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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천이 수입와인에 맞서 ‘한국와인산업의 메카’가 되고 있다. 김주영 대표가 지난달 27일 까브스토리를 찾은 고객에게 와인을 따르고 있다. |
우리나라는 자랑스러운 의병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의병은 나라가 누란의 위기에 처할 때마다 자발적으로 일어나 조국을 구했다.
영천의 포도농가에서도 의병이 일어났다. 일명 ‘와인의병’이다. 한-칠레, 한-미, 한-유럽 FTA체결로 가격경쟁력까지 갖춘 수입와인이라는 골리앗에 맞서 영천의 포도농가가 와인의병이 됐다. 예전 관군이 그랬듯 영천시도 물심양면으로 의병을 돕고 있다. 영천은 국내 포도재배면적의 12.4%, 생산량 13%로 전국 1위의 포도주산지이면서 생산지다. 이는 일조량이 많고 강수량이 적어 당도 높은 포도를 생산하기에 유리한 조건을 갖췄기 때문이다.
영천시는 2003년 경북대와 영천시농업인들이 공동출자한 <주>경북대 포도마을이 창립되면서 본격적인 양조용 포도를 수매하기 시작했다. 2005년에는 ‘로얄캠벨’이라는 브랜드로 시판용 와인이 첫 출시되고, 2006년에는 <주>한국와인이 설립돼 4종류의 와인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2007년에는 영천와인산업단을 발족시키는 등 영천이 한국의 보르도로 탈바꿈하고 있다.
현재 영천에는 대향, 별길 등 농가형 와이너리 11곳, 까브스토리 등 마을형 와이너리 3곳, 성덕대학의 교육형 와이너리, 한국와인 등 공장형 와이너리 3곳을 포함해 총 18개소에서 750ml 기준 연간 20만병을 생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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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형태 ‘한국와인’ 회장이 자체에서 생산한 와인을 든 채 포즈를 취하고 있다. |
◇마을형 ‘까브스토리’
양조용 포도 따로 재배
일정 수준 당도 맞추려
수확시기 등 철저관리
“신토불이 명품 기대를”
◇공장형 ‘한국와인’
15종의 포도 자체 재배
‘뱅꼬레’ 굿디자인 선정
아이스와인도 첫 개발
“대기업 등서 구매해야”
◇‘대향’ 등 농가형
국내선 처음 11곳 발족
공동브랜드‘씨엘’사용
작년 2만명 와인투어
농가당 3천만원 수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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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동규 ‘대향’ 대표가 자체에서 생산한 와인을 든 채 포즈를 취하고 있다. |
◆까브스토리(마을형 와이너리)
“포도를 직접 재배하지 않으면 와인을 만들지 말라.”
농민이자 와인마스터인 까브스토리(Cave Story·영천시 금호읍 성천리 386) 김주영 대표(55)의 말이다. 그는 30년 포도농사의 달인이다. 90년대 초 포도밭에 ‘비가림 비닐’을 국내 최초로 개발한 장본인으로 병충해와 열과를 방지하고, 포도의 당도를 획기적으로 높였다. 또 바이러스무독묘목 접목기술을 최초로 개발했다.
김 대표가 와인 개발에 힘을 쏟은 계기는 1996년 영천지역포도농가 50가구와 함께 영농조합을 설립하면서부터다. 그는 오크통과 여과기 등 양조기자재를 구입·설치해 자체적으로 와인생산에 나섰다. 하지만 당도와 산도, 색깔 등이 제대로 나오지 않아 수없이 시행착오를 되풀이했다.
“결국 원료가 답이었습니다. 생과용 포도와 양조용 포도를 분리시켜 재배해야 한다는 걸 몰랐습니다. 국내산 생과용 포도는 당도 24브릭스(Brix·당도를 나타내는 척도), 알코올도수 12% 이상 나올 수 없습니다. 당도를 맞추기 위해서 설탕이나 기타 첨가물을 넣을 수밖에 없었지요.”
그는 10년 전부터 양조용 포도를 따로 재배했다. “양조용은 생과용에 비해 알이 작고 포도송이가 쪼글쪼글합니다. 또 당도를 높이기 위해 서리가 내리는 10월까지 수확을 하지 않아야 합니다. 생장촉진제를 쓰면 당도가 떨어지고 향이 사라집니다.”
까브스토리에 납품하는 포도영농조합은 수매 원칙이 있다.
첫째, 수확시기는 10월20일 이후, 완숙포도를 원칙으로 하고 당도가 23브릭스 이상 돼야 한다. 이는 첨가보당을 하지 않기 위함이다.
둘째, 공기접촉을 최대한 줄이고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 수확 당일 파쇄한다.
셋째, 자연발효를 시킨다.
까브스토리가 생산한 와인은 병 라벨에 ‘근본이 다르다’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이는 다른 와인과 차별을 두기 위해서다.
까브스토리는 2010년 10월 금호평야가 훤히 보이는 곳에 총 건평 1천400㎡(지하 와인저장고 750㎡, 와인판매관, 연구실, 교육장, 와인천연염색갤러리, 시음장 등 700㎡) 규모의 와이너리를 만들었다. 테라스 길이만도 100m가 넘는다. 와인포도나무체험관에는 10m에 달하는 포도나무가 심겨져 있다.
김 대표는 “30년 뒤에는 이 포도나무가 전주처럼 굵어질 것”이라며 “그때 쯤이면 한국의 명물이 될 것”이라고 자신있게 말했다.
까브스토리는 100㏊나 되는 자체 포도재배지를 보유하고 있다. 이곳에서 생산하는 2천t 중 50~100t을 와인으로 만들고 있다.
김 대표의 노력으로 까브스토리는 올해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이 인증하는 스타팜으로 지정됐다. 또 올해 전세계 47개국 300여명의 소믈리에가 참가한 가운데 대전에서 열린 국제소믈리에협회(ASI) 총회 및 아시아·오세아니아 소믈리에대회에서 공식만찬주로 선정되는 영광을 안았다.
이곳에서는 캠벨어얼리, 블랙 올림피아, 머스카트 베일리A, 로자리오 비앙코, 아이스와인 등 다양한 종류의 와인을 2만5천~6만원대에 판매하고 있다. 까브스토리는 ‘와인 만들기 체험’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2천여명의 체험객이 다녀갔으며 올해는 5천명 이상이 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체험객은 이곳에서 숙성된 포도의 즙을 짜 보는 등 와인을 직접 만들어 볼 수 있다.
김주영 대표는 호주의 시라, 프랑스의 카베르네 쇼비뇽과 같이 영천의 토양에 가장 알맞은 양조용 포도나무를 발굴해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는 고유의 와인을 개발하는 게 꿈이다. 현재 따로 개간한 재배지에다 10가지 종류의 포도나무를 심어 실험을 계속하고 있다. 김 대표는 “신토불이 명품포도주로 세계 10대 와이너리에 드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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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까브스토리에서 자라는 10m 높이의 포도나무. |
◆한국와인(공장형 와이너리)
<주>한국와인이 출시하는 뱅꼬레(Vin Coree)는 프랑스어로 ‘한국와인’이란 뜻이다. 한국와인은 올 4월 최무선과학관이 들어선 영천시 금호읍 원기리에 바로 붙어있다. 공장규모는 부지 1천335㎡, 건평 651㎡의 2층 건물이다. 또한 와인셀러(지하)와 갤러리를 갖추고 있다. 건물의 색상이 보라색과 분홍색이라 금방 눈에 띈다. 생산능력은 100t, 부속시설로 영천시 고경면에 1만6천㎡(5천평)의 포도밭이 있으며 이곳에서 15종의 포도를 재배하고 있다.
한국와인의 생산 품목은 뱅꼬레레드·화이트·로제·아이스와인 등이다. 특히 아이스와인은 그가 한국최초로 개발한 제품이다. 지난 5월 국제소믈리에협회(ASI) 총회 및 아시아·오세아니아 소믈리에대회에서 까브스토리와 더불어 공식만찬주로 선정되기도 했다. 올해부터는 국군복지단이 운영하는 2천200곳 마트에 아이스와인을 납품하는 개가도 올렸다. 뱅꼬레 아이스와인은 부드러운 타닌 맛과 포도향이 일품이다.
한국와인의 하형태 회장(58)은 경북대 농화학과 출신으로 농화학박사과정을 수료한 정통 와인마스터다. 김주영 대표가 30년간 포도농사와 와인개발에 매진했다면 하 회장은 30년간 기업에서 와인연구·개발·마케팅을 거친 CEO다. 둘 다 ‘영천와인’의 소중한 인적 자산이다.
하 회장은 82년 두산주류 본사에 입사해 일하다 경산 마주앙 공장에 지원해 직영농장에서 포도품종개발과 품평을 맡았다. 90년대 초부터 프랑스, 독일 등 유럽과 호주 등으로 수차례 출장과 견학을 다녀오면서 선진 와인제조기술을 습득했다. 이같은 경험을 바탕으로 2006년 <주>한국와인을 설립해 이듬해 뱅꼬레를 출시했다.
‘벵꼬레’라는 브랜드네임은 마주앙에서 근무할 때부터 염두에 뒀던 이름이다. 한국디자인 진흥협회로부터 굿 디자인 상품으로 선정되는 등 병의 디자인과 라벨도 품격이 있어 보인다.
그는 한국인의 음식에 가장 어울리는 와인을 개발하는 게 꿈이다.
“누군가는 해야 했습니다. 우리 땅에서 생산되는 포도가 수입저가 와인에 밀려 고전하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 없었지요. 프랑스 보르도의 경우 1만개의 가족단위 농가형 와이너리가 있습니다. 수입저가 와인에 맞서려면 우리도 고급명품와인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인내와 기다림이 필요합니다.”
현재 국내 와인시장에서 국산와인은 3%에 불과하다. 수입와인 유통기업이 한국에서의 와인제조를 반가워 할 리 없다. 일본의 경우 자국 생산량이 전체 시장의 40%를 차지한다. 와인사대주의라 부를 만도 하다.
하 회장은 “‘국산 포도는 경쟁력이 없다’ ‘맛이 수입품 보다 못 하다’는 등의 편견과 오해를 불식시키는 게 우선”이라며 “경쟁력 있는 농가의 와인을 대기업이나 지자체 등에서 구매해야 시장이 확대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와인은 향후 인삼아이스·레드산삼아이스·오디·복숭아 와인개발에도 도전할 계획이다. 신토불이 과일로 명품와인을 만들어 세계시장에 한국와인의 우수성을 알리는 게 하 회장의 로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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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까브스토리 전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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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향 와이너리 전경. |
◆대향(농가형 와이너리)
영천시는 한국에서 처음 농가형 와이너리를 발족시켰다.
영천에 밀집한 포도농가의 여건에 맞게 건평 기준 66㎡ 이상으로 규정하고 와인숍, 작업실, 숙성실, 기타편의시설 설비를 지원했다. 지금까지 지원한 규모는 총 4억1천만원이다. 현재 대향을 비롯해 까치락골, 고도리, 우아미, 별길 등 지역마다 특색 있는 11개소의 농가형 와이너리가 선의의 경쟁을 하며 운영되고 있다. 이곳에서는 7월중순부터 12월까지 포도수확체험은 물론 양조실습, 시음, 미니게임을 할 수 있다. 바비큐 등 식사도 할 수 있다. 체험비는 성인 1만원, 어린이는 무료다. 영천시는 올해 영천의 문화와 관광자원을 연계해 와인투어를 확대 실시할 예정이다.
농가형 와이너리에서 생산하는 와인은 ‘씨엘(Ciel)’이라는 영천 고유의 공동브랜드를 사용하고 있다. 지난해 이곳을 다녀간 와인투어객은 총 2만여명, 와이너리 농가당 3천만원의 수익을 창출했다.
이중 한 곳인 대향 와이너리(영천시 금호읍 원제1길 27-16)는 포도집산지인 금호의 포도농장 중심에 있다. 대향은 ‘큰 향기’란 뜻으로 포도향에 승부를 걸고 있다. 포도의 품질이 워낙 좋아 와인으로도 손색이 없다. 지난해 자체포도밭 2㏊에서 생산한 와인은 약 2천병이다. 올해부터 아이스와인도 생산할 계획이다. 가격은 750ml 한병에 1만5천원선이다.
대향의 정동규 대표(50)는 23년간 포도농사에 전념한 농민으로 부인과 함께 와이너리를 운영하고 있다. 소믈리에 자격증도 있다.
정 대표는 “도시민들이 포도수확도 해 보고 와인도 직접 담그는 체험을 해볼 수 있다”며 “우리 땅에서 나는 우리 포도가 가장 몸에 좋다”고 웃으며 말했다.
박진관기자 pajika@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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