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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성 12경, 색다른 매력에 빠지다]
[달성 12경, 색다른 매력에 빠지다] (10·끝) 시리즈를 마치며…김문오 대구 달성군수 인터뷰
대구 달성의 대표적인 명승지를 조명한 '달성 12경, 색다른 매력에 빠지다' 시리즈가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이번 시리즈는 옥포 벚꽃길부터 도동서원, 디아크 등 달성의 주요 관광지를 직접 둘러보며 각 공간의 매력을 보다 생동감 있게 소개했다. 또 명소별 유래와 역사, 숨은 이야기에 대해서도 다뤘다. 연재를 마무리하며 달성이 문화·관광도시로 자리매김하는 데 큰 공헌을 한 김문오 군수와 만나 그동안의 소회에 대해 들어봤다.▶이번 시리즈를 간략하게 평가한다면."달성군은 자연과 전통, 예술이 공존하는 고장이다. 팔공산과 함께 대구를 대표하는 명산인 비슬산에서는 봄이면 참꽃을 테마로 다채로운 체험 행사가 펼쳐진다. 또 같은 집안 아홉 대소가(大小家)만으로 한마을을 이룬 인흥마을 남평문씨 본리세거지는 반듯한 흙 돌담길이 인상적이다. 1970년대 정겨운 농촌의 풍경을 벽화로 꾸며 놓은 마비정마을은 사진 찍기에도 좋다. 독특한 외관이 눈에 띄는 디아크는 그 자체가 예술품이자 다양한 작품을 만날 수 있는 전시공간이다. 송해공원은 연간 관광객 100만명이 찾는 대구 핫 플레이스로 떠올랐다. 이번 시리즈는 이러한 지역 문화·관광 자산을 널리 알리고 부각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본다."▶12년간 지역 발전을 위해 어떤 점을 가장 염두에 뒀나."21세기는 문화의 시대이자 감성이 지배하는 시대다. 한 도시의 경쟁력과 미래를 좌우하는 힘 또한 문화에서 나온다.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하는 문화가 일상이 될 때 우리의 미래는 밝아진다. 때문에 재임 기간 지역민의 문화 향유 기반을 넓히고, 예술 활동을 지원하는 데 행정력을 집중했다. 또 다양한 관광 콘텐츠를 개발함으로써 지역 문화를 더욱 살찌우고, 달성만의 특색있는 문화적 잠재력을 키우려 했다. 일제강점기 때 강제 폐사된 비슬산 대견사 중창 사업부터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도동서원 △언택트 관광지 100선에 뽑힌 송해공원과 사문진주막촌 △달성이 국내 최초 피아노 유입지라는 역사적 사실에 기반해 콘텐츠로 만든 100대 피아노 콘서트 △지역 대표 미술 축제로 성장한 달성 대구현대미술제 △지난 3월 기공식을 갖고 본격적인 공사에 들어간 전국 최초 공립 화석전문박물관에 이르기까지 달성은 명실상부 대한민국 대표 문화·관광 도시의 면모를 갖춰나가고 있다."송해공원 年 70만~80만명 발길전국적 '핫플레이스'로 떠올라천혜자연 비슬산과 옥포 벚꽃길 도동서원·디아크·벽화마을…풍부한 문화자원에 스토리 입혀 다양한 콘텐츠 개발 속속 성과 ▶추진한 사업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사업을 꼽는다면."얼마 전 별세한 국민MC 송해 선생의 이름을 딴 공원이 달성에 있다. 송해 선생과의 인연은 2010년 9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전국노래자랑 '달성군 편' 녹화가 있던 날 선생의 처가가 옥포읍 기세리라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됐고, 이를 계기로 송해 선생을 달성군 명예 군민에 이어 홍보대사로 위촉했다. 또 매년 열리는 참꽃문화제에 사회자로 초청하면서 송해 선생과의 인연을 이어왔다. 돌아가시고 난 뒤 고인의 유해도 부인 고(故) 석옥이 여사 곁에 안치됐다. 송해공원 조성계획을 수립할 당시엔 어려움이 많았다. 사람들이 잘 찾지 않는 저수지를 공원으로 개발한다고 하니 회의적이거나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꽤 있었다. 하지만 송해라는 브랜드의 가치와 셀럽 마케팅을 통해 반드시 성공하리라는 확신을 하고 옥연지 일원(4만7천300㎡) 개발에 나섰다. 둘레길과 백세교, 백세정, 수상 보름달, 음악 조명 분수, 다채로운 야간 경관조명 등을 설치하고 지난해에는 송해 기념관까지 문을 열었다. 그 결과 송해공원은 2018년 대한민국 관광명소로, 2020년에는 한국관광공사 '언택트 관광 100선'에 지정되는 등 매년 70만~80만명이 찾는 전국적인 핫 플레이스로 떠올라 지역 경제에 큰 활력을 주고 있다. 문화·관광은 이제 달성의 브랜드 가치이자 위상이다. 달성의 천혜 자연 환경과 문화자원에 스토리를 입혀 다양한 콘텐츠를 개발하기 위해 12년간 체계적이고 과감한 정책을 추진해왔던 것이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는 것 같아 큰 보람을 느낀다."▶반대로 아쉬움이 남는 사업은 어떤 것이 있나."대구시 신청사 유치 실패와 비슬산 참꽃 케이블카 설치의 환경청 반려는 아쉬운 부분 중 하나다. 하지만 신청사 유치 운동을 통해 얻은 것도 많다. 대구의 변방, 외곽이라는 선입견에도 불구하고 달성이 가진 입지적 장점과 미래 발전 계획을 널리 알리면서 지역에 대한 막연한 오해와 편견을 깨뜨리는 계기를 마련했다. 특히 문화·관광 중심 도시라는 자부심과 함께 대구 경제의 70%를 책임지고 있다는 사실이 달성인의 긍지와 자긍심을 일깨웠다. 최종 입지선정에서 아쉽게 고배를 마셨지만, 결과적으론 군민이 결집하고 화합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함과 동시에 달성의 위상을 드높이는 발판을 놓았다고 평가한다. 비슬산 참꽃 케이블카는 지금도 안타깝다. 비슬산 참꽃 케이블카는 무분별한 개발이 아닌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지속 가능한 보존과 발전을 위한 사업이다. 교통약자들의 환경평등권 실현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에 보다 다양한 방법이 있다는 것을 정부와 환경단체도 알아줬으면 한다. 환경청의 반려통지에도 불구하고 케이블카 설치에 대한 지역민과 사회단체의 열의가 여전히 뜨거운 만큼 장기적 관점에서 지속해서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12년 전 존재감 없던 달성군인구 30만·관광객 1천만 눈앞 7개 産團 2천여 기업 뿌리내려 대구경제 70% 책임지는 버팀목그동안 군청 직원들 많은 고생 군민 덕분에 성과와 보람 느껴 ▶12년 전 달성과 지금의 달성군, 어떤 변화가 있었나."별다른 존재감이 없던 달성은 이제 누구나 인정할 수밖에 없는 대구의 중심도시로 당당히 자리매김했다. 2010년 인구 17만명에서 현재 27만명에 이른다. 30만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전국적인 인구 절벽의 위기 속에서 조출생률 전국 2위, 합계 출산율 전국 15위를 기록하며 대구를 지탱하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는 셈이다. 또한 대구 산업단지 21개 중 7개 총 2천여 개의 기업체가 달성에 뿌리를 내리고 지역 산업경제의 70%를 담당하는 중심축으로 거듭나고 있다. 2020년에는 개청 이래 처음이자 전국 82개 군 단위 지자체 중 유일하게 예산 1조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더욱이 10년 전 180여만 명에 불과하던 관광객 수는 이제 관광객 1천만명 시대를 목전에 두고 있다. 전국 최고의 문화·관광도시라는 위상은 달성의 가장 큰 자부심이 됐다."▶군청 직원과 군민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달성의 변화상을 놓고 '상전벽해' '천지개벽', 이런 얘기들을 많이 하는데, 군수가 잘해서 이뤄진 게 아니다. 가장 고생한 이들은 다름 아닌 군청 직원들이다. 많이 채찍질하고 나무라기도 했지만 늘 마음으로는 안쓰러우면서 고마웠다. 지금 생각해 보니 감사 표현을 못 했던 게 굉장히 미안하다. 1천여 명 공직자 동료 모두 정말 고생 많이 했다. 때때로 질책하고 나무란 것은 일머리를 틀어주는 역할을 했다고 생각해주면 더는 바랄 것이 없다. 마지막으로 그동안의 성과와 보람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역시 지역민 덕분이다. 27만 군민 여러분은 달성의 주인이다. 앞으로도 계속될 달성의 위대한 성장과 발전에 군민 여러분이 변함없이 함께 해주길 바란다." 대담=전영 영남일보 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장 정리=박종진기자 pjj@yeongnam.com 강승규기자 kang@yeongnam.com 사진=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 공동기획 : 달성문화재단김문오 달성군수가 지난 12년간 지역 발전을 위해 추진한 문화관광 사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영남일보가 3월28일부터 9차례에 걸쳐 연재한 '달성 12경, 색다른 매력에 빠지다' 시리즈의 주요 지면들.
2022.06.16
[달성 12경, 색다른 매력에 빠지다] (9) 대구 식수원·휴식처 '가창댐'…푸른 물빛, 녹색 숲이 빚어내는 평온함
비슬산 천왕봉 북동쪽 비탈에서 시작된 물줄기가 거침없이 북동진한다. 대구 달성군 가창면 정대숲 부근에 이른 물줄기는 네 개의 지류와 만나 몸집을 더욱 키운다. 정대리와 오리를 가로지른 물줄기는 사방산에 이르러 커다란 구조물에 가로막힌다. 비슬산맥(비슬산~청룡산~산성산)과 최정산괴(최정산~주암산) 사이 13㎞에 걸쳐 흘러 내려온 용계천을 멈춰 세운 것은 바로 가창댐이다. 1959년 8월 준공된 가창댐은 대구시민에게 안정된 수돗물을 공급하기 위해 세워졌다. 예전부터 가창 골짜기는 물 맑고 산세가 수려하기로 유명했다. 지금도 가창댐 부근은 아름다운 자연의 모습을 만끽할 수 있어 드라이브 코스로 각광 받고 있다. '달성 12경, 색다른 매력에 빠지다' 시리즈 9편에선 대구지역 식수원이자 휴식처인 가창댐을 소개한다.달달한 내음 날 것 같은 초입 찐빵길용계천·비슬산맥 조화 상수원 풍광댐 찾는 나들이객 기분 더 들뜨게 해자동차 드라이브 '가로수 터널' 백미자전거족은 '헐·몰·팔 라이딩' 즐겨갈림길서 꺾으면 운흥사·조길방고택◆대구지역 주요 상수원가창댐으로 향하는 길은 언제나 설렌다. 자전거나 오토바이를 타고 와도 즐겁고, 차량을 이용해도 마찬가지다. 용계천과 비슬산맥이 만들어내는 풍경을 오롯이 느끼며 드라이브할 생각에 기분이 들뜬다. 용계초등에 이르면 창밖으로 왠지 달달한 냄새가 날 것 같다. 길을 따라 늘어선 상가 앞에는 하얀 김이 쉴 새 없이 하늘로 오른다. 가창 모락모락찐빵길(가창교~용계교 450m 구간)로 접어든 것이다. 보이는 집마다 찐빵집이다. 가창찐빵손만두, 호찐빵 만두나라, 가창옛날찐빵, 옛날손찐빵만두, 고향찐빵만두, 소문난옛날손쌀찐빵만두 등 찐빵과 만두를 취급하는 음식점이 몰려있다. 가창 찐빵거리는 2000년대 초반 방송에 알려지면서 입소문이 난 뒤 전국적인 명소로 자리매김했다. 최근에는 주변 환경이 크게 개선돼 거리가 한결 산뜻해졌다. 불량 시설물 정비와 함께 전력·통신선도 걷어내고 상가 간판도 새로 꾸몄다.용계교를 지나 요양원 앞에서 우회전한다. 가창댐~헐티재로 이어지는 도로다. 곧 가창댐이 시야에 들어온다. 가창댐에는 나들이객을 위해 전망대와 데크길을 마련해 놨다. 전망대에 서자 바닥을 드러낸 가창댐의 모습이 애잔하다. 계속된 가뭄에 저수량이 크게 줄었다. 그래도 푸른 물빛과 녹색 숲이 빚어내는 평온함은 그대로다.가창댐은 대구의 주요 상수원 중 하나다. 유역 면적은 43㎢, 저수 면적은 0.67㎢에 이른다. 총저수량은 940만㎥, 유효 저수량은 891만㎥, 취수량은 일일 5만2천㎥가량이다. 가창댐 물은 수성구 일부 지역과 달성군 가창면 전역에 공급된다.◆봄에는 꽃대궐, 여름엔 나무그늘 터널용계천을 따라 데크길을 걸어본다. 숲과 물 내음을 머금은 공기가 폐 속 깊숙이 들어온다. 상쾌한 순간이다. 두 대의 자전거가 '씽'하고 지나간다. 가창댐부터 헐티재로 이어지는 도로는 나들이객뿐만 아니라 바이커(biker)에게도 각광 받는 곳이다. 자전거족은 가창면 소재지에서 출발해 헐티재, 청도 몰래길, 팔조령을 거쳐 다시 가창면 소재지로 돌아오는 '헐·몰·팔' 코스를 주로 이용한다. 60여㎞ 구간으로 가파른 오르막이 있어 난도가 높은 편이다. 특히 헐티재 도로는 폭이 좁아 주행하는 차량을 주의하며 라이딩을 즐겨야 한다.오토바이족은 헐티재를 넘어 창녕 비티재, 밀양 천왕재로 가거나 청도 운문댐으로 향한다. 운문댐과 천왕재는 굽이치는 고갯길이 많아 영남권 와인딩의 성지로 불린다. 때론 고령을 지나 합천호, 지리산, 가지산 방면으로 장거리 라이딩을 즐기기도 한다. 용계천을 바로 옆에 낀 도로는 자동차 드라이브 코스로도 제격이다. 적당한 굴곡으로 긴장감을 주고, 깊이가 느껴지는 싱그러운 바람은 활력을 준다. 싱그러운 숲과 각양각색의 꽃이 만들어내는 풍광을 천천히 눈에 담으며 힐링을 느끼면 된다. 속도를 낼 필요가 없다. 가창댐 드라이브 코스는 가로수 터널이 만들어내는 풍경이 백미다. 봄에는 벚나무가 꽃대궐을, 여름에는 느티나무가 시원한 그림자 터널을 만들어 낸다. 때론 벚나무와 느티나무, 소나무가 함께 팀을 이룬 구간도 나온다. 나뭇잎 사이로 햇살이 반짝이는 모습은 언제 봐도 참 영롱하다.◆물맛 좋은 천년고찰 운흥사오동1교를 지나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꺾으면 운흥사가 나온다. 운흥사는 신라 흥덕왕 때 운수스님이 창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관련 기록은 남아있지 않지만 창건 설화가 흥미롭다. 설화에 따르면 창건 당시 절 이름은 동림사였고, 최정산 정상부에 자리했다고 한다. 사람 왕래가 많은 곳에 위치해 주지가 조용한 곳으로 옮기려고 하자 한 노인이 나타나 절 앞 연못을 메우면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하지만 연못을 메우고 나니 절이 조용해지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신도의 발길이 끊기고 말았다. 이에 주지는 다시 절을 곡산(谷山)으로 옮겼으나 신도는 늘지 않았고, 다시 지금의 자리로 이전한 뒤 절 이름을 운흥사로 바꿨다. 이후 마치 구름이 일어나듯 신도가 몰려들어 절이 번창했다고 한다.1592년(선조 25) 임진왜란 때 사명 대사가 운흥사에서 승병 300여 명을 지휘해 왜적을 격퇴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온다. 운흥사는 최정산 중턱, 울창한 숲이 외호하는 자리에 다소곳이 틀어 앉아 있다. 도로가 잘 정비돼 있고 주차장도 널찍하다. 다만 자연의 풍광을 즐기며 걸을 수 있는 산책로가 없는 게 못내 아쉽다.정토교를 건너 운흥사로 들어서면 돌계단 위 두 그루의 벚나무가 눈길을 끈다. 높이 15m, 둘레 3.7m쯤 되는 수령 150년의 고목이다. 벚꽃이 만개할 무렵 다시 한번 찾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정면에는 대웅전이 위치한다. 정형적인 산지 가람이면서도 중정식 산지 가람 배치를 따르지 않았다. 대웅전을 중심으로 좌우에 종무소와 요사채가 대향한다. 대웅전은 정면 3칸, 측면 2칸의 아담한 규모다.통상 대웅전에는 석가모니불을 모시는데 운흥사는 독특하게 아미타 삼존불을 모신다. 조선 중기에 활동한 조각승 도우가 만든 운흥사 목조아미타여래삼존좌상은 보물로 지정돼 있다.대웅전 왼편에는 작은 연못과 샘터가 자리한다. 가창 일대는 대구에서 물이 가장 깨끗한 곳인 만큼 운흥사 샘물도 물맛 좋기로 정평이 나 있다고 한다. ◆대구에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초가헐티재 방향으로 대구미술광장에서 왼쪽 길로 접어들면 대구에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초가를 만날 수 있다. 국가민속문화재로 지정된 조길방고택이다. 길을 따라 올라가면 먼저 커다란 당산목이 방문객을 맞이한다. 한덤이(대암) 마을이란 이름에 걸맞게 주변 곳곳에 크고 작은 돌들이 눈에 띈다. 당산나무 아래에도 커다란 바위가 하나 서 있다. 유심히 살펴보면 바위에 새겨진 글자를 볼 수 있다. 대암동천(大巖洞天). 대구에서 유일하게 발견된 동천바위다. 옛 선비들은 팔경문화와 함께 구곡·동천문화를 즐겼다. 경치 좋은 곳을 특정해 그곳의 자연물에다 자신들의 철학을 덧입혀 공유하던 문화다. 단순히 관광·유람에 그치지 않고 시문학을 즐기며 서로의 사상과 학문을 나눈 것이다. 동천문화는 구곡·팔경 문화와 결이 다르다. 유교가 아닌 도교를 배경으로 한다. 또 동천문화는 철학이나 예술이 아닌 은거를 지향한다. 때문에 동천바위는 오지에서 주로 발견된다. 고택 아래 엄나무 한 그루가 눈에 띈다. 수령이 꽤 된 듯 굵은 몸집을 자랑한다. 가파른 오르막을 올라 고택으로 들어선다. 조길방고택은 조선시대에 지은 목조 가옥이다. 초가지만 안채·사랑채·아래채 등은 전통가옥의 구성을 모두 갖추고 있다. 안채는 축대 위에 서쪽을 향해 자리잡았고, 축대 앞 낮은 앞마당에는 좌우로 아래채와 사랑채가 마주한다. 아래채와 사랑채는 각각 3칸 규모인데 원래는 더 컸다고 한다. 조길방고택은 초가로는 보기 드문 오래된 건물로, 조선시대 수수한 옛집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 고택에서 나와 마을 아래를 내려다본다. 보이는 건 산과 골짜기뿐이다. 멀리 화마가 할퀴고 간 산자락의 모습이 애처롭다. 글=박종진기자 pjj@yeongnam.com 사진=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 자문=송은석 대구문화관광해설사공동기획 : 달성문화재단대구지역 주요 상수원 중 하나인 가창댐은 유역 면적 43㎢, 저수 면적 0.67㎢에 이른다. 가창댐에서 정수된 물은 수성구 일부 지역과 달성군 가창면 전역에 공급된다.가창댐에서 헐티재로 이어지는 드라이브 코스는 가로수 터널이 만들어내는 풍경이 아름답다.운흥사 대웅전 앞에는 보호수로 지정된 두 그루의 벚나무가 자태를 뽐내며 서있다.(위) 조선시대 지어진 조길방 고택은 안채·사랑채·아래채 등으로 구성돼 있다.운흥사 대웅전 앞에는 보호수로 지정된 두 그루의 벚나무가 자태를 뽐내며 서있다.(위) 조선시대 지어진 조길방 고택은 안채·사랑채·아래채 등으로 구성돼 있다.가창댐 주변으로 데크길이 조성돼 있어 가벼운 산책을 즐기기에도 좋다.
2022.06.09
[달성 12경, 색다른 매력에 빠지다] (8) 대구의 허파 달성습지, 520여종 생물 서식…신이 내린 생명의 땅
금호강이 낙동강으로 흘러든다. 두 강이 만나 유속이 줄고 물길이 바뀌면서 섬이 하나 생겨난다. 강물과 함께 떠내려온 퇴적물이 쌓여 만들어진 하중도다. 강은 하중도를 양 갈래로 돌아나가며 또다시 천(川)을 품는다. 강과 강이 하나가 되고 강과 천이 만나는 곳. 그 사이 공간에는 신의 은총이 내려진 땅, 습지가 자리한다. 마르지 않는 물과 비옥한 토양을 갖춘 습지는 수많은 생물의 터전이다. 기후변화 생물 지표종과 멸종위기종도 습지에서 서식하며 생명을 유지한다. 습지는 생물의 다양성 유지는 물론 수질 정화, 홍수 예방, 지구온난화 완화 등 자연 생태계 복원의 기능도 맡고 있다. '달성 12경, 색다른 매력에 빠지다' 시리즈 8편에선 대구의 허파이자 생태계의 보고인 달성습지를 소개한다.총면적 약 2㎢ 보기 드문 범람형 습지수달·삵·모감주나무 등 동식물 천국보전가치 커 국제자연보호연맹 등록1㎞ 낙동강 생태탐방로 풍광 빼어나생태학습관·대명유수지도 필수코스◆멸종위기 야생동물 등 230종 생물의 터전대구의 수변 공간 중 자연의 형태를 잘 유지하고 있는 곳 중 하나가 달성습지다. 낙동강과 금호강·진천천·대명천이 합류하는 지역 일대에 형성된 달성습지는 총면적이 약 2㎢에 이른다. 보기 드문 범람형 습지로 주변에 충적저지(沖積低地·흐르는 물에 의해 토사가 운반돼 쌓인 저지대)와 범람원(氾濫原·하천의 범람으로 하천 양쪽에 물질이 퇴적돼 형성된 평탄한 지형)이 발달해 있다. 희귀식물인 모감주나무, 쥐방울덩굴, 붉은배새매, 황조롱이 등을 비롯해 약 520종의 생물이 산다. 최근 조사에선 수달, 삵, 참매 등 멸종위기 야생동물과 기후변화 생물 지표종인 박새, 쇠백로, 중대백로, 청둥오리, 큰부리까마귀, 무당거미도 관찰됐다. 여름에는 황로, 왜가리 등이 겨울에는 고니, 홍머리오리, 청둥오리가 찾아든다. 특히 달성습지는 인근 대명유수지와 함께 맹꽁이(환경부 2급 보호 동물) 서식지로도 유명하다.2000년 이전까지만 해도 달성습지는 천연기념물인 흑두루미(제228호)와 재두루미(제203호)가 겨울을 나던 곳이었으나 점차 철새도래지로서 기능이 약화했다. 성서산업단지 조성, 하천 정비사업 등 습지 주변의 지형적 변화와 함께 모래톱이 사라지면서다. 이에 대구시는 생태복원사업을 추진, 2007년 이곳을 습지 및 야생동·식물보호구역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달성습지는 생태학적으로 보전 가치가 매우 크다. 국제자연보호연맹에 등록돼 있으며, 서식하는 동식물의 개체 수도 경남 창녕의 우포늪과 비교해 뒤지지 않는다. 우포늪은 람사르(Ramsar) 등록 습지로 2011년에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 달성습지는 주변 경관도 빼어나다. 낙동강과 금호강, 진천천이 다양한 식물과 어우러져 특유의 생명력을 뽐낸다. 또 봄에는 갓꽃, 여름에는 기생초, 가을에는 억새와 갈대가 습지 주변을 가득 메워 계절별로 색다른 매력을 선보인다.◆물 위를 걸으며 풍광 즐기는 생태탐방로달성습지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즐기려면 사문진부터 대명유수지까지 둘러봐야 한다. 데크길과 산책로가 잘 갖춰져 있어 남녀노소 부담 없이 걷기 좋다. 대명유수지에서 출발해 사문진으로 향해도 된다. 주차장에 차를 대고 사문진 피아노광장으로 향한다. '낙동강 생태탐방로'의 출발지다. 생태탐방로는 피아노광장~중앙광장~사장교~황톳길~달성습지생태학습관으로 이어진다. 거리는 1㎞ 정도다. 화원동산의 북쪽 벼랑을 따라 걷는 기분이 상쾌하다. 데크길이 강물 위에 떠 있어 한결 시원한 데다 탁 트인 개방감에 '힐링'이 절로 된다.탐방로 오른편 벼랑에 발달한 하식애와 바위에 뿌리내린 수목들이 눈길을 끈다. 수천 년에 걸쳐 강이 곡류하며 깎아 놓은 작품을 아주 가까이서 접하는 특혜를 누린다. 탐방로가 생기면서 유람선을 타야만 볼 수 있던 화원동산의 속살을 하나하나 들여다볼 수 있게 됐다.희귀수종인 모감주나무와 회양목 군락지를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두 나무의 생김새를 미리 알아보고 오면 좀 더 알찬 여행이 된다. 운이 좋으면 올빼미와 수달도 만날 수 있다. 사장교를 지나 황톳길로 가는 도중 잉어 한 마리가 나타나 재롱을 부린다. 연신 입을 뻐끔거리며 먹을거리를 찾는 모습이 정겹다. 생태탐방로에는 쉼터와 포토존, 전망대는 물론 삵·흑두루미·황조롱이·말똥가리 등 일대에 서식하는 동물에 대한 설명판도 마련해 놨다. 걷는 내내 강과 습지, 다양한 수생식물이 어우러진 풍경을 눈에 담느라 지루할 틈이 없다.◆달성습지에 어떤 생명이 살고 있을까어느덧 달성습지생태학습관이 모습을 드러낸다. 흑두루미가 날개를 접은 모습을 형상화한 모던한 형태의 건물이다. 생태학습관 앞에는 마스코트인 (두)루미와 (맹)꽁이 조형물이 서 있다. 기념사진을 찍기 좋은 포토존이다. 2019년 문을 연 생태학습관은 가족 단위 나들이객의 필수 탐방 코스로 떠올랐다. 습지 생물에 대한 정보를 얻고 다양한 체험활동을 할 수 있어 아이들 교육에 활용도가 높다. 실제 2·3층 전시실에는 습지의 형성 과정과 기능, 서식하는 다양한 생물 종과 관련된 콘텐츠로 채워져 있다. 물 속·모래톱·숲의 생명에 대해 알아보고 맹꽁이, 두꺼비, 청개구리, 무당개구리 울음소리의 차이도 들어본다. 생태학습관은 전시실 외에도 시청각실과 낙동강이야기실, 365오픈스튜디오 등을 갖춰 달성군과 낙동강의 역사·문화 등에 대한 정보도 제공한다.3층 기획전시실에는 '세상의 모든 펭귄'전이 진행 중이다. 생존을 위협받는 펭귄의 모습을 통해 지구 온난화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는 기획전이다. 전시실에서 나오자마자 3층 전면 창문에 시선이 꽂힌다. 유리창을 통해 바깥 풍경이 드러나는데 마치 습지의 모습을 그림으로 담아낸 듯하다. 발걸음이 바빠진다. 지체 없이 전망대가 있는 옥상으로 향한다. 푸른 하늘과 맞닿아있는 녹색의 습지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하중도 넘어 디아크가 손톱만 하고, 강정고령보 모습도 어렴풋이 보인다. 서편에는 고령군 다산면, 동편으로는 성서산업단지가 펼쳐진다. 습지의 모습을 뚜렷하게 볼 수 있도록 망원경도 준비돼 있다. 자연의 경이로움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가을이면 물억새꽃이 일렁이는 대명유수지생태학습관을 나와 대명유수지로 향한다. 진천천이 만들어낸 풍경도 꽤 운치 있다. 화원동산의 벼랑과 흡사한 모습이다. 휘파람 같은 새소리가 귓가를 맴돌자 발걸음이 더욱더 가벼워진다. 진천천을 건너면 달성습지 생태체험장이 자리한다. 다양한 수생식물이 자라는 작은 연못이 있고, 흑삼릉·물여뀌·자라풀·노랑어리연 등 수생식물에 대한 정보도 빼놓지 않고 적어놨다. 한쪽에는 작은 놀이터와 음수대도 자리한다.다목적 광장과 객석도 새로 만들어놨다. 대자연 속에서 아름다운 선율이 흐르는 작은 음악회 공연을 상상해 본다. 광장 뒤편에는 느티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는데 더위를 피해 잠시 쉬어가기 좋다. 느티나무 그늘에 앉아 불어오는 바람을 온몸으로 느껴본다. 체력을 회복한 뒤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가면 갈림길이 나온다. 달성습지 내부로 들어가는 길과 제방 너머 대명유수지의 맹꽁이생태학습장으로 향하는 길이다. 제방에 올라서면 대명유수지의 전경이 내려다보인다. 대명유수지는 성서산단의 침수를 예방하기 위해 만든 인공 저수지다. 물억새 군락지로 유명하고, 국내 최대의 맹꽁이 산란처로 알려져 있다. 매년 가을이면 만발한 물억새밭 사이에서 '인생샷'을 남길 수 있어 나들이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강둑과 성서산단 사이의 폭 150곒, 길이 800곒 공간에 수천만개의 물억새꽃이 바람에 일렁이는 모습은 말 그대로 장관이다. 이미 각종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상에는 가을 사진 찍기 좋은 곳으로 정평이 났다. 물억새밭 사이로 난 데크길을 조용히 걸어본다. 물억새밭 풍경이 너무나 평온하다. 글=박종진기자 pjj@yeongnam.com사진=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자문=송은석 대구문화관광해설사공동기획 : 달성문화재단대구 달성 화원동산 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달성습지 전경. 습지의 모양이 아메리카 대륙을 닮았다. 멸종위기 야생동물 등 약 520종의 생물이 서식하는 달성습지는 생태학적으로 보전 가치가 높다.사문진부터 달성습지생태학습관까지 이어지는 '낙동강 생태탐방로'는 수상 데크길이 잘 갖춰져 있어 남녀노소 부담 없이 걷기 좋다.흑두루미가 날개를 접은 모습을 형상화한 달성습지생태학습관. 건물 앞에는 마스코트인 (두)루미와 (맹)꽁이 조형물이 서 있다.국내 최대의 맹꽁이 산란처인 대명유수지 맹꽁이생태공원은 물억새 군락지로도 유명하다.
2022.06.02
[달성 12경, 색다른 매력에 빠지다] (7) 사문진 낙조·주막촌, 유유히 흐르는 낙동강…'달성호' 타고 보는 초여름 풍광 일품
대구 달성에서 금호강과 합류한 낙동강은 화원유원지에 이르러 또 한 번 크게 굽이친다. 물머리를 오른쪽으로 돌려 진천천까지 품에 안고 서쪽으로 힘차게 뻗어 나간다. 강과 천이 만나는 두물머리 부근에는 사람의 필요로 나루가 생겨났다. 사문진(沙門津)이다. 사문진은 달성 화원 성산리와 강 너머 고령 다산면 호촌리를 연결하는 나루이자 낙동강 뱃길의 중요한 항구였다. 주변 풍광도 빼어나 사문진은 관광 명소로도 유명하다. 특히 일몰 시각, 강과 들이 온통 붉게 물드는 풍경은 보는 이에게 황홀함을 선사한다. '달성 12경, 색다른 매력에 빠지다' 시리즈 7편에선 사문진 낙조와 주막촌을 소개한다.영남지역 물류·문화의 중심지로 유명사문진 통해 국내에 피아노 첫 상륙역사적 사실 계기로 문화콘텐츠 개발100대 피아노 콘서트 등 대표적 사례사문진역사공원 주막촌은 꽃 천국5월의 장미·꽃양귀비 등 지천에 만개해질 녘엔 낙조로 물든 강가 낭만적커플·가족들 사진 찍느라 여념 없어◆'귀신통' 들어온 영남권 물류 중심달성은 조선 시대 이전부터 물류의 요충지였다. 낙동강과 금호강을 끼고 있어 배가 드나들던 나루 수만 10여 개에 달했다. 여러 나루 가운데 가장 상징적인 곳이 사문진이다. 달성과 고령을 잇는 나루인 사문진은 부산과 안동을 오르내리는 낙동강 뱃길의 중간 기착지이면서 대구의 관문 역할도 수행했다. 사문진을 통해 들어온 물자는 대구를 비롯한 영남권은 물론 강원과 충청 등 전국 각지로 퍼져나갔다. 기록에 따르면 1472년(성종 3)에는 사문진이 있었던 화원에 왜물고(倭物庫)가 설치될 정도로 교역되는 물품이 많았다고 한다. 왜물고는 왜인들이 가져온 물화를 저장하던 창고로 '화원창'이라고도 불렸다. 나루는 단순히 물류만 수송하는 곳이 아니라 문화 교류의 장이기도 했다. 수많은 이들이 나루를 오가며 새로운 사상과 학문이 전파됐기 때문이다. 당시 사문진은 나룻배와 보부상이 문전성시를 이루고 신문물이 스며드는 명실상부한 영남지역 물류·문화의 중심지였다.대표적인 서양 악기인 피아노도 사문진을 통해 국내에 처음 들어온 것으로 유명하다. 짐배에 실려 낙동강을 거슬러 올라온 피아노는 1900년 3월 달성 사문진에 도착한 뒤 대구 약전골목으로 옮겨졌다. 당시 주민들은 처음 보는 상자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자 귀신이 내는 소리라며 피아노를 '귀신통'이라고 불렀다고 한다.이를 계기로 달성군은 피아노와 관련된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만들어냈다. 대표적인 사례가 '100대 피아노 콘서트'다. 2012년 첫 콘서트 때 풍류 예술가 임동창과 99명의 피아니스트가 '아리랑'을 합주한 피날레 공연은 큰 여운을 남겼다. 100대 피아노 콘서트는 역사적 사실을 사회·문화적 콘텐츠로 풀어낸 예술 공연이라는 점에서 가치가 높다. 최근에는 클래식·재즈·국악 등과 접목한 실험적인 무대를 선보이며 지역을 대표하는 공연예술제로 성장했다.◆500년 된 팽나무 아래 복원된 주막촌사문진교 다리 아래 주차장에서부터 생기가 돈다. 풀밭에 꽃양귀비가 지천이다. 진한 다홍색 꽃잎이 바람을 타고 살랑살랑 춤을 추면 보는 이의 마음도 함께 설렌다. 꽃양귀비밭 사이 조형물 하나가 눈길을 끈다. 2016년 달성대구현대미술제에 출품한 김계현 작가의 작품이다. 김 작가는 20세기 대표 미술가의 상징적인 작품을 조립 블록으로 표현했다. 다리를 떠받치고 있는 기둥도 예술작품으로 탈바꿈했다. 칙칙한 회색 옷을 벗고 알록달록한 옷으로 갈아입었다.사문진역사공원으로 향하자 이번엔 온통 장미밭이다. 5월은 장미가 가장 싱그러운 시기다. 흰색·노란색·분홍색·빨간색 장미가 저마다 아름다운 자태를 뽐낸다. 데임드꼬르·참오브파리·그란데클라쎄·슈터스골드 등 이름도 어려운 장미가 공원 곳곳에 심겨 있다. 장미만큼 다양한 품종의 꽃이 또 있을까. 여름꽃 샤스타 데이지도 그냥 지나치면 애틋하다. 금계국과 함께 너무나 친숙한 꽃이다. 이외에도 공원에는 다양한 색상의 팬지, 마리골드, 금어초 등 다채로운 꽃들이 나들이객의 방문을 반긴다.피아노가 국내에 처음으로 들어온 곳인 만큼 관련 조형물도 가득하다. 더위를 날려주는 분수, 대형시계 등 다양한 형태의 피아노가 색다른 즐거움을 준다. 그랜드피아노 조형물은 대자연 속에서 연주하는 듯한 장면을 연출할 수 있어 인기다. 한 커플이 서로 사진을 찍어주느라 여념이 없다. 천하대장군과 지하여장군의 모습도 개구지다. 환한 미소와 함께 드러낸 이에는 피아노 건반이 숨어 있다. 공원의 중심은 역시 주막촌이다. 사문진 주막은 수백 년 전부터 보부상들이 오가는 길에 반드시 들렀던 곳이다. 나루가 제 역할을 잃은 뒤 힘겹게 명맥을 이어오던 주막촌은 사문진교가 들어서면서 쇠퇴했다. 이에 달성군은 2013년 주막촌을 복원해 관광명소로 변모시켰다. 초가집 형태로 꾸며진 주막은 수령 500년 된 팽나무 아래 자리해 운치를 더한다. 과거에는 이 팽나무 주위로 장이 들어섰고, 홍수가 나면 배를 묶어놓는 선착장 역할도 했다고 한다. 팽나무는 느티나무와 함께 마을 당산나무로 쉽게 볼 수 있는 수종이라 더욱 친근감이 든다.주막촌에서 낙동강 가로 향하면 선착장이 나온다. 유유자적 강 주변 풍광을 즐기기엔 뱃놀이만 한 게 없다. 선착장으로 내려가는 길도 화원이다. 오른편에는 붉은 꽃양귀비가, 왼편에는 푸른 수레국화가 흐드러지게 펴있다. 극명한 색 대비가 더욱 강렬한 인상을 준다.◆붉은색 황홀경에 빠지다배를 타려면 승선 신고서를 작성하고 신분증도 있어야 한다. 표를 끊은 뒤 지체 없이 유람선 '달성호'에 몸을 싣는다. 이윽고 배가 출발하자 강바람이 두 볼을 스친다. 초여름 더위를 잠시나마 잊게 해주는 자연의 선물이다. 유람선이 강물을 헤치며 만들어내는 물결도 어여쁘다. 마치 커다란 화폭의 데칼코마니(Decalcomanie) 작품을 보는 듯하다. 멀리 물새 한 마리가 강물 위에 바짝 붙어 비행하는 모습도 정겹다.달성호는 달성습지와 강정고령보를 둘러보고 뱃머리를 돌려 옥포 신당마을까지 내려간 뒤 다시 사문진으로 돌아온다. 유람 시간은 40여 분 정도 소요된다. 선착장에서 출발하자마자 화원동산 정상부의 상화대(賞花臺)가 눈에 들어온다. 신라 경덕왕이 이곳의 아름다움에 반해 행궁을 지었는데 그 이름이 상화대였다고 한다. 그만큼 상화대 주변 풍광은 빼어나다. △돌아가는 돛단배 △금호강 어부의 피리소리 △연암에 내려앉은 기러기 △다산의 밥 짓는 연기 △넓은 들판의 논갈이 소리 △삼포의 가을경치 △가야산의 해지는 경치 △비슬산에 머무는 구름 △상화대의 늦은 봄 △노강진에 길게 드리운 달빛은 '상화대십경'으로 불린다. 상화대 아래쪽에는 하식애가 발달해 있다. 하천의 침식작용으로 인해 생긴 절벽이다. 하식애의 겹겹이 쌓아 올린 물결무늬에는 태고의 시간이 흐른다. 희귀수종인 모감주나무도 하식애를 따라 군락을 이룬다. 6~7월이면 모감주나무가 황금색 꽃을 피우는데 그 모습도 장관이다. 최근에는 대규모 회양목 군락지도 발견돼 생태학적으로 화원동산 하식애의 가치가 더 높아졌다.좀 더 시선을 멀리 두면 대구를 둘러싸고 있는 산들이 보인다. 북쪽에는 궁산과 와룡산, 동쪽으로는 앞산과 비슬산이 한눈에 들어온다. 유람선은 낙동강과 금호강이 만나는 두물머리를 지나 강정고령보까지 거슬러 오른다. 강 위에서 바라보는 디아크와 보는 또 다른 매력으로 다가온다. 강정고령보가 가까워지자 뱃머리를 돌린다. 이번엔 남하다. 강 건너 고령 땅이 선명하다. 녹색의 풀과 나무, 텃새, 강둑에서 자전거를 타는 이들의 모습이 평온하다. 해 질 녘 낙동강은 또 다른 매력을 선사한다. 하늘, 구름과 함께 온통 얼굴을 붉게 물들이고 지는 해를 아쉬워한다. 사문진의 낙조는 유난히 낭만적이다. 신당리까지 강을 따라 내려온 유람선은 다시 유턴해 선착장으로 돌아간다. 글=박종진기자 pjj@yeongnam.com사진=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자문=송은석 대구문화관광해설사공동기획 : 달성문화재단조선시대 영남권 물류 운송의 중심 역할을 한 사문진은 낙동강과 진천천이 만나는 두물머리 부근에 위치한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쇠퇴했다가 주막촌과 공원이 들어서면서 관광 명소로 부활했다.사문진역사공원에는 다양한 형태의 피아노 조형물과 장미·샤스타 데이지·팬지 등 꽃들이 방문객을 반긴다.500년 된 팽나무 아래에 복원된 사문진 주막촌의 모습.주막촌으로 들어서는 어귀에 서 있는 천하대장군과 지하여장군.사문진 선착장 앞에는 공연을 할 수 있는 작은 광장이 마련돼 있다.
2022.05.26
[달성 12경, 색다른 매력에 빠지다] (6) 물 문화 상징 건축물 디아크, 바닷속 고래가 튀어오르는 듯…자연과 건축이 만나 예술이 되다
포항에서 발원한 금호강이 영천, 경산을 지나 대구로 흘러든다. 대구의 동쪽에서 율하천과 합류한 금호강은 북쪽(검단들)에서 크게 곡류한 뒤 다시 신천을 품고 계속 서진한다. 멀리 북쪽 강원도 황지연못에서 시작된 낙동강도 굽이굽이 영남권 구석구석을 훑고 남하한다. 안동·상주·문경·예천·구미·칠곡 등을 거쳐 거침없이 대구로 향한다. 이윽고 두 강줄기는 달서구와 달성군의 경계에 이르러 하나가 된다. 강과 강이 만나는 지점, 두물머리에는 이 같은 자연의 경이로움을 말없이 지켜보는 건축물이 하나 있다. 강과 물, 자연을 모티브로 지어진 디아크(The ARC)다. '달성 12경, 색다른 매력에 빠지다' 시리즈 6편에선 물 문화의 상징 건축물 '디아크'를 소개한다.◆생명과 문화가 흐르는 강강은 생명의 근원이자 젖줄이다. 무수히 많은 생명체가 강과 함께 삶을 유지하고 번성해 왔다. 인류도 마찬가지다. 강은 인류에게 풍부한 먹거리를 제공하고, 농사를 지을 비옥한 땅도 내줬다. 특히 강은 인류에게 있어 문화의 통로이기도 하다. 강을 따라 물류가 이동하고 문화가 전파된다. 금호강과 낙동강도 마찬가지다. 예로부터 두 강은 영남지방 교통의 동맥 역할을 해왔다. 많은 이들이 나루에 모여 교류를 하고, 강을 따라 학문과 사상·문화가 널리 퍼졌다. 강은 인간의 삶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인 셈이다.더욱이 강은 그 자체가 문화다. 자연의 아름다움을 오롯이 갖춘 경외의 대상이기 때문이다. 조선 시대에도 낙동강과 금호강은 시·문학의 대상이 됐다. 지역의 선비들은 부강정과 영벽정, 세심정, 하목정 등 강변에 누각과 정자를 지어 글을 쓰고 학문에 관한 토론을 벌였다. 때때로 강을 유람하며 경관에 심취해 시를 남기기도 했다. 당시 선비들이 뱃놀이를 하던 모습은 '금호선사선유도'에 고스란히 남겨져 있다. 17세기 초 낙동강과 금호강은 지역 유림들이 모여 뱃놀이를 하면서 강안문학(江岸文學)과 유학의 르네상스를 꽃피운 곳이다. 강을 따라 선유문화가 함께 흐른 셈이다.수많은 이들이 노래할 만큼 낙동강과 금호강 유역은 경관이 뛰어났다. 특히 두 강이 만나는 지점은 예전부터 아름다운 명소로 손꼽혔다. 다사팔경과 서호병 10곡에는 '강정'이란 정자가 등장하는데 이곳의 위치가 바로 두물머리 인근이었다고 한다. 현재도 이곳은 낙동강 12경 중 제6경으로 '달성습지사문진경(達城濕地沙門津景)'으로 불린다.또한 낙동강과 금호강은 대구 구곡문화의 중심이기도 했다. '계곡의 아홉 굽이(九曲)'를 뜻하는 구곡은 경승지를 즐기고 경영하는 유가 문화다. 하지만 구곡은 단순히 풍광이 빼어난 곳을 선정하는데 그치지 않았다. 선비들이 추구한 이상향을 구현하고자 한 공간이었다. 선비들은 구곡을 설정하고 그것을 매개로 시를 짓고 그림을 그리면서 성리학의 이상을 실천하려 했다. 대표적인 구곡으로는 이황에서 비롯된 도산구곡, 이이의 고산구곡, 송시열의 화양구곡, 정구의 무흘구곡 등이 있다. 금호강과 낙동강이 포함된 구곡은 운림구곡이다. 운림구곡은 사문진교 부근부터 금호강 물길을 따라 북구 사수동의 사양서당 부근까지 16㎞에 이른다. 경치가 가장 빼어났던 강정도 아홉 굽이에 포함돼 있다. ◆강 문화의 모든 것을 담다조선시대 (부)강정이 있던 자리 인근에는 정자 대신 현대적 건물이 자리 잡고 있다. 물 문화관으로 불리는 디아크다. 디아크는 지구와 하늘, 문화를 기하학적으로 표현한 건축물이다. 강 표면을 가로지르는 물수제비, 수면 위로 뛰어오르는 물고기 모양과 한국 도자기의 우아함을 함께 표현했다고 한다. 세계적인 건축설계자인 하니 라시드(Hani Rashid)의 작품으로 형형색색 빛나는 야간 경관이 더욱 유명하다.달성 강서소방서를 지나 강정유원지로 향한다. 자전거길 주변과 도롯가에 들장미가 새빨간 자태를 뽐내고 있다. 올해 들장미는 유난히 빨갛다. 정찰 임무를 맡은 몇몇 금계국도 노란 꽃을 피웠고, 드문드문 얼굴을 내밀고 있는 보라색 여름꽃도 화사하다.유원지로 들어서면 멀리 디아크가 보인다. 얼핏 보면 고래를 닮았다. 아래턱이 발달한 대왕고래를 연상시킨다. 파란 하늘을 바다 삼아 뛰어오를 것 같은 형상이다. 수직으로 떠오르는 거대한 UFO 같기도 하다. 가까이 다가갈수록 몸집은 더욱 커지고 급기야 한눈에 담기도 버거워진다. 좀 더 찬찬히 훑어본다. 동적이면서 정적이고, 현대적이면서도 전통적인 아름다움이 미묘하게 조화를 이룬다.디아크 주변 광장은 때때로 문화축제장으로 변한다. '달성 대구현대미술제' 전시공간으로 광장 전체가 하나의 미술관이 된다. 강과 강, 강과 육지가 만나는 지점에 자연과 사람, 예술이 어우러진 축제가 펼쳐지는 셈이다. 대구현대미술제는 지역민의 현대미술에 대한 이해도와 관심을 높이고 예술문화 저변 확대에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광장을 지나 다시 디아크와 마주한다. 디아크는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로 지어졌다. 지하 1층은 상설전시실과 세미나실·다목적실, 1·2층은 서클영상존, 3층은 전망대와 카페테리아로 구성돼 있다. 관람은 지하 1층부터 시작된다. 실내로 들어서면 파란색 'The ARC' 조형물이 관람객을 반긴다. 내부로 좀 더 들어가면 파란색 '그리팅맨'을 만날 수 있다. 하얀색 벽에 일정한 간격으로 늘어선 500개의 인사하는 그리팅맨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그리팅맨은 문화·인종적 편견을 초월한 평화와 화해의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한다.지하 1층 오른편 전시 공간은 모던하면서 심플하다. 음악·미술·문학 등 강과 관련된 역사와 예술을 테마로 꾸몄다. 1층과 2층은 서클영상존이다. 360도 스크린을 통해 생명의 순환을 주제로 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3층으로 올라가면 전망대가 위치한다. 낙동강과 금호강이 만나는 모습이 내려다보인다. 평화로움 그 자체다.◆강정고령보와 죽곡댓잎소리길디아크 인근에는 강정고령보가 위치한다. 강과 강이 만나는 곳에 달성과 고령을 잇는 보가 지어졌다. 길이가 953.5m, 4대 강에 설치된 16개 보 중에서 가장 긴 물막이 보다. 높이 11m, 길이 45m 규모의 수문 2개와 함께 1천500㎾ 발전기 2기가 설치돼 연간 1천340만㎾의 전력을 생산한다. 특히 보와 다리(우륵교)는 후기 가야의 중심이었던 지역적 특성을 반영해 디자인했다. 우륵교 중앙에 설치된 전망대 '탄주대'의 바닥을 지탱하는 12개 쇠줄은 가야금의 12현을, 기둥은 고대 가야의 선박을 형상화했다고 한다.차량 통행은 금지돼 있지만 자전거나 도보로 이용이 가능하다. 낙동강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어 평일에도 방문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디아크 주변 명소로는 '죽곡댓잎소리길'도 빠질 수 없다. 강창교 둔치에 있는 댓잎소리길은 조용히 산책을 즐기기에 더할 나위 없다. 800m 구간에 8천여 본의 대나무가 뿌리를 내리고 있다. 특히 줄기가 검은 오죽과 노란색을 띠는 금죽 등 10여 종이 구획 별로 나뉘어 있어 다양한 대나무를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산책로 중간중간 한가로이 쉴 수 있는 편의시설은 물론 죽림욕 쉼터도 마련해 놨다. 대나무 울타리와 문주, 대나무 선베드 등 관리자의 세심함이 엿보인다. 산책로 한편에 자리 잡은 대나무 숲속 판다 가족 조형물은 포토존으로 인기다. 댓잎소리길을 걷다 보면 무엇보다 귀가 즐겁다. 바람에 흔들리며 사각대는 대나무 숲 소리와 새 소리가 마음을 한결 편하게 해준다. 산책로 양옆으로 쭉쭉 뻗은 대나무 터널 사이로 보이는 금호강의 모습은 운치를 한결 더한다. 산책로는 거리가 비교적 짧은 데다 정비가 잘돼 있어 어린아이를 동반한 가족 단위 관광객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글=박종진기자 pjj@yeongnam.com 사진=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 자문=송은석 대구문화관광해설사 공동기획 : 달성문화재단대구 달성군 다사읍 낙동강과 금호강이 만나는 지점에 위치한 디아크는 강 표면을 가로지르는 물수제비, 수면 위로 뛰어오르는 물고기 모양과 한국 도자기의 우아함을 형상화한 건축물이다.디아크 지하 1층 전시 공간에 자리잡은 '그리팅맨'. 그리팅맨은 세계적인 조각가 유영호의 작품으로 대구 서구 이현공원에서도 만날 볼 수 있다.디아크 주변은 차량 통행량이 적어 자전거나 전동킥보드 등을 타기 좋다.강정고령보 우륵교 중앙에는 낙동강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탄주대' 전망데크가 있다.
2022.05.12
[달성 12경 색다른 매력에 빠지다] (5) 국립대구과학관과 100년 타워
대구 '달성 12경'은 각기 다른 매력을 지니고 있다. 빼어난 자연 경관, 유구한 역사·문화 유산, 우아하고 기품있는 건축 형태 등 저마다 고유한 멋을 뽐낸다. 그중 국립대구과학관과 100년 타워는 비교적 최근에 지어진 현대식 건축물로 당당히 12경에 이름을 올렸다. 단순히 외관의 아름다움에 국한되지 않고, 새로운 가치를 통해 지역의 대표 명소로 거듭난 것이다. 국립대구과학관은 다음 세대를 위한 교육 장소이자 콘텐츠이며, 100년 타워는 지역의 힘찬 도약을 기원하는 조형물로 그 역할을 다하고 있다. '달성 12경, 색다른 매력에 빠지다' 시리즈 5편에선 다가올 미래를 상징하는 국립대구과학관과 100년 타워를 소개한다.과학기술 연구·전시·교육 대구과학관 4D영상·천체투영관 등 시설물 다양 대부분 참여 형태로 이용객 만족도 높아가정의 달 맞아 체험·공연 행사 다채 郡 개청 100년기념 조형물 100년 타워뿌리광장 인공섬에 높이 26m 우뚝 끝없이 날아오르는 '달성 미래' 상징타워 밑 광장 싱그러운 수목과 조화 ◆과학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자전거는 어떻게 넘어지지 않고 계속해서 달릴까' '파충류와 양서류는 무엇이 다를까' '천둥과 번개가 생기는 원리는 무엇일까'.아이들이 자연 현상과 다양한 과학 원리에 대해 호기심을 갖기 시작한다면 함께 가볼 곳이 있다. 바로 달성에 위치한 국립대구과학관(이하 대구과학관)이다. 2013년 12월 정식으로 문을 연 대구과학관은 다양한 과학 원리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이해를 돕는 시설물을 갖췄다. 과학기술 자료를 수집·보존·관리하며 이를 기반으로 연구·전시·교육을 통해 과학의 대중화를 이끌고 있는 셈이다. 특히 대구과학관은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체험시설과 프로그램에 더해 꾸준히 다채로운 문화 행사까지 마련해 각광받고 있다.대구과학관은 유가읍 테크노폴리스 중앙공원과 계명대학교 달성 캠퍼스 사이에 위치한다. 대구과학관 정문으로 들어서면 널찍한 정원이 나온다. 5월의 푸르름을 한껏 머금고 있는 정원에는 여러 전시품이 자리한다. 다양한 종류의 천문 관측기구다. 본격적인 탐방에 앞서 우리 과학의 과거부터 만나 볼 수 있다. 과학의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공간도 존재한다. 정문 왼편에 위치한 사이언스 광장이다. 이곳에는 대구과학관의 대표 조형물인 '디지털 성덕대왕신종'이 종각에 매달려 있다. 성덕대왕신종의 과학적 우수성(맥놀이 현상)을 재현하고, 50여 만개의 LED 곡면 디스플레이를 통해 보는 재미까지 살렸다. 과거와 현재의 완벽한 협업이다.맥놀이는 주파수가 비슷한 두 개의 파동이 간섭을 일으켜 새로운 합성파가 만들어지는 현상으로 소리가 멀리까지 전해지는 원리이기도 하다.과학관 입구로 발걸음을 옮긴다. 'ㄱ'형태의 과학관 건물은 보는 이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어지간한 거리에선 건물 전체를 한눈에 담기 어려울 정도로 거대하다. 대구과학관은 지하 1층·지상 3층 규모로 연면적 2만3천966㎡에 이른다. 건물 외관은 모던하다. 회색톤 외벽을 가득 채우고 있는 빗금이 인상적이다. 수직선과 수평선이 주는 편안함 대신 세련미를 택했다. 커다란 유리창을 외벽으로 활용해 개방감도 느껴진다.◆과학 원리, 직접 체험하며 이해한다내부로 들어서면 가장 먼저 물시계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높이 11m에 달하는 크기와 형광 녹색 액체는 보는 이의 흥미를 유발하는 데 부족함이 없다. 자연과 기술의 조화를 표현한 물시계는 대구과학관의 상징 전시물이다. 물시계 왼편에는 '향기로 향하다' 특별전이 진행중이다. 냄새를 맡는 원리부터 향기를 맡으면 기분이 좋아지는 이유, 조향사와 향산업학과 소개 등 향기와 관련된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1층 공간에는 이외에도 i-Play관과 물모래 놀이터, 천체투영관, 4D영상관, 사이언트리 홀 등이 자리한다. 인지력 형성 단계에 있는 영유아의 발달과 학습에 필요한 시설물부터 과학관련 입체 영상물 시청, 문화공연 관람이 가능한 공연장까지 갖추고 있다. 기획전시실에는 '하나, 둘, 셋! 바퀴의 과학' '별난물건 박물관'이 이달 말까지 진행된다. 나무 자전거, 누워서 타는 자전거 등 특별한 자전거를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메인 전시공간은 2층이다. 상설전시 1관·2관과 무한상상실이 위치한다. 상설전시 1관은 자연과 발전에 대한 3가지 주제로 전시한다. 자연 환경과 온난화에 대해 고민해 보고, 지구와 물의 상호작용을 이해하는 것은 물론 과학에 대한 고정관념도 바꿀 수 있다. 특히 대부분의 시설은 관람객이 직접 체험해 보거나 참여하는 형태로 꾸며져 있어 만족감이 높다.과학기술과 산업에 대해 알아보는 상설전시 2관도 마찬가지다. 체험시설이 대다수를 차지한다. 한의학 사상 체질을 알아보고, 철의 특성을 이용한 게임 등을 즐길 수 있다. IT·섬유·한의학·철강·도시시스템 등의 발전 과정과 지역 산업 속 과학기술을 이해하고, 웨어러블 스마트 기술의 원리를 살펴보는 것도 가능하다. 무한 상상실은 창의력과 상상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공간이다. 머릿속 아이디어를 3D 프린터를 통해 구현해 볼 수 있다. 대구과학관은 '가정의 달'을 맞아 다양한 행사도 마련했다. 딱지치기·땅따먹기 등 놀이 속에 숨은 과학적 원리를 알아보는 '놀다 보면 하루는 너무나 짧아' 체험을 8일까지 진행한다. 참가 비용은 무료다. 비행기·여름 부채·반짝반짝 썬캐쳐·지구-달 운동 모형 만들기와 보석십자수 체험을 할 수 있는 부스도 운영한다. 1층 사이언트리홀에서는 어린이날 100주년 기념 '지구촌 국악여행' 공연도 열린다. 대구과학관을 방문하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한 '찾아가는 과학 선물꾸러미'도 준비했다. 홈페이지 예약을 통해 '뒤뚱뒤둥 워킹 로봇' 등 8개 콘텐츠 시청이 가능하다.◆끝없이 날아오르는 달성의 미래달성군청 앞에는 작은 공원이 하나 있다. 이른바 '100년 달성 뿌리광장'이다. 아담한 크기에 가벼운 산책을 즐기기 적당한 수변공원으로 데크길과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 2015년 강림지(금포 수변공원)를 새롭게 꾸민 공간으로 연못을 중심으로 한 조경이 아름답다. 작은 분수와 물레방아 등 소소한 볼거리가 광장의 아늑한 분위기를 더한다. 드라마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의' 촬영지로도 유명하다.연못 중앙에는 인공섬이 있고, 달성군 개청 100년을 기념하는 조형물인 '100년 타워'가 우뚝 서 있다. 섬으로 건너가려면 육각정에서 섬으로 연결된 다리를 이용하면 된다. 난간에는 달성군의 상징 동물인 용의 형상이 표현돼 있다. 푸른 용이 타워를 바라보는 형태다.용을 타고 다리를 건너 100년 타워와 마주한다. 하늘로 솟은 기세가 상당하다. 높이만 26m에 달하고 폭도 21m에 이르는 규모다. 봄 햇살을 온 몸으로 튕겨내고 있는 자태가 자못 엄중해 보인다. 타워 상부는 활짝 핀 꽃송이를 형상화해 찬란한 역사의 달성을 연출했다고 한다. 50개 꽃잎(날개)의 유려한 곡선처리로 비상·율동·예술감도 극대화했다. 네모진 기둥 부분은 5개의 큰 줄기로 구성돼 있고, 기둥 사이 9개의 황금색 링이 같은 간격으로 배치돼 있다. 이는 서로 단합하는 달성의 9개 읍·면을 상징한다. 또한 얇은 수직선과 위쪽으로 갈수록 점점 밝아지게 표현한 면 처리는 달성의 밝은 미래를 기원하며 디자인한 것이다.아랫부분은 인공섬 전체를 대구시로 표현하고, 그 중심에서 뿌리처럼 뻗어 나오는 달성을 형상화했다. 대구의 뿌리이자 만개한 꽃이 달성인 셈이다. 100년 타워는 야간에 더욱 생동감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뿌리 쪽에서 시작된 조명이 기둥의 5개 큰 줄기를 거쳐 각각의 날개 끝까지 뻗으며 비상한다. 끝 없이 날아오르는 달성의 모습을 형상화해 보는 이에게 낮과는 또 다른 즐거움을 선사한다.타워 밑에서 광장을 한 바퀴 둘러본다. 푸른 하늘과 녹색의 수목, 각종 수생식물들의 모습이 한가롭다. 글=박종진기자 pjj@yeongnam.com 사진=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 자문=송은석 대구문화관광해설사국립대구과학관 2층 상설전시 2관에서는 섬유·IT·철강·한의학·도시시스템 등 지역 산업 기술의 발전 과정을 살펴 볼 수 있다.해시계 등 다양한 천문 관측기구가 자리잡고 있는 국립대구과학관 야외 과학마당의 모습.우리 주변의 자연 생태계를 직접 관찰·체험할 수 있는 상설전시 1관의 내부 전경.달성군청 앞 100년 달성 뿌리광장 인공섬에 달성군 개청 100년을 기념하는 조형물인 '100년 타워'가 우뚝 서 있다.
2022.05.05
[달성 12경, 색다른 매력에 빠지다] (4) 인흥마을과 마비정 벽화마을…영남 양반가옥 고졸미에 흠뻑…나지막한 담벼락 벽화 보며 시간여행
대구 달성의 다양한 매력 중 하나는 현재와 과거가 공존한다는 점이다. 대규모 산업단지와 논과 밭, 공동주택 지구와 자연마을이 혼재해 있다. 젊고 역동적인 신도시이면서 전통의 삶과 역사·문화 유산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유서 깊은 고장이다. 특히 달성은 자연마을, 즉 자연발생적으로 형성된 촌락이 많이 남아 있다. 그 수만 무려 290여 개에 이른다. 급속한 도시화가 진행된 현대 사회에서 자연마을은 특별함을 갖는다. 역사와 전통이 깃든 마을 고유의 문화, 공동체 의식은 지역의 유산이자 도시 자산이다. '달성 12경, 색다른 매력에 빠지다' 시리즈 4편에선 지역 대표 관광명소로 발돋움한 인흥마을(남평문씨 세거지)과 마비정 벽화마을을 소개한다.사계절 꽃 사진 찍기 좋은 인흥마을고즈넉한 한옥 9채·정자 2채로 구성문익점 동상·연못있는 인흥원도 볼거리마비정 마을 곳곳 옛날 시골정취 가득벽화들 소품과 어우러져 색다른 재미둘레 2m 옻나무 뒤편엔 전망대 조성◆인흥사 터에 보금자리 튼 남평문씨달성 화원읍에 자리 잡은 인흥마을은 계절별로 꽃사진 찍기 좋은 곳으로 유명하다. 봄에는 매화와 산수유, 여름에는 능소화와 목화꽃이 만발한다. 늦봄에 피는 찔레꽃도 빼놓을 수 없다. 운이 좋으면 수줍게 꽃 핀 모란과 노랑 해당화도 즐길 수 있다. 계절별로 꽃들이 더욱 매력적으로 보이는 것은 마을의 고즈넉한 정취 덕분이다. 남평문씨 세거지인 인흥마을은 아홉 채의 한옥과 정자 두 채 등으로 구성돼 있다. 건물 배치가 계획적이고, 영남지방 양반가옥의 고졸미를 오롯이 느낄 수 있다. 여느 가옥과 달리 담장이 높아 신비감마저 든다.문익점의 후손들이 화원 본리리에 세거지를 형성한 것은 19세기 중반쯤이다. 대구 입향조인 문세근(文世根)의 9대손 문경호(文敬鎬)가 터를 닦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풍수에 대한 조예가 깊었던 그는 인흥사(仁興寺)가 있던 자리를 새 보금자리로 택했다. 일연 선사의 자취가 남아 있는 인흥사 터를 후손들이 대대손손 번창할 '길지(吉地)'라고 판단한 것이다.인흥사는 창건 연대와 창시자에 대해 알려진 바 없다. 다만 일연 선사가 1274년(충렬왕 즉위년)에 중수해 인흥사로 개칭했고, 임진왜란 당시 소실돼 폐사됐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인흥마을에는 아직도 인흥사의 흔적이 남아 있다. 세월의 모진 풍파를 견뎌낸 3층 석탑이 건재하고, '고려정(高麗井)'이라는 우물도 옛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문경호의 바람대로 남평 문씨는 인흥마을로 거처를 옮긴 뒤 번성했다. 특히 문경호의 손자인 후은(後隱) 문봉성(文鳳成) 대에 이르러 막대한 부를 쌓았다. 문봉성은 후학을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광거당(廣居堂)을 조성한 뒤 서고를 두고 공부를 하고 싶은 선비에게 언제나 문을 열어줬다. 누구든지 광거당에 머물며 수학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당시 인흥마을은 유학자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다고 한다.아들인 수봉(壽峰) 문영박(文永樸)도 부친과 뜻을 함께했다. '인수문고'의 전신인 '만권당'을 세우고 도서를 수집했다. 일제에 대한 저항 의식의 발로로 민족의 역사와 문화를 보존하고 교육을 통해 후진을 양성하기 위해서였다. 남평문씨 문중서고인 '인수문고(仁壽文庫)'에는 고서만 8천500여 책이 보존돼 있다. 그는 또 독립운동 조직이나 단체가 원활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10여 년간 소리소문없이 자금을 후원했다.◆정겨운 흙돌담길과 고졸미 넘치는 가옥인흥마을 주차장에 차를 세우면 가장 먼저 문익점 동상이 눈에 들어온다. 동상 뒤로는 목화밭이 조성돼 있다. 조금은 황량한 목화밭 옆으로 매화나무마저 초록색 옷으로 갈아입었다. 인흥마을 주변에는 수령 20~30년 남짓 된 매화들이 군락을 이룬다. 온통 붉은 홍매, 꽃받침이 붉고 꽃잎이 하얀 백매, 꽃받침이 푸르고 꽃잎이 하얀 청매 등 매화의 종류도 8가지나 된다고 한다.마을 구경에 앞서 인흥원(仁興園)부터 들른다. 연못이 있는 정원이다. 연못 가운데 솟은 두 개의 섬에는 소나무와 매화나무가 멋드러지게 서 있다. 근엄한 모습의 소나무는 비보숲에서 가져 온 개체다. 인흥마을은 주산인 천수봉과 안산인 함박산, 천내천으로 둘러싸여 있다. 하지만 화원읍 방향은 그대로 뚫려 있어, 겨울바람이 여간 세찬 게 아니다. 이에 소나무로 비보숲을 만들었다. 정원에는 패랭이꽃을 닮은 꽃잔디가 지천이다. 수국과 버드나무도 한껏 물이 올랐다. 정원을 한 바퀴 돌아 마을로 들어선다. 반듯한 흙돌담길이 정겹다. 골목엔 담장 넘어 빼곡히 얼굴을 내민 찔레와 능소화가 낯선 이를 반긴다. 성미 급한 찔레꽃 두 송이는 이미 꽃망울을 터트렸다. 불어오는 바람에 찔레향이 그대로 전해진다. 마을에는 내부를 들여 다 볼 수 있는 건물이 따로 있다. 세거지의 첫머리에 위치한 수백당(守白堂)도 그중 하나다. 수백당 마당에는 소나무 두 그루가 하늘을 향해 솟아있다. 소나무 아래 큰 돌에는 거북이 선명하게 새겨져 있다. 장수를 기원한 문양일까? 화재를 막는 부적일까? 수백당은 정면 6칸·측면 2칸 규모의 일자형 건물이다. 마루가 발달된 구조로 정갈하면서 기품이 느껴진다. 수백당 뒤편에는 보기 드문 노랑 해당화가 고운 자태를 뽐내고 있다. 돌길을 따라 협문을 통과하면 인수문고가 나온다. 공공기관이 아닌 민간으로서는 가장 많은 서책과 책판이 보관돼 있다. 마을 맨 오른편 나지막한 언덕에는 광거당이 자리 잡고 있다. 'ㄴ'자 모양의 헛담을 뒤로 한 채 자리를 지키고 있는 광거당의 모습이 너무나 평온하다. 전국에서 몰려온 수많은 문인·학자들이 학문과 예술에 대해 토론하던 모습이 눈에 겹친다. 누마루에는 추사가 적은 '수석노태지관(壽石老苔池館)'이라는 편액이 걸려 있다. 수석과 묵은 이끼와 연못으로 이루어진 집이란 뜻이다. 세월이 흘러 연못은 메워지고 없지만 아름다운 풍경은 여전하다. 특히 담장 밖 소나무를 병풍처럼 두른 광거당의 모습은 보는 이의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1960~70년대 그때 그 시절로의 시간여행인흥마을에서 길을 따라 남쪽으로 향하면 마비정 마을이 나온다. 늦봄의 기운이 싱그럽다. 푸르름이 한결 진해진 기분이다. 갈림길에서 차를 왼쪽으로 돌린다. 이내 주차장에 이른다. 주차장 한편에 늠름하게 서 있는 두 마리 말 조형물이 눈길을 끈다. 마을 이름의 유래와 관련 있는 천리마 '비무'와 암말 '백희'를 형상화한 조형물이다. 전설에 따르면 천리마 대신 억울하게 죽임을 당한 암말을 불쌍히 여겨 마을 주민들이 마비정(馬飛亭)을 짓고 추모하게 됐다고 한다. 또 암말의 목을 벤 장수가 정자를 세웠다는 설도 있다.본격적인 마을 탐방에 나선다. 첫 번째 벽화부터 정겨움이 묻어난다. 개구진 아이들의 모습에 미소가 절로 번진다. 얕은 오르막을 천천히 오르면 1960~1970년대 시골 풍경이 눈 앞에 펼쳐진다. 나지막한 담벼락과 건물 벽마다 그때 그 시절 정겨운 모습들이 아로새겨있다. 마을 벽화 중 상당수는 입체감을 더해주는 소품과 '트릭아트'로 색다른 재미를 준다. 마을회관 쪽으로 가면 움직이는 듯한 누렁소도 만날 수 있다. 아래쪽에서 보면 소가 밑으로 내려오는 것처럼 보이고, 오르막을 오르면 소가 앞으로 나오는 것처럼 느껴진다. 이외에도 마을 곳곳에는 옛날 시골의 정취가 고스란히 녹아있다. 장독대와 메주·호박넝쿨·동심·다람쥐와 목련·오후의 낮잠 등 주제도 다양하다.다양한 자연의 모습을 눈에 담는 재미도 쏠쏠하다. 특히 여름철에는 접시꽃이 만개해 시골 분위기가 더욱 짙게 느껴진다. 무궁화를 닮은 접시꽃은 여러해살이풀로 6~7월에 꽃망울을 터뜨린다. 담벼락을 타고 이리저리 뻗어 나가는 담쟁이덩굴의 모습도 정감 넘친다.연리목도 만날 수 있다. 마을 입구에서 오르막을 따라 걷다 보면 첫 갈림길에 두 그루의 나무가 서 있다. 나무와 나무, 가지와 가지(연리지), 뿌리와 뿌리(연리근)가 서로 엉켜있는 연리목이다. 마을 오른쪽 귀퉁이에는 옻나무가 위풍당당하다. 둘레가 2m에 이른다. 옻나무 뒤편에는 전망대가 위치하고, 다양한 조형물이 설치돼 있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마비정누리길도 즐겨보자. 길은 마비정~삼필봉~남평문씨 본리 세거지~화원자연휴양림~대구수목원으로 이어진다. 경사가 완만해 걷기도 수월하다.글=박종진기자 pjj@yeongnam.com사진=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 자문=송은석 대구문화관광해설사공동기획 : 달성문화재단달성 화원읍 본리리에 자리잡은 인흥마을은 남평문씨 세거지로 영남지방 양반가옥의 고졸미를 느낄 수 있다. 여느 한옥에 비해 담장이 높은 것이 특징이다.인흥마을 입구에 있는 문익점 동상. 동상 뒤로는 목화밭이 조성돼 있다.인흥원 연못에는 두 개의 섬이 있고, 소나무와 매화나무가 멋드러지게 서 있다.마비정 마을 벽화 일부는 입체감 있는 '트릭아트'를 활용해 색다른 재미를 준다.마을 전경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에도 다양한 조형물이 설치돼 있다.
2022.04.28
[달성 12경, 색다른 매력에 빠지다] (3) 조선 중기 서원 건축의 정수 도동서원…극도의 절제 美…한훤당 선비정신 깃든 '조선 성리학의 산실'
대구 달성이 관광 명소로 떠오를 수 있었던 것은 천혜의 자연환경과 함께 다양한 역사·문화유산을 지니고 있어서다. 달성에는 선사시대부터 삼국·고려·조선시대를 거쳐오며 남긴 선조들의 소중한 유산이 지역 곳곳에 산재해 있다. 특히 달성은 '선비의 고장'이라고 할 만큼 수많은 유교 유산을 품고 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도동서원이 대표적이다.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서원에는 인격 완성을 위해 끊임없이 학문에 매진하던 선비들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달성 12경, 색다른 매력에 빠지다' 시리즈 3편에선 조선 중기 서원 건축의 정수로 불리는 '도동서원'에 대해 소개한다.진등산 북쪽 기슭 고풍스러운 기와집집채만 한 은행나무 '위엄'에 압도주요 건축물 일렬로 반듯하게 자리중용의 철학 담은 강학공간 중정당학문 매진하던 선비 흔적 고스란히구성·형태 뛰어난 서원 담장도 눈길◆공자를 머리에 이고 있는 산달성 현풍읍과 구지면 경계에는 그리 높지 않은 산이 하나 있다. 대니산(戴尼山)이다. 오산리에서 높게 솟아오른 봉우리는 서북 방향으로 뻗어 낙동강이 곡류하는 도동리에서 멈춘다. 주변이 낙동강을 낀 평지가 대부분이라 산에 오르면 시야가 넓다. 동쪽으로는 비슬산, 서쪽으로 가야산 조망이 가능하다. 대니산은 예로부터 태리산·제산·금사산·솔례산·구지산 등으로 불리기도 했다. 대니산이란 이름은 한훤당(寒暄堂) 김굉필(金宏弼)이 지었다는 설이 있다. 머리에 일 대(戴)와 공자의 자인 중니(仲尼)의 니에서 따왔다. 공자를 머리에 이고 있는 산이란 뜻이다.이름에 걸맞게 산골짜기마다 유교와 관련된 유산이 빼곡히 자리한다. 대니산 반경 4㎞ 거리 안에 서원과 향교는 물론 여러 문중의 세거지·종택·정려각·누정·재실 등이 둥지를 틀고 있다. 좁은 지역에 이처럼 다양한 유교 문화유산이 집중돼 있는 곳은 전국적으로 흔치 않다. 불교 문화가 비슬산을 중심으로 꽃을 피었다면 대니산은 지역 유교 문화의 중심지였던 셈이다. 더욱이 대니산에는 유교 문화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는 서원만 5곳에 이른다. 서원은 조선시대 사립 중등교육기관으로 유교 문화를 사회화하고, 확산시키는 역할을 담당했다. 조선시대 각 지방 고을마다 유교 문화가 널리 퍼질 수 있었던 데는 서원의 역할이 그만큼 컸다. 한훤당 김굉필을 배향한 도동서원도 대니산 끝자락에 위치한다. 김굉필은 정몽주(鄭夢周)에서 길재(吉再)·김숙자(金叔滋)·김종직(金宗直)을 거쳐 조선 성리학의 계보를 잇는 인물로 평가받는다. 평생 '몸가짐을 바로 세우는 일'에 몰두하며 성현의 가르침을 온몸으로 실천하는 삶을 살았다. 도동서원은 그의 참된 정신이 수백 년간 이어져 온 곳이다.◆공자의 도가 깃든 서원현풍읍에서 낙동강을 오른편에 끼고 한적한 도로를 따라간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봄 풍경이 평화롭다. 양파와 마늘이 빚어내는 색감이 싱그럽다. 이에 질세라 청보리도 짙은 녹색을 뿜어낸다. 낙동강 자전거길 따라 벚나무도 연분홍 고운 자태를 뽐낸다. 풍광에 취한 것도 잠시, 곧 갈림길이 나타난다. 도동터널을 통해 바로 서원으로 가거나, 옛 고갯길로 천천히 둘러갈 수 있다. 지체 없이 차 머리를 고갯길 쪽으로 돌린다. 이내 U자로 굽은 여수골이 나타나고, 오르막의 끝에 다다른다. 해발 250m 다람재다. 도동터널이 생기면서 통행량이 급격히 줄었다. 차량 대신 자전거로 고갯길을 오르는 이가 더 많을 정도다.다람재 정상에는 정자와 한훤당의 시비가 당당히 서 있다. 정자에 올라서면 유유히 흐르는 낙동강과 고령 개진면 들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평온함 그 자체다. 멀리 서쪽으로 가야산과 개경포의 모습도 볼 수 있다. 왼쪽 발아래 쪽으로 멀리 보이는 고풍스러운 기와집이 눈길을 끈다. 진등산 북쪽 기슭에 터 잡고 있는 도동서원이다. 도동서원 앞 나루의 모습도 선명하다. 고갯길을 지체 없이 내려오면 이내 도동서원 주차장에 이른다. 가장 먼저 집채만 한 은행나무가 낯선 이를 반긴다. 풍채에서 뿜어져 나오는 위엄에 압도되는 기분이다. 웅장한 생명력은 가지마다 무수한 싹을 틔워냈다.이 나무는 한훤당의 외증손 한강(寒岡) 정구(鄭逑)가 서원 중건을 기념하기 위해 심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도동서원은 원래 쌍계서원(雙溪書院)으로 불렸다. 1568년 현풍 비슬산 기슭 쌍계동에 위치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1597년 정유재란으로 소실됐고, 지금의 자리로 옮겼다. 재건 당시 '보로동서원(甫勞洞書院)'으로 불리다 1607년 '도동서원'으로 사액 받았다. 도동(道東)은 '공자의 도가 동쪽으로 왔다'는 뜻을 담고 있다.◆극도로 절제된 아름다움찬찬히 서원을 둘러본다. 낙동강과 진등산, 전형적인 배산임수 지형에 둥지를 틀었다. 주요 건물은 중심축을 따라 경사면에 반듯하게 자리 잡았다. 수월루와 환주문·중정당·내삼문·사당이 일렬로 위치한다.환주문은 맞담에 세워져 있다. 성인이 드나들기엔 문 높이가 낮다. 갓 쓴 유생이라면 고개를 숙여야 들어설 수 있는 구조다. 입구에서부터 예를 갖추라는 의미가 숨어있다. 환주문을 지나 서원의 중심이자 강학 공간인 중정당을 만난다. 극도로 절제된 미를 느낄 수 있다. 중정(中正)은 음과 양이 조화를 이루는 중용(中庸)의 상태를 뜻한다. 도동서원의 교육 철학이자 교훈이다. 중정당에는 서원 편액이 안쪽 벽면과 앞 처마 두 곳에 걸려 있다. 벽면 편액은 선조가 내린 것이고, 다른 하나는 한강이 스승 퇴계의 글씨를 집자했다고 한다.중정당은 정면 5칸·측면 2칸의 맞배지붕 구조다. 특히 전면에 굵은 민흘림기둥 여섯 개가 눈길을 끈다. 크기도 큰 데다 기둥 윗부분에 둘려진 흰 종이 때문이다. 이른바 '상지(上紙)'다. 도동서원 유사들에 따르면 상지의 역할은 이곳이 경의를 표해야 할 곳임을 알게 하는 표식이다. 서원 아래 낙동강에서 배를 타고 가다가도 상지를 보면 예를 갖췄다고 한다. 도동서원의 미(美)를 논할 때 빠질 수 없는 곳이 있다. 바로 중정당 기단이다. 모양과 재질이 서로 다른 돌들이 4각형·6각형·8각형 등의 모양으로 다듬어져 빈틈없이 맞물려 있다. 색상도 옥빛·흙빛·분홍빛·회색빛 등 제각각이다. 기단 중간중간 머리를 내밀고 있는 네 마리 용도 눈길을 끈다. 기단을 자세히 보면 오른편 계단 옆엔 위쪽을, 왼쪽 계단 옆엔 아래쪽을 향하고 있는 동물(다람쥐)을 볼 수 있다. 이는 '동입서출'. 들어가고 나오는 방향을 알려주는 표식이다.◆오직 동문만 이용하는 사당 중정당 좌우엔 거인재(居仁齋)와 거의재(居義齋)가 마주 보고 있다. 서열이 높은 유생들은 동재(거인재)에, 그보다 어린 유생들은 서재(거의재)에서 생활했다고 한다. 두 건물을 자세히 보면 비슷하지만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둥근 기둥과 사각 기둥·창의 유무 등을 볼 때 거주인의 지위차가 있었음을 짐작하게 한다. 거인재는 현재 보수 공사 중이다.내삼문으로 향하자 낯선 광경이 펼쳐진다. 사당으로 향하는 세 개의 문 중 서문 쪽 계단이 없다. 귀신이 출입하는 중앙문(귀문)을 제외하고, 보통은 동문으로 들어간 뒤 서문으로 나오지만 이곳에선 동문을 출입구로 이용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동입동출'. 동쪽을 유독 중요시하는 도동서원만의 정체성이다. 계단 양쪽에는 화왕(花王), 모란이 심겨 있다. 모란이 꽃망울을 터트리면 서원의 고즈넉한 분위기는 한층 더해진다. 특히 비가 온 뒤 중정당에 불을 지피면 바닥 쪽 굴뚝에서 나온 연기가 계단을 가득 메워 모란과 사당이 구름에 떠 있는 듯한 모습을 연출한다. 사당에 들어서면 정면에 한훤당의 위패가 모셔져 있다. 오른쪽에는 서원 건립을 주도한 한강의 위패도 배향돼 있다. 사당 내부 좌우 벽면에는 세월을 거스른 듯한 벽화가 보는 이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색이 너무나 선명하다. 벽화는 한훤당의 시 '선상(船上)'과 '노방송(路傍松)'을 형상화한 그림이다. 이 벽화는 사원 중건 당시 그려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서원 담장도 그냥 지나쳐선 안 된다. 중정당, 사당과 함께 보물로 지정된 문화재다. 산석으로 쌓은 뒤 흙과 기와를 사용해 담장을 이었는데, 형태와 구성이 뛰어나고 아름답다.글=박종진기자 pjj@yeongnam.com사진=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자문=송은석 대구문화관광 해설사공동기획 : 달성문화재단수월루에서 바라본 도동서원. 환주문 뒤로 서원의 중심이자 강학 공간인 중정당이 보이고, 왼편에는 유생들이 생활했던 거인재가 위치해 있다.중정당에는 서원 편액이 안쪽 벽면과 앞 처마 두 곳에 걸려 있다.김굉필의 외증손 정구가 서원 중건을 기념하기 위해 심은 은행나무.팔작지붕을 올린 수월루는 유생들의 휴식처나 강독 공간으로 사용됐다.
2022.04.14
[달성 12경, 색다른 매력에 빠지다] (2) 비슬산 참꽃 군락지와 천년고찰 대견사...봄이면 대견사 능선 따라 '분홍의 파도' 출렁
대구 달성의 아름다움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곳 중 하나가 비슬산이다. '비슬(琵瑟)'이라는 이름은 산 정상 바위 모양이 신선이 거문고를 타는 모습을 닮아 붙었다고 한다. 정상에서 바라보는 경관이 빼어난 데다 봄철에는 진달래, 가을에는 억새 군락이 장관을 이룬다. 천혜의 자연 환경과 더불어 휴양림·오토캠핑장 등까지 갖춰 대구시 1호 관광지로 선정되기도 했다. 비슬관광지 사업이 마무리되면 비슬산은 '숲 체류형' 관광 명소로 거듭날 전망이다. 또한 비슬산은 대견사(大見寺)·용연사(龍淵寺)·유가사(瑜伽寺)·소재사(逍災寺) 등 사찰과 기암괴석, 암괴류가 곳곳에 산재해 있어 불교문화·지질학적으로도 중요한 곳이다. '달성 12경, 색다른 매력에 빠지다' 시리즈 2편에선 비슬산 참꽃 군락지와 천년고찰 대견사를 소개한다.반딧불이 전기차 타고 비슬산 오르면30만평 규모 군락지 '진분홍 꽃밭' 장관 개화시기 문화제 열어 다양한 체험행사매년 봄 전국 각지 상춘객 몰려들어 해발 1천m 자리잡은 천년고찰 대견사일제강점기 폐사 뒤 100년만에 중창 대견사 벼랑 아래엔 흘러내리듯 쌓인 천연기념물 암괴류 독특한 경관 자랑 ◆반딧불이 전기차와 금수암 전망대비슬산으로 향하는 길은 정겹다. 때가 되면 피어나는 각종 꽃과 풀, 초록잎으로 갈아입은 나무들이 만들어내는 풍경이 제법 운치있다. 풀과 흙내음, 볼을 스치는 바람,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다. 봄의 풍광은 더욱 각별하다. 연둣빛으로 물든 세상은 보는 이의 표정에도 생기가 돌게 한다. 몸도 마음도 한결 가벼워지는 기분이다. 해발고도 1천m의 산을 오르려면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다. 체력은 기본, 챙겨야 할 장비와 용품도 많다. 날씨도 복병이다. 너무 춥거나 덥고, 바람이 강하면 더욱 고된 여정이 된다. 산행이 익숙한 이가 아니면 부담스러운 높이다.하지만 비슬산 등반은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다. 쉽게 오르는 방법이 있다. 전기차를 이용하면 대견사 초입까지 단번에 오를 수 있다. 2015년 국내 최초로 개발한 산악용 전기차에 몸을 실으면 30분 정도면 목적지에 이른다. 코로나 이전에는 매년 10여 만명의 관광객이 전기차를 이용했다. 비슬산 반딧불이 전기차를 타고 비슬산 휴양림 입구에 들어서면 울창한 숲길이 나온다. 운이 좋으면 다람쥐나 고라니도 만날 수 있다. 비슬산에는 휴양림을 비롯해 치유의 숲과 오토캠핑장도 갖추고 있다. 완연한 봄이건만 산 속은 아직 늦겨울이다. 바위 계곡엔 아직도 하얀 눈이 그대로 쌓여 있다. 계곡을 가로지르는 소재교를 건너면 소재사 일주문과 마주한다. '재앙을 소멸한다'는 이름의 절집이다. 신라시대에 창건됐다고 하나 연대도 창건자도 알 수 없다. 작은 도량이지만 한때 300여 명이 상주했던 큰 절이었다고 한다. 전기차는 소재사를 지나 대견사를 향해 곧장 오른다. 구불구불한 산길이 꽤 아찔하다. 이내 금수암 전망대 이정표가 나온다. 금빛 물이 솟아나는 바위라니. 호기심이 발동한다. 도보로 올랐다면 전망대를 둘러보는 것이 좋다. 계단으로 된 데크길을 따라 곧장 오르면 숨이 찰 때쯤 전망대가 나온다. 북쪽으로는 비슬산 최고봉인 천왕봉(해발 1천83m)과 대견봉(해발 1천35m), 대견사가 보이고, 멀리 낙동강까지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금빛 물은 금수암 절벽바위 아래 작은 샘에서 나온다. 안내문 글귀가 흥미롭다. '정신이 부실한 사람이 그 물을 보면 물에 올챙이 같은 것이 들어 있고, 뱀이 나오고 심지어 물이 나오지 않는다'고 한다.◆100여 년 만에 중창된 천년고찰비슬산 정상부에 도착하면 갈래길이 나온다. 한쪽은 대견사, 다른 곳은 참꽃 군락지로 향하는 길이다. 왼쪽 대견사길로 들어선다. 대견사는 설악산 봉정암, 지리산 법계사와 더불어 해발 1천m 이상에 자리 잡은 사찰 중 한 곳이다. 당 태종이 세수를 하다 본 산정의 아름다운 풍광이 바로 이곳 대견사 터라는 전설이 전해 올 만큼 경치가 빼어나다. 북쪽으로 대견봉이, 남쪽에는 관기봉이 뾰족이 솟았고, 서쪽에는 낙동강이 유유히 흐른다. 벼랑의 아래쪽 깊은 계곡에는 검은 너덜겅이 흐르고 부처·거북·곰바위 등 토르들이 절터의 주변에 자리잡고 있다. 장대한 경관에 경건함이 든다. 단애의 끝머리에 홀로 선 석탑도 예사롭지 않다. 장엄한 기운을 뿜어낸다. 별다른 꾸밈 없이 소박하게 벼랑 끝에 선 모습이 신성하기까지 하다. 벼랑 쪽에서 대견사를 바라보면 신라시대 지어진 축대(築臺)의 모습이 드러난다. 각양의 돌들이 맞물려 억겁을 견뎌내며 여전히 대견사 터를 떠받들고 있다. 천년의 세월을 거스르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천년고찰 대견사는 삼국유사의 저자 일연 스님과도 연이 닿아 있다. 스님의 초임지이자 삼국유사의 토대를 쌓은 곳이기도 하다. 기록에 따르면 일연은 1227년(고종 14) 선불장에서 최고의 성적으로 합격한 뒤 초임지로 비슬산 보당암을 택해 오랜 기간 주석했다고 한다. 서거정(徐居正)이 편찬한 동문선에 '비슬산 정상에 한 암자가 보당'이라 기록돼 있는 것을 토대로 보당암은 대견사의 전신인 것으로 추정된다. 지금의 대견사는 최근 새로 지어졌다. 일제강점기 폐사된 뒤 2014년 3월1일 100여 년 만에 중창된 것이다. 중창에 앞서 스리랑카 쿠루쿠데 사원에서 석가모니 부처의 진신사리 1과도 기증받았다. 사리탑은 대견보궁 현판 아래 열린 문과 유리창을 통해 볼 수 있다. 사리탑을 받든 금강계단(金剛戒壇)에는 팔정도(八正道)가 그려져 있다. 팔정도는 불교에서 깨달음의 경지인 열반에 이르게 위해 수행해야 하는 여덟 가지 덕목이다.대견보궁은 석탑만큼이나 수수하다. 단청을 하지 않은 데다 내부의 보개천장도 화려하지 않다. 대신 오백나한들이 법당 안을 가득 채우고 있다. 대견보궁 왼편에는 정성천왕(靜聖天王)을 모신 산신각과 암굴이 위치한다. 특히 암굴의 남쪽 입구 우측 바위에는 마애불이 음각돼 있어 눈길을 끈다. 아래쪽에 연화대좌를 새겨놓고 5개 원형이 중복되게 그려져 있는데 이는 화염문에 휩싸인 부처의 모습을 형상화한 것이라고 한다. 밀교문양인 '유가심인도(瑜伽心印圖)'와 거의 동일하다. 유가읍, 유가사 등 지명과 밀교의 연관성을 짐작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동굴 안은 참선하기 적합한 공간이다. 작은 공간에 적당한 빛이 천장을 통해 들어와 아늑함이 느껴진다. 동굴 왼쪽 편에는 참꽃 군락지로 이어지는 데크가 조성돼 있다.◆산 정상 부근에 출렁이는 분홍의 바다데크를 따라 조금만 오르면 참꽃 군락지를 만날 수 있다. 규모만 99만1천735㎡(30만평)에 달한다. 매년 봄이면 참꽃이 만개해 진분홍의 화원을 만들어낸다. 호랑이 등뼈 같은 능선을 따라 분홍의 바다가 출렁이는 모습을 보면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실로 장관이다. 전국 각지에서 상춘객이 몰려든다. 참꽃으로 가득한 비슬산의 봄 풍경을 눈에 담기 위해서다. 올해 비슬산 진달래의 개화 시기는 4월 중순쯤이다.진달래꽃은 김소월의 시로도 친숙하다. 우리민족의 고유한 정서를 공유하는 꽃이다. 학명(korean rosebay)에도 한국이 들어간다. 꽃을 먹을 수 있고, 약에도 쓰여 '참꽃'이라 부른다. 두견화(杜鵑花)라고도 부르는데 두견새(소쩍새)가 울 무렵 흐드러지게 피고, 색도 두견새의 입속과 닮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또 다른 전설도 내려온다. 위나라의 침략으로 망한 촉나라 황제 두우의 이야기다. 죽어서 두견새로 환생한 그는 매년 봄이면 촉나라로 돌아가고 싶다며 '귀촉, 귀촉 ,귀촉'하고 울었는데 붉은 진달래만 보면 더욱 슬프게 울었다고 한다.달성군은 참꽃을 하나의 축제로 만들었다. 개화 시기에 맞춰 '참꽃 문화제'를 열어 단순히 참꽃을 보는 데만 그치지 않고 관광객이 다양한 문화·예술 공연을 관람하고 체험하도록 구성한 것이다. 행사 기간 산신제를 시작으로 △축하 공연 △생활예술페스티벌 △참꽃가요제 △반딧불이 버스킹 △참꽃 시화전이 열리고 각종체험 부스와 포토존이 운영돼 왔다. 코로나19로 인해 올해도 행사가 취소됐지만 산행은 가능하다.비슬산에는 참꽃 외에도 중요한 자원이 있다. 바로 천연기념물 제435호로 지정된 암괴류다. 암괴류는 주로 각진 거력(기반암에서 떨어져 나온 큰 암석 덩어리)으로 이뤄진 다량의 암괴가 사면의 최대경사 방향 또는 골짜기를 따라 흘러내리는 듯한 상태로 쌓여 형성된 지형을 말한다. 대견사 벼랑 아래 계곡에 발달된 너덜겅도 전형적인 암괴류다.특히 비슬산 암괴류는 중생대 백악기 화강암의 거석들로 이뤄져 독특한 경관을 연출한다. 길이 2㎞, 폭 80m, 두께 5m에 달하고 암괴들의 직경도 1∼2m에 이른다. 국내에 분포하는 암괴류 중 규모가 가장 커서 학술적·자연학습적 가치가 크다. 글=박종진기자 pjj@yeongnam.com 자문=송은석 대구문화관광해설사지난해 대구 달성군 비슬산 대견사 능선 참꽃 군락지를 찾은 등산객들이 꽃망울을 활짝 터뜨린 진달래꽃 사이를 걸으며 봄 정취를 만끽하고 있다. 올해 비슬산 진달래꽃 개화 시기는 다음주쯤으로 예상된다. 〈영남일보 DB〉일제강점기 때 폐사된 뒤 100여 년 만에 중창된 대견사. 〈영남일보 DB〉
2022.04.07
[달성 12경, 색다른 매력에 빠지다] (1) 옥포 벚꽃길과 옥연지 송해공원
■ 시리즈를 시작하며= 대구 달성은 천혜의 자연과 함께 유서 깊은 문화유산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 고장이다. 또 대구시 지정 1·2호 관광지를 보유한 지역의 대표적인 관광 도시이기도 하다. 최근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달성은 언택트(Untact) 관광지로 더욱 주목받고 있다. 탁 트인 대자연에서 심신을 달랠 수 있는 명소가 즐비한 데다 한가롭게 둘러볼 만한 역사문화 유산도 산재해 있어서다. 달성의 대표 명소인 '12경(景)' 역시 코로나 시대 '슬기로운 여행지'로 손색이 없다. 영남일보는 오늘부터 '달성 12경, 색다른 매력에 빠지다' 시리즈를 연재한다.◆벚꽃 터널에 내리는 '연분홍 꽃비''대구 아름다운길' 선정 옥포 벚꽃길달성 노인복지회관~송해공원 구간봄이면 개나리·산수유 어우러져사계절 내내 나들이 명소로 인기데크길도 마련돼 산책하며 봄 만끽어느덧 낮이 밤보다 길어진다는 춘분(春分)이 지났다. 며칠 동안 비가 촉촉이 대지를 적시더니 여지없이 봄이 찾아왔다. 공기의 냄새, 느낌마저 다르다. 볼을 스치는 바람도 살갑다. 완연한 봄이다. 전령사들은 바쁘게 봄소식을 알린다. 개나리와 산수유, 매화는 꽃망울을 터트렸고 목련도 우윳빛 뽀얀 얼굴을 내밀고 있다. 상춘객(賞春客)의 발걸음을 재촉할 벚꽃도 가장 극적인 등장을 위해 시기를 조율하는 중이다. 어느 정도 '밀당'을 벌이다 이내 꽃망울을 터트릴 기세다. 올해 대구지역 벚꽃 개화 시기는 평년보다 조금 이르다. 대구의 벚꽃 명소로는 이월드와 두류공원, 팔공산, 아양교 등이 손꼽힌다. 매년 분홍색 벚꽃이 만개하면 인산인해를 이룬다. 사람 반 꽃 반이다. 달성에도 벚꽃놀이를 즐기기 좋은 곳이 많다. 대표적인 장소가 옥포 벚꽃길이다. 달성 12경 중 하나인 옥포 벚꽃길은 '대구 아름다운 길'에 선정될 정도로 빼어난 경관을 자랑한다. 빽빽이 하늘을 가린 연분홍 꽃잎과 노란 개나리가 함께 어우러져 봄 분위기를 제대로 느낄 수 있다. 팬데믹 이전에는 매년 벚꽃축제도 열릴 정도로 지역의 대표 명소로 자리매김했다. 접근성도 나쁘지 않다. 화원옥포 IC, 도시철도 설화명곡역과 불과 2㎞ 정도 떨어져 있다.옥포 벚꽃길은 달성군 노인복지회관부터 옥연지 송해공원까지 약 1㎞ 구간 이어진다. 차량을 이용해 벚꽃 터널을 통과하는 '낭만 드라이브'를 즐길 수 있고, 차도 오른편에 산책로가 따로 마련돼 있어 좀 더 여유로운 봄나들이도 가능하다. 송해공원 제1주차장으로 이어지는 산책로 주변에는 개나리와 산수유꽃, 복사꽃이 함께 피어 꽃놀이의 즐거움이 배가 된다. 산책로와 맞닿아 있는 기세곡천 너머에도 벚꽃길이 조성돼 있다. 최근에는 데크길까지 마련돼 나들이가 한결 수월해졌다. 옥포 벚꽃길은 산책로와 둘레길이 잘 갖춰져 있어 봄뿐만 아니라 사계절 내내 가족 혹은 연인·친구들과 나들이를 즐길 수 있다.비슬산 대견봉 북쪽 사면에서 발원한 기세곡천은 낙동강으로 흘러나간다. 상류에는 용연사(龍淵寺)가 자리하고, 중류에는 옥연지(玉淵池)가 있다. 기세곡천은 2016년 국토교통부가 주관한 국가·지방하천사업 공모에 선정돼 정비공사가 한창이다.옥포에 벚꽃길이 생기게 된 데는 '군항제(軍港祭)'로 유명한 경남 진해와 연관이 있다. 1963년 옥포양조장을 운영하던 채상기씨가 진해를 다녀온 뒤 벚꽃의 아름다움에 매료돼 자신의 고장에 벚꽃길을 만들게 된 것이다. 후세를 위해 용연사 길목에 벚나무 수백 그루를 정성 들여 심은 채씨의 '아름다운 발자취'는 벚꽃길 한쪽에 자리 잡은 공덕비에 고스란히 남겨져 있다. 공덕비에 따르면 생전에 그는 "오늘 내가 남긴 발자국은 뒤에 오는 이에게는 소중한 길이 된다"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매년 봄이면 유가 한정리 달창저수지와 다사읍 박곡리에도 연분홍색 강이 흐른다. 달창저수지 벚꽃길은 한정교 초입~가태길~달창저수지 호반길을 따라 3㎞ 정도 이어진다. 수령 30~40년생 벚나무 800여 그루가 식재돼 있어 꽃놀이를 즐기기에 부족함이 없다. 다사읍 이천리에서 박곡리로 이어지는 길도 벚꽃 드라이브 코스로 인기다.옥포 벚꽃길만으로 성이 차지 않는다면 '벚꽃 여행지 리스트'에 두 곳을 추가하면 된다.◆볼거리 가득한 '핫플레이스'대구 '뷰 맛집' 옥연지 송해공원국내 최초 물 위에 띄운 달 조형물해 지면 달 그림자 야경과 함께 운치백세교 조형물도 포토존으로 활약하늘정원은 송해공원 최고전망 자랑벚꽃길이 끝나는 게 아쉬울 때쯤 너른 못이 눈에 들어온다. 옥연지, 송해공원이다. 원로 방송인 송해 선생의 이름을 딴 이곳은 새로운 '핫플레이스(hot place)'로 떠오르고 있다. 셀럽(Celeb·Celebrity 줄임말) 마케팅이 성공한 대표적인 관광지다.나고 자란 고향은 아니지만 송해 선생과 달성군의 인연은 깊다. 황해도 출신인 그는 6·25전쟁 때 남쪽으로 건너왔다. 원래 이름은 송복희였으나, 남하하는 배에서 망망대해를 바라보며 자신의 이름을 바다 해(海)로 바꾸었다고 한다. 이후 그는 달성공원에서 통신병으로 복무 중 부인을 만나 인연을 맺게 된다. 부인 석옥이씨는 옥연지 동쪽 산자락에 자리 잡은 '기세마을' 사람이었다. 실향한 그에게 처가인 달성은 '제2의 고향'인 셈이다. 이러한 인연으로 송해 선생은 2011년 달성군 명예군민, 2012년 달성군 홍보대사를 지내기도 했다.공원에는 볼거리가 다양하다. 백년 수중다리, 바람개비 쉼터, 전망대, 풍차 등이 나들이객의 발길을 유혹한다. 옥연지 위에 떠 있는 커다란 보름달도 눈길을 끈다. 국내 최초로 물 위에 띄운 달 조형물이라고 한다. 지름이 5m, 무게만 500㎏에 달한다. 특히 밤에는 물에 비친 달그림자가 주변 야경과 더불어 운치를 자아낸다.무병장수를 기원하는 '백세교' 입구에 설치된 조형물도 포토존으로 맹활약 중이다. 이 조형물은 '2020 달성대구현대미술제'에 출품된 김병규 작가의 작품으로 사랑을 고백하는 연인의 다정한 모습을 형상화했다. 송해공원 둘레길은 필수 탐방 코스다. 옥연지 일대 생태 환경을 가까이서 살펴보며 한적하게 산책을 즐길 수 있다. 옥연지 위를 태극 모양으로 가로지르는 백세교를 건너면 둘레길이 시작된다. 다리 중앙에 위치한 백세정에서 옥연지 풍광을 오롯이 담은 뒤 둘레길로 진입하면 된다. 둘레길을 걷다 보면 상수리나무와 고욤나무 연리목, 감태나무 연리지를 만나고, 일제강점기 금을 캐던 폐광산에도 들어가 볼 수 있다. 이름하여 옥연지 금굴. 금굴은 길이 120m, 폭 2.7m, 높이 1.9m 규모로 용과 금을 테마로 화려하게 꾸며져 있다.공원 한쪽에는 송해기념관도 들어서 있다. 지난해 말 문을 열었다. 기념관은 메인홀과 주제관으로 나뉘어 있다. 송해 선생의 60여년 활동상을 살펴볼 수 있는 영상물(전국노래자랑·영화·위문공연·오락프로·캠페인)과 물품(의류·신발·가방·음반·대본·악기·상패) 등 432점이 전시돼 있고, 카페와 하늘정원도 갖추고 있다. 하늘정원은 송해공원 최고의 전망을 자랑한다. 뷰 맛집이다. 기념관 앞에도 심상찮은 조형물이 서 있다. 높이 10m 크기의 '호기심 많은 토끼'다. 거대한 크기와 함께 진분홍의 강렬한 색채로 단숨에 방문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핫플'인 만큼 공원 주변은 항상 차들이 꼬리를 문다. 천막을 세워 지은 상설장터에는 사람들 발길이 끊이지 않고, 공원 주변 상가도 북새통이다. 방문객을 환영하듯 공원 내 커다란 물레방아가 철퍽철퍽 돌고, 분수도 연신 하늘을 향해 솟아오른다. 내친김에 비슬산 자락에 있는 용연사도 들러보면 금상첨화다.글=박종진기자 pjj@yeongnam.com자문=송은석 대구문화관광 해설사사진=달성군 제공공동기획 : 달성문화재단매년 봄이면 대구 달성군 노인복지회관부터 옥연지 송해공원까지 약 1㎞ 구간에 걸쳐 벚꽃이 장관을 이룬다. 차도 외에도 산책로와 데크길이 마련돼 있어 여유로운 봄나들이가 가능하다.달성 유가면 한정리 달창저수지 인근 벚꽃길 전경.옥연지를 가로지르는 백세교 중앙에 위치한 백세정.
2022.03.28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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