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겸이 ‘박정희’를 소환한 까닭은…대구 판 흔들 ‘승부수’

  • 서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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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4-02 17:53  |  수정 2026-04-02 21:13  |  발행일 2026-04-02
2014년 선거 당시 내건 ‘박정희컨벤션센터’ 공약 재추진
외연 확장 행보… 당내서도 현실적 전략으로 용인 분위기
홍준표 전 시장 공개 지지까지 더해져…대구 표심 향방은
3월 30일 대구 중구 2·28기념중앙공원에서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기자회견을 열고 오는 6월 지방선거 대구시장 출마를 공식 선언하고 있다. 김 전 총리는 대구의 위기를 지역소멸과 독점 정치 구조에서 찾으며, 여야 경쟁을 통한 양팔 정치로 지역 현안을 풀겠다고 밝히고 있다. 영남일보DB

3월 30일 대구 중구 2·28기념중앙공원에서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기자회견을 열고 오는 6월 지방선거 대구시장 출마를 공식 선언하고 있다. 김 전 총리는 대구의 위기를 지역소멸과 독점 정치 구조에서 찾으며, 여야 경쟁을 통한 '양팔 정치'로 지역 현안을 풀겠다고 밝히고 있다. 영남일보DB

대구시장 선거에 재도전하는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박정희' 카드를 다시 꺼내 들었다. 2014년 첫 대구시장 도전 당시 내걸었던 '박정희 컨벤션센터' 공약을 다시 테이블 위에 올린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정치인이 보수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를 선거운동 전면에 내세운 건 이례적일 뿐 아니라 모험에 가깝다. 김 전 총리는 더 나아가 당내 인사들과 향후 선거전략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예방과 보수정당 출신의 지역 주요 인사 접촉 방안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수 성향의 견고한 TK 정치지형을 정면으로 부닥쳐 보겠다는 전략적 선택으로 분석된다.


김 전 총리는 2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대구에 '엑스코'라는 아무런 이름이 없는 전시센터가 있는데, 광주에는 '김대중 컨벤션센터'가 있지 않느냐"며 "시민이 교류할 수 있는 광장 문화가 필요하다. 엑스코라고 부를 바에야 '박정희 엑스코' '박정희 컨벤션센터'로 부르면서 양쪽(대구·광주)이 교류를 하면 서로 간 이해도가 확 높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구 달성군에 거주하는 박근혜 전 대통령을 만날 의향도 내비쳤다. 김 전 총리는 "박 전 대통령이 아끼는 유영하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뛰고 있기 때문에 허락을 해야 한다"고 단서를 달았지만, 여건이 갖춰질 경우 만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김 전 총리는 박 전 대통령을 예방해야 한다는 생각을 2014년 지방선거 때부터 가졌던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유영하(대구 달서구갑)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국가 원로인 전직 대통령을 여당 시장 후보가 예방하는 것이 국민통합 차원에선 바람직한 일이지만, 선거 때 표를 의식한 겉보기 예방이 아니길 바란다"며 "예방 전 정부여당에 대통령의 실질적 명예회복 방안을 촉구하고 가시적인 성과를 먼저 보이라"고 촉구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TK에서 여전히 강한 상징성과 영향력을 지닌 인물이다. 김 전 총리의 이 같은 움직임은 중도층은 물론 보수 유권자의 경계심을 낮추고 외연을 확장하려는 승부수로 해석된다. 최근 민주당의 기조 변화와도 맞닿아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4월 민주당 대선 후보가 된 직후 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며 진영 논리를 넘어서려는 시도를 한 바 있다.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측 한 관계자는 "김 전 총리는 2·28기념중앙공원 출마 기자회견에서도 '민주당'과 '이재명' '정청래'를 내세우지 않았다"며 "오히려 보수를 위해서라도 회초리를 들어야 한다는 논리를 폈는데, 이는 전략적인 선택으로 우리 당으로서는 기분은 나쁘지만 상당히 위협적인 말이기도 하다"고 평가했다.


사실 김 전 총리는 2014년 대구시장 선거에서도 유사한 전략을 구사했다. '박정희 컨벤션센터 건립' 등의 공약을 내걸고, 박근혜 전 대통령과 함께 찍은 사진을 선거 현수막에 활용했다. 하지만 당시엔 기대만큼의 효과는 거두지 못했다. 오히려 당내 정체성 논란을 불러일으키기까지 했다. 그는 이번에 출사표를 던지면서 "12년 전 하도 대통령과 당이 다르면 일을 못한다고 해서 박 전 대통령과 찍은 사진 내걸었다가 당에선 난리나고 표도 안 나왔다"고 회고했다.


12년이 지난 지금, 그 전략은 통할 수 있을까. 긍정적으로 보는 측은 김 전 총리가 박근혜정부 시기엔 '야당' 후보였지만 지금은 이재명정부의 '힘 있는 여당 후보'라며 정치적 환경이 크게 달라졌다는 점에 주목한다. 당내에서도 '아쉽지만 현실적인' 전략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대구에서 민주당 소속으로 이번 지방선거에 나서는 한 인사는 "동대구역광장의 박정희동상도 있는데 자칫 박정희가 TK 상징이 될까 우려는 있다"면서도 "그래도 대구 특수성을 고려하면 전략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간절함의 표현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선거 막판 이탈할 수 있는 (보수층) 민심을 붙잡는 차원에서라도 그 정도는 감수해야 한다"며 "'다 열어 놓고 포용하면서 함께 간다'는 메시지를 줄 순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김 전 총리를 지지하는 의사를 밝히면서 정치권이 들끓고 있다. 홍 전 시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후임 대구시장은 능력 있고 중앙정부와 타협이 되는 사람이 돼야 한다"며 "민주당을 지지한 게 아니라 김부겸을 지지한다"고 했다. 김 전 총리도 즉각 호응했다. 그는 MBC 라디오에서 홍 전 시장과의 만남에 대해 "약속은 아직 안 잡혔지만 만나야 한다"고 했다.


다만, 두 사람의 연대 가능성에 큰 의미를 부여하는 중앙정치권과 달리 대구지역 정치권은 분위기가 다소 다르다. 대구지역 국민의힘 소속 한 인사는 "우리 당이 배출한 전임 시장이지만, 워낙 대구에서 인기가 안 좋다"며 "홍 전 시장이 그렇게 하는 바람에 김 전 총리의 당선이 힘들 수도 있다. 도와주는 게 아니고 방해하는 것"이라고 폄훼했다. 지역 민주당 분위기도 대체적으로 뜨뜻미지근하다. 대구시당 핵심 관계자는 "나쁠 것도 없지만, 이번 지지 선언으로 표가 움직일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면서 "김부겸 돌풍을 보여주는 하나의 에피소드 정도로, 이슈는 되고 있으니 괜찮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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