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저력, 우리는 대구 경북인] IT창업 성공학 개론 (4)핸드스튜디오 안준희 대표

  • 구경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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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10-31   |  발행일 2015-10-31 제4면   |  수정 2015-10-31
“인터넷세상엔 지역적 한계 없어…IT야말로 지역의 최고 산업”
[대한민국의 저력, 우리는 대구 경북인] IT창업 성공학 개론 (4)핸드스튜디오 안준희 대표
책을 꺼내 인용하면서 회사 철학과 사업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안준희 대표.


“서로 다른 기술이 수평적으로 융합돼 만들어진 스마트폰의 탄생은 ‘경쟁’이란 산업화 시대 패러다임의 전환을 의미합니다. 앞으로 다가올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을 가장 잘 설명하는 말이 ‘플랫폼’이라고 생각해요. 구글과 페이스북의 개방형 플랫폼을 구조적으로 살펴보면, 공유와 소통의 철학이 담겨 있습니다.”

지금까진 기술·지식 등의 자산을 독점해 경쟁 우위에 서는 것이 기업 생존 전략이었지만, 미래 기업의 생존 전략은 자산 공유를 통한 새로운 가치 창출에 있다. 구글처럼 플랫폼을 지향하는 사업자들은 개방과 공유로 다른 사업자들이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이 과정에서 소비자와 생산자 간 활발한 의사소통이 이루어지고, 의사소통은 지식공유로, 지식공유는 새로운 가치 창조로 이어진다.

‘플랫폼’이란 원래 승강장을 의미하지만, 최근엔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해 각기 얻고자 하는 가치를 공정한 거래를 통해 교환할 수 있도록 구축된 환경’이란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플랫폼 참여자들은 거래 과정에서 일어나는 상호작용을 통해 함께 성장한다. 따라서 모두에게 새로운 가치와 혜택을 제공해 줄 수 있는 상생의 생태계를 형성한다. 컨버전스 앱(TV와 냉장고, 모바일과 세탁기 등을 연결해 쓸 수 있는 앱) 개발사인 ‘핸드스튜디오’와 디지털 동영상 유통 사업업체인 ‘매드스퀘어’ 두 회사를 이끌고 있는 안준희 대표는 창업 성공 비결을 묻는 기자에게 ‘상생의 가치’를 역설하며 ‘오늘이 행복한 회사’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실제 2010년 창업한 ‘핸드스튜디오’는 높은 수준의 직원 복지로 유명하다. 2013년엔 문화체육관광부가 선정한 ‘즐거운 직장, 행복한 기업’인증을 받기도 했다. 서울 강남의 핸드스튜디오 본사에서 만난 안 대표는 포항 출신으로 최근 경북창조경제센터 창업대사로 위촉됐다. 그는 인터뷰 내내 지역에 대한 애정을 감추지 않았다.

오늘이 행복해야 내일이 행복
기업 ‘1년만 고생하자’ 하는데
직원들 현재의 삶 희생 안될 말…
자발적 동기는 ‘창의’ 만들고
신뢰는 헌신·수익으로 이어져

영남일보와 지역인재에게…
뚜렷한 색깔·성향의 특수성과
‘오픈형 시스템’개방성 갖춰야…
역사적으로 변화는 변방서 시작
‘나만의 브랜드’로 강점 살려야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수 있어야

안 대표는 “내 삶의 가장 중요한 시기는 한동대학교에서 보낸 시절이었다”며 “특히 입학했을 때 학교 재정이 좋지 않아 총장님, 교수님, 학생들에 이르기까지 모든 구성원들이 ‘학교를 살려야 한다’는 공통의 위기 의식이 있었다”고 말했다. 당시 학교를 살리기 위해 구성원들이 가졌던 위기 의식과 이를 극복해가는 과정을 체험할 수 있었고, 이는 사업을 운영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는 것.

성적은 어땠냐고 묻자 안 대표는 “4.5만점에 졸업 학점은 2.6이었고 학사 경고도 2번 받았다. 수업도 자주 빼먹는 자유로운 영혼이었다”며 웃었다. 그러나 전공인 경영학 분야의 석·박사 과정 교재를 독학할 만큼 공부에 심취했다. 그 결과 전국단위의 마케팅 공모전에서 1등을 차지하며 유명 은행에 입사할 수 있었다.

그는 “학창 시절 내가 깨달은 것은 오늘이 행복해야 내일이 행복하다는 것”이라며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키팅 선생이 학생들에게 강조했던 ‘카르페 디엠’이란 말과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라틴어 ‘카르페 디엠’은 ‘현재를 즐기라’란 뜻이지만 ‘자기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라’란 의미가 내포돼 있다. 안 대표는 자유로운 대학 시절 자신의 삶을 성찰하며 나만의 이야기를 써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한국 기업들은 ‘조금만 고생하자, 1년만 고생하자’란 말을 많이 한다. 그러나 지금 불행한데 내일 행복할 순 없을 것”이라며 “사람은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일을 할 때 행복해질 수 있다. 행복한 오늘은 자발적 동기를 통한 창의로 이어질 것이다. 자발적 동기로 움직이는 사람을 우리는 ‘어른’이라고 부른다. 어른들이 모여 만들어진 집단이어야 신뢰가 형성될 수 있고, 신뢰는 자발적 헌신으로, 자발적 헌신은 다시 회사 수익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회사 직원들에게 ‘회사가 자신의 성장에 도움이 되지 않거나 다른 일을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되면 언제든지 떠나라’고 말하고 있다”며 “이직을 희망하는 구성원들을 위해 ‘이직 지원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직원들이 자기 내면의 목소리에 따라 자발적으로 움직이길 바라기 때문이다. 회사를 위해 자신의 삶을 희생해선 안 된다”고 역설했다.



◆변화는 항상 변방에서 시작

어릴 때부터 영남일보를 애독했을 뿐만 아니라 직접 배달도 했다는 안 대표는 창간 70주년을 맞은 영남일보에 애정 어린 조언도 잊지 않았다.

그는 “서울에 와서 주요 언론사들과 함께 협업하며 선진국의 미디어 운영 전략 등을 자주 논의하곤 한다”며 “지역 언론이 살아남으려면 특수성과 개방성을 동시에 갖춰야 한다”고 당부했다.

특수성은 뚜렷한 색깔이나 성향이 있어야 생존할 수 있다는 뜻이고, 개방성은 선진국 미디어처럼 누구나 언론사의 지적 자산에 접근하고 활용할 수 있는 개방형 플랫폼을 갖춰야 한다는 의미다. 특히 개방성을 극대화하기 위해선 온라인 성향에 걸맞은 프레임 발굴과 오픈형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안 대표는 “IT산업이야말로 지역의 한계성을 극복할 수 있는 최고의 산업이다. 인터넷 세상에선 지역적 한계가 없기 때문”이라며 “다만 개인적으로 지역 출신 대표들이나 예비 창업자들을 만나며 아쉬운 점은 그런 인식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한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많은 지역 인재들이 최신 정보나 트렌드에 뒤처져 있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도 별로 하지 않는다. 스스로 지역 출신이란 한계를 정한다는 느낌”이라며 “대구시와 경북도가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예비 창업자들에게 정보 공유를 위한 많은 활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바람직한 방향으로 지방정부의 노력이 성과를 낼 것”이라고 기대했다.

안 대표는 이어 지역인재들을 향해 “역사적으로 변화는 항상 그 시대의 중심이 아닌 변방에서 시작됐다는 점을 잊지 말자”며 “세상은 더 이상 종합적 인재를 원하지 않는다. 자신의 강점을 최대한 살려 나만의 브랜드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창조경제센터 창업대사로서 강의·멘토링·지역홍보에 최선을 다하는 한편 IT 분야에서 성공한 대구·경북 출신 대표들을 지역과 연결하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구경모기자 chosim34@yeongnam.com


[대한민국의 저력, 우리는 대구 경북인] IT창업 성공학 개론 (4)핸드스튜디오 안준희 대표
핸드스튜디오 구성원들은 사무실을 열정을 태우는 ‘burning zone’이라고 부른다.


■ 핸드스튜디오는…

스마트TV ‘앱’세계 배포
직원 위한 복지로 더 유명

연 매출 40억원을 거두며 스마트TV 업계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핸드스튜디오’는 2010년 2월, 5명의 젊은이가 모여 창업했다.

당시엔 인터넷TV란 용어가 널리 쓰였고, ‘스마트TV’는 생소하던 시절이었지만 이들은 이 분야에 도전하기로 했다.

기회는 빨리 찾아왔다. 창업 한 달 만인 2010년 3월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스마트TV를 내놓은 것. 스마트TV를 채울 소프트웨어가 필요했던 삼성전자는 핸드스튜디오를 삼성전자의 스마트TV 파트너 업체로 선정했다. 당시 국내에서 TV용 앱을 만드는 회사는 핸드스튜디오뿐이었기 때문이다.

핸드스튜디오가 삼성전자 스마트TV용으로 처음 내놓은 앱은 ‘헬로 코치 시리즈’로 아무 장비 없이 집에서 TV를 보면서 요가·스쿼트 등을 따라 하는 콘텐츠다. 이후 지금까지 어린이 교육·종교· 요리 등 230여 개의 다양한 앱을 만들어 전 세계 153개국에 배포하고 있으며, 앱 다운로드 수는 6천만 건을 넘었다.

하지만 핸드스튜디오가 유명해진 것은 높은 수준의 회사 복지 덕분이다. 핸드스튜디오는 직원들에게 한 달에 하루 자기개발 시간과 3개월마다 3일, 겨울과 여름에는 각 5일간의 방학을 제공한다. 매 분기 15만~20만원 상당의 의류비를 지급하며, 연말에는 호텔에서 직원·가족들과 함께 송년회를 할 수 있도록 호텔 숙박비용과 교통비가 지원된다. 결혼하면 축하금 1천만원, 아기를 출산해도 1천만원을 지급한다.

기업 문화도 수평적이다. 안준희 대표는 “누군가에게 권력이 집중되면 사내 정치가 발생한다고 보고 수평적 조직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구경모기자 chosim34@yeongnam.com

■ 안준희 대표는 △포항 세명고 △포항 한동대 경영경제학부 △핸드스튜디오·매드스퀘어 대표이사 △2004 현대기아자동차 마케팅 포럼SP 1위 △2007 신한은행 퓨처 페스티벌 1위 △2012 방송통신위원회 스타트업 어워드 대상 △2013 미래창조과학부 스마트TV앱 장관상 △2014 포브스 ‘2014년 한국을 이끌 젊은 리더 선정’ △2014 스마트TV 산업협회 이사 △2015 미래창조과학부 경북창조경제센터 창업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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