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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경순 <소설가> |
인도의 여성작가 아룬다티 로이는 소설이건 정치 에세이건 자신이 쓰는 글의 주제를 권력 있는 자와 권력 없는 자의 관계와 그들의 끝없는 갈등으로 잡았다. 그녀는 소설 ‘작은 것들의 신’에서 권력과 자본을 가진 자와 갖지 못한 자 사이에 형성되어 온 경계선을 가로지르면서 거대담론들을 들추어내고, 권력과 거대한 자본 밑에 배제되고 가려진 작은 것들의 파편화된 삶을 세밀하게 들여다봤다.
최근 현실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 가령 거대한 국가의 자본지배, 전쟁, 글로벌리즘, 서구문화의 우월성 등은 인간의 보편적인 이해의 범위를 넘어서는 것이라 지적하면서 작가, 시인, 예술가들을 사회적 진실을 고발하고 역사를 수정하는 원동력으로 바라봤다. 그들이야말로 세계를 이해하고 사람을 평가하는 가장 강력한 틀로써의 이데올로기와 자본의 모순을 지적할 수 있으며, 층화되고 분리된 사회에서 사회적 뒤섞임과 각 층을 묶어주는 인간적 상호작용에의 길을 찾을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또한 그들은 실생활에서 일어나는 일들, 즉 오늘의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부정적 역사, 보이지 않는 힘으로 가족과 집을, 기회를, 존엄성을, 미래를 잃어버리는 것에 관한 생생한 실화를 분명히 말할 수 있다고 로이는 보고 있다.
이처럼 그녀의 인간적인 삶에 대한 모색은 자의식의 필연성을, 즉 소외된 자들의 삶에 대해 도덕적 사회적 책임감을 가지는 우리 모두의 진지한 임무를 담고 있다. 자의식의 본질은 서구사상에서 유구한 역사를 지니고 있다. 델포이 신탁의 ‘너 자신을 알라’로부터 현재 심리학, 윤리학, 인식과학에서의 논쟁에 이르기까지 긴 역사를 지니고 있다. 특히 인간 내면에 이성이 지배하는 코스모스 세계와 오만으로 가득 찬 혼돈의 카오스 세계가 함께 존재함을 시사하는 델포이 신탁은 아무리 옳은 신탁을 내려도 인간이 자신에게 유리한 입장으로 해석하면 오히려 해를 자초한다는 교훈을 준다. 사실 이 유구한 역사를 추적할 필요는 없지만 우리가 이 지점에서 간과할 수 없는 것이 있다. 바로 자의식에 관한 역사에서 규칙적으로 반복되는 패턴이 있는데, 그것은 자의식이 자아가 의식의 주체이자 대상이 되는 것을 조건으로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조건은 새로운 인식의 방식, 즉 자신에게 중요한 것을 발견할 뿐만 아니라 인류에게도 중요한 것을 발견하는 것이며, 아울러 두려움과 상실의 깊은 늪 속에 있는 작은 역사들을 드러내는 행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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