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인 리포트] 골프장과 회원 간 갈등 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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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3-09 07:36  |  수정 2019-03-12 13:57  |  발행일 2019-03-09 제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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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23일자 영남일보는 대구경북의 한 회원제 골프장과 일부 회원 간 대격돌 양상과 관련된 사안을 보도했다. 해당 골프장이 부킹대란에 불만을 품고 항의집회를 한 회원들에게 1년간 자격정지처분을 내린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이번에는 골프장 회장과 대표이사가 회원 한 명을 모욕죄로 대구 수성경찰서에 고소했다는 내용이다. 고소 이유는 피고소인이 SNS에서 지속적으로 악의·모욕적 언어를 사용하며 악성글을 올려 골프장 임원들을 인신공격하고 모욕했다는 것이다. 골프장 측은 5개월 이상 모욕적 악성 댓글을 개시한 점, 해당 밴드 가입 회원들이 이러한 모욕사실을 알려준 점을 토대로 고소했다고 한다. 그런데 피고소인은 회원 간 친목도모 목적으로 만들어진 회원제밴드에 골프장 측이 들어와 밴드 감시, 불법 사찰을 했기 때문에 증거를 수집할 수 있었다고 항의하고 있다. 피고소인은 골프장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는 과정에서 과도한 용어를 사용한 것은 인정하지만, 골프장의 부당 내지 부정한 부킹에 대한 의견교환을 위해 회원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밴드 글을 불법 사찰한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하면서 몇 가지 법률상 항변을 발견할 수 있다.

첫째, 피고소인은 완전 개방된 SNS에 글을 올린 것이 아니라 비공개 장소에 올린 것이다. 또 밴드 구성원들은 대체로 골프장의 부킹 등 경영 정책에 불만을 가진 사람으로 서로 간 불평을 하기 위해 가입한 것으로 볼 여지가 강하다. 이처럼 비공개 밴드에서 당초의 밴드 개설 취지에 맞게 골프장의 부당한 정책에 항의한다는 차원에서 글을 올린 것은 바깥으로 퍼져나갈 가능성이 없다고 보면 무죄가 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한편 본건 모욕의 증거를 밴드 구성원들이 고소인에게 알려줘 고소하게 된 것이라는 고소인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공연성을 충족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었지만 실제로는 공연하게 유포된 것이 된다. 이 때는 피의자에게 전파가능성에 대한 인식이 없었거나 그 위험을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가 없다고 보아 무죄가 선고될 수 있다.

둘째, 다수 회원들의 정당한 권익이 침해되고 있다는 전제 하에 밴드 내에서 의견을 교환하고 대책을 강구하려는 동기에서 여러 언사를 사용했고 일부 과격한 언어가 사용되었다면, 이는 형법 제20조의 정당행위가 되어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다. 사회상규에 반하지 않는 행위로 볼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모욕죄는 형법 제310조의 특수한 위법성조각사유가 적용되지 않지만, 일반적 위법성조각사유 중 하나인 정당행위가 적용됨은 이설이 없다.

셋째, 위 두세 가지 주장 모두가 실패로 돌아가더라도 피고소인의 행위는 동기·경위에 참작할 점이 크고, 비공개 밴드에서 경영 정책 등 비교적 공적인 사안을 비판한 것으로 보이는 점에서 형량 감경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참고로 모욕죄는 친고죄라서 이후라도 고소인이 고소를 취하하면 수사는 종결된다.

넷째, 만약 고소인이 비밀밴드에 들어가 대화내용을 탐지했다 하더라도 해킹을 한 것이 아니라 정당한 사용권자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아 접속한 것이라면, 비밀침해죄·정보통신망법위반죄(정보통신망침해·비밀침해 등) 등이 성립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천주현 형사전문변호사(법학박사) www.brotherlaw.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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