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꺼지지 않는 ‘도시의 은밀한 밤’] <하> 구미, 유흥도시 이미지 벗을 수 없나

  • 글·사진=구미 조규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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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수정 2016-04-07  |  발행일 2016-04-07 제면
공원 만들자 하나둘 꺼진 간판…충청 최대 유흥가를 힐링시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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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여름 대전시 유성구 온천로 일원에 조성된 족욕체험장을 찾은 관광객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곳은 과거 유흥주점으로 가득했으나 유성구에서 행정력을 집중한 결과, 가족형 힐링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 <대전 유성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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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시 원평동 유흥가 일대. 현재 구미지역에는 풍속업소 792곳 외에도 휴게텔·마사지 등 신·변종 성매매 업소 상당수가 영업을 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수십년간 이어져 온 유흥도시 이미지, 이제 그만 벗을 수 없나요.” 지난달 25일 늦은 밤 수백여개의 유흥업소가 빼곡히 들어서 있는 구미시 원평동 일반상업지역. 구미에서 가장 많은 유흥업소가 자리잡고 있는 이곳은 경기불황으로 전성기에 비하면 유흥업소 수가 다소 줄었지만 여전히 불야성을 이루고 있다. 거리에는 각종 유흥업소에서 뿌린 전단이 널브러져 있다. 근처 식당가에서 식사를 마쳤거나 술을 마신 남성들이 시끌벅적하게 유흥주점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자주 목격된다.

이곳 원평동 일대는 2006년 경찰청이 발표한 전국 24개 ‘성매매 적색지대’(Red Zone)에 이름을 올린 바 있다.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근무하다 최근 구미로 발령받아 근무하고 있는 엄상두 구미서 생활질서계장(43)은 “공업도시인 구미가 예전부터 유흥문화로 유명하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지만 현장 점검차 실제 몇 군데를 돌아보니 생각보다 규모가 대단하다”며 “서울이나 수도권의 웬만한 유흥가와 비슷한 수준인 것 같다”고 혀를 내둘렀다.

‘휘청거리는 구미의 밤’
주점 등 풍속업소 792곳 영업 중
모텔 360·안마방 18곳도 불 밝혀
구미식 노래방 문화 전국적 오명

“他지역 사례 벤치마킹을”
유관기관 긴밀한 협력체계 구축
성매매 단속·업주 교육 강화 등
행정기관 특단의 조치 요구 확산

◆경제성장과 유흥업소의 함수 관계

구미는 경북에서 유흥문화가 가장 발달한 도시다. 물론 그 바탕에는 경제성장이 자리하고 있다. 1970년대 초반 경부고속도로 건설과 함께 국가산업단지가 조성되면서 구미는 급속도로 성장했다. 당시 ‘일자리를 찾으려면 구미로…’라는 말이 나돌 정도로 구미는 전국적으로 일자리가 넘치는 도시로도 유명했다.

전체면적 24.3㎢에 달하는 1~4국가산단과 해평·산동면에 조성 중인 5단지, 고아·해평·산동 농공단지 등 많은 산업단지를 보유하고 있는 구미에는 현재 3천200여 기업체에서 일하는 근로자만 무려 11만명에 이른다.

자연스럽게 향락문화도 함께 성장했다. 산단 조성 등으로 접대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유흥업소 종사자가 구미로 몰려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국내 최대 첨단산업 도시로 수출 전진기지 역할을 해 온 구미이지만 유흥도시란 부정적인 이미지는 항상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다. 수출도시 구미의 이면에 드리운 그림자인 셈이다.

특히 유흥과 성매매를 동시에 충족시키는 구미의 노래방 문화는 2000년대 초반 입소문을 타고 전국으로 퍼져나갔다. 서울 강남 등 유명한 유흥가에서도 ‘구미 노래방처럼 해드립니다’라는 안내 문구를 달아놓고 영업을 하는 등 전국 어디에서나 ‘구미식 노래방’을 찾을 수 있었다.

◆쾌락을 좇아 비틀거리는 도심의 밤

최근 계속되는 경기불황으로 유흥주점과 단람주점 등 불꺼진 업소가 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미는 여전히 밤이 되면 쾌락을 찾아 비틀거리는 유흥도시로 변한다. 현재 구미지역의 풍속업소는 모두 792개소로 파악되고 있다. 이 가운데 여성 종업원을 고용하면서 술을 팔 수 있는 유흥주점은 355개소이며, 술 판매가 가능하지만 여성 종업원을 둘 수 없는 단란주점이 67개소, 노래연습장이 370개소다. 또 모텔이 360개소, 안마시술소 18개소, DVD방 6개소, 성인게임장 24개소 등으로 집계됐다. 여기에 사업자 등록이나 정식 허가를 거치지 않아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휴게텔, 오피스텔, 마사지 등 신·변종 성매매 업소들도 상당수 영업을 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현재 구미는 이처럼 많은 유흥업소 때문에 여러가지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속칭 ‘삐끼’ 등이 뿌리는 명함과 전단으로 인해 유흥가 일대는 밤마다 금세 쓰레기 천지가 된다. 또 부족한 주차장 때문에 저녁 시간에는 인근 주택가까지 피해를 입는 경우도 있다. 구미시내 유흥가에서 발생하는 각종 소란행위는 인근 주민에게 항상 골칫거리다.

심지어 학생들이 다니는 학원건물이나 학교정화구역에 성매매 업소를 몰래 운영하다 단속되는 경우도 수차례 있다.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유해환경으로부터 청소년을 보호하고, 건전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여러가지 자구책을 내놓았지만 역부족이다. 이에 구미시 등 행정기관이 특단의 행정력을 집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시민들 사이에서 높아지고 있다.

구미시민 황모씨(41)는 “불법 성매매 업소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고 건전한 음주문화 정착을 위한 유흥업소 업주 교육, 유관기관 간 긴밀한 협력체계 구축 등이 필요하다”면서 “대전 유성구 등 다른 도시의 성공사례를 참고해 건전한 문화가 있는 도시로 바꿔 나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글·사진=구미 조규덕기자 kdcho@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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