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2주년 대구 출신 곽결호 水資公 사장

  • 입력 2007-09-11 07:20  |  수정 2007-09-11 07:20  |  발행일 2007-09-11 제29면
방만경영 대수술 '위기의 公기업'살렸다
조직·물 관리 운영 방식 등 일대혁신
댐 주변 주민 대상 다양한 복지사업
'올해의 존경받는 기업대상'받기도
취임 2주년 대구 출신 곽결호 水資公 사장

한국수자원공사(K-water)는 수자원을 종합적으로 개발·관리해 생활용수 등의 원활한 공급, 수질 개선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공기업이다. 수자원개발 및 발전, 댐 관리, 수도시설 건설 및 운영·관리, 신도시 건설, 상·하수도 분야에 관한 지방자치단체 및 관련 사업자에 대한 기술지원과 교육사업 등을 한다. 올해 창립 40주년을 맞았다. 전국적인 조직망을 갖추고 임직원 만도 4천여명에 이르는 수자공을 이끄는 최고경영자(CEO)는 대구 출신 곽결호 사장(사진)이다. 오는 21일 취임 2주년을 맞는 곽 사장을 경기도 과천시에 있는 수자공 수도권지역본부에서 만났다.

2005년 9월 곽 사장이 11대 CEO로 취임할 즈음 수자공은 최악의 위기에 처해 있었다. 전임 CEO가 댐공사 업체에게서 뇌물을 받은 혐의로 수사를 받다가 구속되는 바람에 경영공백 상태가 1년가량 이어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곽 사장 취임 직후에는 노조위원장이 인사청탁비리로 구속됐다. 곽 사장 취임 전의 일이지만 조직 전체에 위기감이 팽배했다.

"공기업은 배타적·독점적으로 국민들께 공공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이죠. 경쟁없이도 굴러갈 수 있기 때문에 공기업 구성원의 이해관계에 따라서 흘러갈 개연성이 많은 곳입니다. 불합리한 관행, 도덕적 해이, 방만한 경영 같은 위험에 노출되기 쉬운 셈이지요."

곽 사장은 그 때까지 수자공도 그런 폐단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국민들은 공적 서비스를 더 이상 '수혜'로 생각하지 않고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로 인식하는데, 그런 시대의 변화에 대처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인식이었다.

주저할 것 없이 '혁신'에 나섰다. 곪은 곳이 어디인지, 상처가 얼마나 깊은지를 진단하고 처방전을 만든 뒤 곧 대수술에 들어갔다. 조직·인사·경영 부분은 물론이고 사내 풍토까지 메스를 댔다. 대전 본사의 인원을 20% 줄여 현장에서 '고객'과 직접 대면하는 부서로 보냈다. '직급 파괴'도 했다. 객관적 인사고과를 기준으로 1급 보직에 2급을, 2급 보직에 1급을 앉혔다. 취임 직후 3년간 수돗물 요금을 동결했기 때문에 재무구조가 나빠졌지만 원가절감 등 강도높은 경영혁신으로 개선했다. 사원들 사이의 인화에도 힘쓴 결과 동료를 비방하는 투서, 내부 통신망의 악성 글이 사라졌다.

이같은 사내 혁신 외에 대국민 서비스 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도 일궈냈다. 세계 최초로 'IT 기반의 수도통합운영시스템'을 구축한 일이다. 곽 사장은 "정수장에 들어 오는 물의 양, 수질 정도, 약품 투입량 등 수돗물 생산의 전 과정이 한 장소에서 통제되는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권역내 모든 수도 시설을 과천과 청주의 통합운영센터에서 원격 감시하고, 개별 취수장과 가압장의 모든 현황이 종합상황실 화면에 나타나면 이를 컴퓨터로 조작해 통제하는 '물 관리 운영 방식의 일대 혁신'을 이뤄낸 것이다.

곽 사장은 기업, 특히 공기업은 사회 봉사활동을 게을리해선 안된다는 철칙을 갖고 있다. 수공 사장 취임 후에는 댐 시설 인근 주민을 대상으로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벌였다. '효 나눔 복지센터' 개소, 학교 정수시설 개선, 해수담수화 사업을 통한 급수난 해소, 직원들의 개별 봉사활동 전폭 지원 등이 대표적이다.

곽 사장은 "댐 상류 지역은 개발규제 등으로 간접 피해를 당하고 있어 젊은이들은 떠나고 노인들이 많다"며 "남아 있는 노인들에 대한 효도는 우리가 해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합천 댐 인근의 효 나눔 복지센터에서는 물리치료실, 풍물방 등 여가 활용 시설, 이·미용 시설 등을 갖춰 노인들을 살뜰하게 보살펴 인기 폭발이다. 또 해당지역 초등학생을 위해선 원어민 영어교육도 지원한다. 안동댐 주변 지역에서는 수자공과 경북도교육청·안동대·영남대가 함께 참여하는 원어민 영어교실이 매주 토요일 열려 학부모들에게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2년 동안에 걸친 이런 안팎의 노력들은 고스란히 결실로 되돌아왔다. 'GS 경영대상' '올해의 존경받는 기업대상' 등을 수상했고, 특히 지난해와 올해 2년 연속으로 한국언론인포럼이 시상하는 '한국사회공헌대상'을 받았다. 또 캄보디아·베트남 등 10여개국이 수자공에서 물 관리 노하우를 배워갔다.

곽사장 개인으로서는 얼마전 유네스코 산하 물·환경 교육기관인 IHE의 이사로 선임되는 영예를 누렸다. 유네스코 IHE는 지난 50년 동안 162개국 1만3천600여명의 석사과정 이상의 전문가를 양성한 세계적 교육기관으로,국제수질환경공학과정을 수료한 바 있는 곽 사장은 모든 동문을 대표해 이사에 선임됐다. 올해 61세인 곽 사장은 달성군 유가면 본말리가 고향으로 지금은 폐교된 한정초등을 다녔다. 유가면은 경남 창원과 경계지역이어서 창녕 대성중과 달성 구지중을 반반씩 다녔다. 고교는 부산공고로 진학했다. 대학은 영남대 토목공학과를 나왔으며, 네덜란드 델프트 공대, 서울대 환경대학원, 미국 콜럼비아대(환경공학 박사과정)에서 차례로 수학하고 한양대에서 환경공학박사를 받은 학구파다. 그는 "초등학교는 경북(당시 달성군은 경북도에 속했다)에서, 중학교는 경남에서, 고등학교는 부산에서, 대학교는 대구에서 다녔으니, 나야말로 진짜 영남사람"이라며 웃었다.

기술고시(9회·토목직) 출신으로 건설교통부에서 잔뼈가 굵은 뒤 1994년 환경부가 신설되자 창설 멤버로 옮겼다가 2004년 2월 '내부 승진 1호'로 환경부 장관에까지 올랐던 그에게 앞으로의 계획을 물어봤다.

"건교부에서 20년, 환경부에서 10년을 일했습니다. 개발(건설)과 환경은 항상 부딪치는 분야지요. 양쪽 조직에서 다 근무해 본 경험은 흔치 않을 겁니다. 이런 장점을 살리면서 나라와 사회 발전에 기여할 방법이 무엇인지 찾아보고 힘을 보태려 합니다."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