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중장년에게 학창시절의 아름다운 추억을 떠오르게 하는 양은도시락. <영남일보 DB> |
1980년대 중·고등학교를 다닌 기자 역시 도시락에 얽힌 추억이 많다. 지금처럼 학교에서 급식을 하지 않던 시절에 학생들이 학교 가방, 실내화주머니와 함께 또 하나 지참해야 할 것이 있는데 바로 도시락이었다. 또 소풍 가는 날이나 운동회가 열리는 날에 김밥과 유부초밥으로 가득한 도시락은 빼놓지 말아야 할, 가장 기분 좋은 준비물이었다. 그래서 도시락은 많은 이들에게 잊힌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수업으로 꽉 짜인 학교생활에서 가장 즐거운 시간은 아마 점심시간이었던 이들이 많을 것이다. 오전수업을 마치는 종이 울리고 점심시간이 되면 갑자기 교실은 분주해진다. 가방에서 도시락을 꺼내서 책상을 붙이고는 삼삼오오 모여서 같이 먹는다. 집집마다 반찬이 다르기 때문에 도시락 점심은 자연스럽게 뷔페(?)가 된다. 보통 고기, 소시지, 햄 등 맛있는 반찬을 싸 오는 친구들의 인기가 높았다. 이 친구들을 도시락조로 합류시키면 밥상의 품격이 한 차원 높아지기 때문이다.
짓궂은 이들도 많았다. 맛있는 반찬을 싸 오는 친구들의 도시락은 이런 친구들의 좋은 목표물이었다. 도시락 뚜껑을 열자마자 반찬을 다 빼앗겨 자신이 먹을 것조차 없는 일이 허다했기 때문이다. 머리가 좀 좋은 친구들은 밥을 쌀 때 계란, 햄 등을 밥 밑에 깔아서 오기도 했다.
얌체족들도 있었다. 밥만 싸 오고 이리저리 다니면서 맛있는 반찬을 하나씩 얻어먹는 친구들이다. 이런 친구들 중에 특히 얄미운 친구는 맛있는 반찬만 골라 먹는 이들이다. “하나만 먹을게” 하고는 한 젓가락에 고기 서너 점을 집어서는 한입에 넣는 친구들도 있다.
도시락을 점심시간에만 먹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점심시간에 도시락을 먹는 친구는 거의 없었다. 대부분 2~3교시가 지나고 나면 교실은 도시락을 미리 먹는 친구들로 인해 반찬 냄새가 가득했다. 도시락을 먹지 않는 친구들은 그 냄새가 좋지 않지만 맛있게 먹는 친구들에게 그 냄새를 탓할 수는 없었다. 간혹 수업에 들어오신 선생님들이 “점심시간에 도시락을 먹으라”며 충고를 해주는 게 전부였다.
한창때는 쇠도 씹어먹는다 했던가. 미리 도시락을 먹은 친구들이 점심시간에 도시락을 먹는 친구들의 주위를 기웃거린다. 하이에나처럼 호시탐탐 도시락을 노리다가는 어느 순간 덥석 하며 맛난 반찬을 한입 가득 물고 사라진다.
80년대 보온도시락이 보편화되기 이전에는 양은도시락에 대한 추억 또한 많다. 겨울철만 되면 교실 안에 있던 난로에 양은도시락을 얹어서 데워 먹곤 했다. 이때 밥과 반찬이 살짝 눌어붙으면서 색다른 맛을 주는데 어떤 이들은 도시락 밑바닥에 잘게 썬 신 김치와 참기름을 부어 와서 색다른 김치덮밥(?)을 먹기도 했다. 일반적으로 대여섯 개의 도시락을 포개 놓는데 난로의 화력이 좋을 경우 가장 밑에 있는 도시락의 밥이 많이 타서 먹지 못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소풍이나 운동회 때면 싸 가는 김밥, 유부초밥 도시락도 잊지 못할 기억이다. 지금은 김밥전문점이 많고 마트, 편의점 등에서도 김밥을 손쉽게 사 먹을 수 있지만 그때만 해도 김밥이나 유부초밥은 특별한 날이 아니면 맛보기 힘든 메뉴였다. 이 때문에 소풍이나 운동회 날 비가 오면 어머니가 행여 도시락을 싸주지 않을까부터 걱정했다.
학교 도시락이든, 소풍 도시락이든, 도시락을 싸기 위해서 엄마는 늘 새벽잠을 설치셨다. 아침밥 준비에 도시락까지 싸야 했으니 얼마나 바빴을지 짐작이 간다. 그래서 늘 분주했던 어머니의 모습과 주방에서 무언가를 계속 썰고 씻고 했던 그 모습이 나의 도시락 추억의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런 어머니의 도시락에 대한 추억이 더욱 애틋한 것은 내가 이미 아이들 도시락을 싸주던 나이에서조차 훌쩍 벗어나 버렸기 때문인지 모른다. 도시락은 어머니가 자식에게 보내는 또 다른 사랑의 표현이었다. 가끔은 어머니가 싸주시던 학교 도시락 생각이 나고, 또 가끔은 내가 싸주던 아이들의 소풍 도시락이 떠오른다. 도시락은 아름다운 추억의 선물이다. 김수영기자 sykim@yeongnam.com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스케치] 대선 후보 출마 방불케한 김부겸 대구시장 출마 기자회견…대구서는 TK 출마자 챙겨](https://www.yeongnam.com/mnt/webdata/content/202603/5_26.03_.30_김부겸_대구시장_출마선언_썸네일_출력본_2.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