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58조 ‘블루 골드’ 시장…대구 ‘페놀의 비극’을 혁신으로 바꿨다

  • 이승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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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1-19 18:09  |  발행일 2026-01-19
<1> 물의 시련과 선물
대구 달성군 구지면 일원에 14만5천㎡ 규모로 조성된 국가물산업클러스터 전경. 물 관련 핵심 인프라를 모두 갖춰 물산업 발전을 위한 궁극 인프라로 평가받는다. <영남일보 DB>

대구 달성군 구지면 일원에 14만5천㎡ 규모로 조성된 국가물산업클러스터 전경. 물 관련 핵심 인프라를 모두 갖춰 물산업 발전을 위한 궁극 인프라로 평가받는다. <영남일보 DB>

1991년 낙동강을 뒤덮었던 페놀의 공포가 35년이 흐른 지금, 반도체 시장의 두 배에 달하는 글로벌 '물 산업'의 핵심 동력으로 치환되고 있다. 과거 대기업 유치의 발목을 잡았던 환경적 제약이 역설적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수처리 인프라를 낳으며 대구를 글로벌 물 산업의 허브로 밀어 올린 결과다.


◆재난이 남긴 '내상'과 '인프라 자산'의 이면


대구 경제사에서 1991년 발생한 페놀 유출 사고(총 31.3t 규모)는 단순한 환경 오염 이상의 충격이었다. 사고 여파로 1995년 추진되던 위천국가산업단지 조성이 하류 지역인 부산·경남의 반대로 무산되면서, 대구는 2016년 대구국가산단이 들어서기 전까지 약 20년간 심각한 산업 용지 부족을 겪어야 했다. 이 시기 대형 제조 기업 유치 기회를 놓친 것이 현재 대구의 산업 구조 정체를 가져온 결정적 원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대구는 이 위기를 정면 돌파했다. 수질 안전에 대한 시민들의 강력한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상하수도 시설에 천문학적인 예산을 투입한 것이다. 환경부 통계에 따르면 현재 대구의 수돗물 보급률은 99.9%로 전국 최고 수준이며, 특히 고도정수처리 시스템 도입률은 글로벌 표준을 상회한다. 이러한 '인프라 자산'은 2013년 국가물산업클러스터 유치라는 정책적 보상이자 산업적 필연성을 낳았다.


◆반도체 뛰어넘는 1천458조 시장…'수출 거점'의 위기


현재 전 세계 물 시장 규모는 약 1천458조 원으로 추산된다. 이는 '산업의 쌀'인 반도체 시장(약 800조 원)보다 월등히 큰 규모다. 대구 달성군 구지면에 자리한 국가물산업클러스터는 이 거대 시장을 겨냥한 국내 유일의 집적 단지다.


이창 국가물산업클러스터 입주기업협의회 사무국장은 "페놀 사태 이후 대구가 물에 투자한 노력과 비용은 전국 압도적 1위"라며 클러스터 입지의 정당성을 강조한다. 실제 이곳은 정수와 하수를 아우르는 처리 공법부터 정밀 측정기기까지 물 산업의 전 과정을 아우르는 종합 테스트베드로 기능하며 국내 기업의 세계 10위권 진입을 견인하고 있다.


◆'예산 반토막' 극복할 ODA 주도형 전략


다만, 최근 대구시의 산업 정책 기조 변화는 물 산업 생태계에 새로운 변수가 되고 있다. 인공지능(AI)과 미래모빌리티 등 '5대 신산업'에 자원이 집중되면서, 2022년 74억 원에 달하던 물 산업 관련 예산은 2025년 34억 원으로 3년 만에 54% 급감했다. 행정 조직 역시 '과' 단위에서 '팀' 체제로 축소되며 대외 경쟁력 약화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이에 대구시는 2026년을 기점으로 물 산업의 외연을 공적개발원조(ODA)로 확장하는 승부수를 띄웠다. 수처리 인프라 수요가 급증하는 동남아시아와 중동 지역에 지역 물 기업의 설비와 시스템을 패키지로 수출하는 방식이다.


김정섭 대구시 환경수자원국장은 "신산업 위주 정책 속에서도 물 산업에 대한 실질적인 육성 의지는 변함없다"며 "노후 관로 교체 등 공공 발주 사업에서 지역 업체 참여를 확대하고, ODA를 징검다리 삼아 지역 기업들이 글로벌 블루오션에 안착하도록 다각적인 진흥책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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