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조주연씨(30·대구 수성구)는 아침마다 샐러드를 배달 받는다. 샐러드의 종류는 닭가슴살부터 과일, 채소까지 매일 다르다. 조씨는 “다이어트를 시작하게 됐는데, 막상 직접 식단을 짜려고 하니까 막막하기만 했다. 그러다 나에게 맞는 식단을 짜주는 곳이 있어 시작하게 됐다. 1식, 2식, 3식으로 내가 고를 수 있고, 매일 다른 샐러드가 배달돼 먹는 재미도 있다”고 말했다. 이 배달업체는 소비자가 자신의 나이, 성향, 다이어트 기간 등을 설정하면 이에 맞게 샐러드를 배달해 준다. 정보의 양이 급증하면서 ‘결정 장애’ ‘선택 장애’에 빠진 소비자를 위한 ‘큐레이션’ 서비스가 인기를 끌고 있다. ‘큐레이션’은 본래 미술관 등에서 전시를 기획하고 설명해주는 일이다. 최근에는 ‘콘텐츠의 선별과 제안’이라는 새로운 의미로 화두가 되고 있다. 또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을 활용해 소비자에게 꼭 맞는 상품과 콘텐츠를 추천해 주는 방식으로도 발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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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큐레이션을 통해 만든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 |
미술 전시 기획·설명 ‘큐레이션’서 비롯
책 추천부터 키워드·이슈 따른 책장 구성
북 큐레이션은 물론 음식·음악 분야까지
빅 데이터·AI 활용 꼭 맞는 콘텐츠 제공
◆‘키워드 따라 도서 브랜딩’ 북 큐레이션
큐레이션 분야가 활발한 곳은 책 시장이다. 북 큐레이터라는 신조어를 만들며 동네 서점을 중심으로 퍼지고 있다. 북 큐레이션은 좁은 의미로는 ‘책 추천’이지만, 넓게 보면 ‘의도를 가지고 책장을 편집하는 일’이다. 문학, 기술, 사회과학 등 장르로 책을 분류하는 것 대신 키워드나 이슈에 따라 책장을 비치한다.
중구 삼덕동에 위치한 ‘굿브랜딩북스’는 북 큐레이션을 전문으로 하는 서점으로 일반 독립 서점과는 다르다. 정진우 대표는 “독립출판물을 다루는 독립서점과는 다르다. 우리는 브랜딩을 하는 곳”이라고 말했다. 북 큐레이션 서점답게 이곳 책장의 책은 일반 서점과는 다르다. ‘브랜딩’ ‘퍼스널 브랜딩’ ‘지역 브랜딩’ ‘디자인’ ‘영감의 도서’ ‘일과 삶의 균형’ 등 6개의 키워드로 책장을 구성했다. 정 대표는 “우리가 직접 정한 큐레이션 기준이라고 보면 된다. 각 책장에 꽂힌 책은 자기계발서도 있고, 소설도 있고, 전공 서적도 있고 종류가 다양하다”고 했다.
이곳에는 3단계의 큐레이션이 있다. 정 대표는 “1단계는 이곳에 들어오는 것이고, 2단계는 시즌에 맞는 기획 도서 소개다. 마지막은 직접 소비자가 원하는 취향에 맞게 책을 추천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굿브랜딩북스는 북 큐레이션을 넘어 책을 매개로 새로운 직업을 만들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정 대표는 “취미가 취향이 되고, 취향이 직업이 되는 큐레이션을 하는 것이 꿈이다. 앞으로 책을 주제로 좋아하는 책과 관련된 직업도 찾아주고 싶다”고 밝혔다.
도서관에서도 북 큐레이션을 이용해 책을 추천하고 있다. 수성구에 위치한 고산도서관이 대표적이다. 고산도서관은 지난해부터 독서흥미를 유발하기 위해 관심키워드와 사회 이슈를 중심으로 도서를 선정해 자료실 출입구 서가에 비치하고 있다. 큐레이션은 어린이를 위한 책 추천과 성인을 위한 책 추천 등 두개로 나눠 진행한다. 또 4차산업 관련 메이커스페이스 관련 자료를 세분화해 비치한다. 고산도서관 황인담 관장은 “우연히 만난 책 한 줄에서 답을 찾는 것이 북 큐레이션의 모습이라 생각한다. 정보의 바닷속에서 맞춤형 북 큐레이션은 독서방향 제시와 독서영역 확장의 측면에서 중요한 역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음식·쇼핑·여행·음악 등 다양한 분야 확장
음식에서도 큐레이션이 도입되고 있다. 흔히 식당에 가면 무엇을 주문해야 하는지 망설인 적이 있다. 이런 손님들을 위해 처음부터 식당에서 음식을 정해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서비스다.
중구 대봉동에 위치한 ‘트렌디키친’의 메뉴는 딱 하나 ‘오늘의 도시락’이다. 매일 다른 반찬 6종과 국, 밥을 손님에게 제공한다. 박수현 대표는 “타인에게 맡긴다는 일본식 표현 ‘오마카세’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매일 다른 메뉴를 구성해 자주 먹어도 늘 새로운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손님들의 반응도 좋았다. 박 대표는 “실제로 매일 오는 분들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최대한 반찬이 겹치지 않게 하고 있다. 또 자주 오는 직업군에 맞게 메뉴를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큐레이션은 쇼핑과 여행 심지어 옷 코디까지 확산되고 있다. 쇼핑의 경우 고객의 기존 구매습관 등을 통해 축적된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최선의 선택지를 제공하고 있다.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역시 큐레이션 분야로 뛰어 들고 있다. 날씨, 상황, 분위기에 맞는 콘텐츠를 이용자들에게 추천하는 기술이다.
이 분야의 선도는 미국의 넷플릭스다. 개별 소비자의 시청 형태, 선호 분야 등을 낱낱이 분석해 선호할 만한 장르와 배우가 나오는 콘텐츠를 추천해 주는 것이다. 인기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도 빅데이터를 활용한 대표적인 작품이다. 정치 드라마에 어떤 배우와 감독이 가장 적합한지를 사전분석을 통해 선정했다.
국내에서는 음악 분야가 활발하다.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는 멜론과 지니뮤직 등은 큐레이션 서비스를 고도화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또 스포츠 음악 큐레이션이라는 것도 생기고 있다. 러닝 속도에 맞는 음악을 자동으로 재생하고, 운동 속도, 시간, 소모된 칼로리까지 분석해 음악을 추천한다. 평소에는 날씨, 이용자의 시간, 기분에 따라 음악을 제공한다.
유승진기자 ysj1941@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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