈치 Si를 도입한 데 이어 2019년 12월 다빈치 X를 도입했고, 2021년 11월 단일공 로봇수술 시스템인 다빈치 SP를 추가했다. 2023년 3월에는 다빈치 SP를 이용해 양측 신장암 동시 부분 신장절제술을 시행했다. 해당 사례는 2024년 1월 국제 색인 학술지인 'Journal of Yeungnam Medical Science'에 게재됐다. 한 번의 마취로 양쪽 신장 종양을 부분 절제한 사례로, 신장 기능을 보존하면서 양측 병변을 치료하는 수술 접근법을 제시했다.
이 병원은 지난 7월 필립스의 스펙트럴 CT 7500을 도입했다. 해당 장비에는 AI 기반 영상 재구성 기술인 '프리사이즈 이미지(Precise Image)'가 탑재됐다. 병원은 필립스코리아와 업무협약을 맺고 저선량 CT 검사 프로토콜 구축과 공동 임상 연구를 추진하기로 했다. 이 기술은 영상 품질을 유지하면서 방사선 노출을 줄이는 검사 환경을 마련하는 데 목적이 있다.
대구가톨릭대병원은 지난해 10월 다빈치 Xi 로봇수술 누적 1천례를 달성했다. 병원은 2020년 로봇수술센터를 개소하고 같은 해 말 첫 수술을 시행했다. 1천례 달성 당시 비뇨의학과, 부인과, 이비인후과, 외과, 흉부외과, 성형외과 등 6개 진료과에서 로봇수술을 시행했다.
대구파티마병원은 지난해 7월 다빈치 5 로봇수술 시스템을 도입했다고 밝혔다. 병원은 약 11개월간 진행한 수술실 리모델링을 마무리하고 총 17개 규모의 첨단 수술실 구축을 완료했다. 음압수술실과 차폐수술실 등을 갖춰 감염관리와 수술 환경을 개선했다. 다빈치 5는 고해상도 3차원 영상과 수술 기구에 전달되는 힘을 감지하는 포스 피드백 기능 등을 갖춘 시스템이다.
◆ 소프트웨어 기반 치료의 확장…디지털치료기기의 가능성과 과제
첨단 의료기술은 수술 장비뿐 아니라 소프트웨어 기반 치료 분야로도 확장되고 있다. 디지털치료기기는 의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소프트웨어를 통해 치료적 개입을 제공하는 의료기기다. 기존 치료를 보완하거나 특정 질환의 관리와 치료를 지원할 수 있지만, 실제 활용 범위는 임상 근거와 인허가 상태에 따라 달라진다.
부광약품·삼성서울병원·블루시그넘은 조현병 환자의 사회인지기능 개선을 목표로 하는 소프트웨어 의료기기 '어펙터스'(Affectus)의 공동 개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부광약품이 최근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세 기관은 임상 개발, 제품 고도화, 인허가 및 사업화 등을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불면증 인지행동치료를 모바일 앱으로 구현한 디지털치료기기다. 에임메드의 '솜즈(Somzz)'는 2023년초 국내 최초로 식품의약품안전처 품목허가를 받았고, 웰트가 개발한 'WELT-I'는 같은 해 4월 국내 두 번째 디지털치료기기로 허가됐다. WELT-I는 이후 '슬립큐(SleepQ)'라는 제품명으로 소개되고 있다.
두 제품은 환자가 입력한 수면일기 등의 정보를 활용해 수면 습관을 점검하고, 취침시간 조절과 행동 교정, 이완요법 등을 포함한 불면증 인지행동치료 프로그램을 제공하도록 설계됐다. 약물 이외의 치료 선택지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 첨단 장비 도입에서 임상 성과 검증으로
대구·경북 지역 병원들의 로봇수술 실적과 첨단 장비 도입은 지역 의료 현장에서 새로운 기술의 활용이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AI 기반 영상 처리 기술과 디지털치료기기 역시 진단과 치료를 지원하는 수단으로 활용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그러나 장비 보유 대수나 누적 수술 건수만으로 수도권과 지역의 의료 수준을 직접 비교하거나, 지방 환자의 수도권 원정 진료가 감소했다고 결론 내리기는 어렵다. 의료 접근성과 치료 성과를 평가하려면 질환별 수술 결과, 합병증 발생률, 재입원율, 기능 회복, 환자 만족도, 지역 간 환자 이동 통계 등 객관적인 자료가 뒷받침돼야 한다.
첨단 의료기술의 가치는 장비 도입 자체보다 실제 환자에게 얼마나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적용되는지에 달려 있다. 병원별 수술 실적과 기술 도입 현황뿐 아니라 임상 결과와 환자 편익에 관한 자료를 축적하고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 지역 의료의 신뢰를 높이는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이효설
의료 분야를 취재하고 있습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문경오미자 하프마라톤대회]가을 문경 달린 3천여 명…오미자마라톤 첫 대회부터 ‘흥행’](https://www.yeongnam.com/mnt/webdata/content/202610/5_26.10_.15_오미자_하프마라톤_썸네일_출력본2_.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