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전 타운하우스 시대 연 정원같은 단지…입주대기 있을 정도로 여전히 인기

  • 임성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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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2-13   |  발행일 2019-12-13 제35면   |  수정 2019-12-13
팔공화성그린빌 김용기·이경선씨 부부
■ 전원주택 & 타운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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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동구 중대동 팔공화성그린빌 7호에서 20년째 살고 있는 대전사 김용기 회장과 부인 이경선씨가 거실에서 TV를 보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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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채비를 위해 거실에 설치된 벽난로를 손질하고 있는 김회장 부부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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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공화성그린빌 입구에 들어서면 한눈에 들어오는 첫 집 19호는 잘 정돈된 정원을 방불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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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란히 붙어있는 12호와 13호는 타운하우스가 아닌 조화를 잘 이룬 단독 전원주택으로 착각을 일으킬 정도다.


이곳에 한번 이사오면 잘 나가지 않아
예전 비해 40∼50대 가족도 부쩍 늘어
사계절 내내 맑은 공기·방음도 완벽
3중 보안…불미스러운 일 한건도 없어
입주민·이웃간 모임 활성화 친목 다져
잔디깎기·잡초 제거 등 부지런함 필수


팔공산 파계로를 따라 파계사로 향하다 보면 한번쯤 들어가고 싶은 전원주택 단지가 있다. 하지만 20년째 이 곳을 지나면서도 닫힌 출입문을 볼 때면 감히 엄두를 내지 못했다.

대구경북에서 블록형 단독주택 형식의 첫 타운하우스인 ‘팔공화성그린빌’. 이 곳은 ‘전원주택·타운하우스’ 커버스토리 기사를 위해선 반드시 취재가 필요했던 곳이지만, 왠지 접근하기가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팔공화성그린빌 앞을 지나면서 한 번도 들어가 본 적이 없을뿐더러 이 곳에 사는 분들 또한 프라이버시가 대단히 강할 것이란 선입견 때문이었다. 한 지인은 이 곳을 취재해야 한다고 했더니 “들어가게 되면 단지 내 사진을 많이 찍어와서 보여달라”고 할 정도였다.

팔공화성그린빌 관계자 또는 입주자와 연락할 방법도 없고 해서 일단 현장에서 부딪혀 보기로 하고, 지난달 30일 오전 무작정 찾았다. 차로 현관을 지나자 예상했던대로 입구 관리실에서 관리실장이 나와 용건을 물었다.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취재 협조를 요청했다. 예상과 달리 입주자대표의 연락처 등을 상세히 알려주며 취재를 위한 힌트까지 주었다. 이 곳도 사람사는 곳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과정에서 이인중 화성산업 명예회장도 이 곳에 산다는 것을 확인했고, 마침 경제부 시절 인연 등으로 연락처를 알고 있던 터라 직접 취재를 요청해 보기로 했다. 연락이 닿았지만 이 회장은 정중히 사양했다. 이 회장은 “집을 지어서 판 사람이 집 자랑을 어떻게 하느냐”며 “이웃에 좋은 분들이 많으니 여쭤보고 소개를 시켜주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 (인터뷰) 할 사람이 없으면 내가 하겠다”는 말을 남겼다.

다음날 이 회장으로부터 연락이 왔고, 바로 옆집에 사는 부부를 소개시켜 주었다.

대구에서 67년째 전기공사업을 하고 있는 <주>대전사의 김용기 회장(70)과 통화를 하고, 나흘만인 지난 4일 오후 팔공화성그린빌을 다시 찾아 취재를 할 수 있었다.

처음 들어가 본 팔공화성그린빌은 단지 전체가 잘 꾸며진 하나의 정원 같았다. 소나무를 잘 식재해 놓은 입구 첫 집에서부터 느껴지는 분위기는 조용함과 여유로움이었다. 집 앞마다 마련된 주차공간은 전원주택과 잘 조화를 이뤘고, 단지를 한 바퀴 돌고난 뒤 느낌은 말 그대로 ‘동네 한바퀴’였다.

이날 팔공화성그린빌 7호에서 만난 김 회장 부부는 그동안 막연히 밖에서만 짐작했던 자존심이 강한 분들이 아니었다. 동네 어르신과 이웃집 아주머니처럼 정겹고 편안했다. 사진촬영을 요청했을 땐 부끄럽다며 자리를 피하기까지 할 정도였다.

김 회장 부부는 “이 곳(팔공화성그린빌)으로 이사를 오면 모두들 잘 안나가려고 한다. 예전에는 어느 정도 연세가 들어서 이사 오는 경우가 많았는데, 언젠가부턴 40~50대도 이사를 오고 있다”며 “이 곳의 가장 큰 장점은 4계절을 뚜렷이 느낄 수 있다는 것”이라고 자랑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면서 “봄, 여름, 가을, 겨울 4계절 내내 공기 좋은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방음도 잘 돼 음악을 크게 틀어 놓거나 피아노를 쳐도 옆집에 방해가 되지 않을 정도”라고 덧붙였다.

팔공화성그린빌은 178㎡(54평)부터 240㎡(73평)까지 5개 타입의 18가구가 입주해 있다. 모든 타입이 복층 구조로 냉난방은 개별,보안은 외벽·단지내·개별가구 3단계로 이뤄져 있다. 이 같은 3중 보안으로 입주가 시작된 이후 20년이 지난 지금까지 불미스러운 일은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했다.

도심과 떨어져 있어 불편한 점이 없느냐는 질문에 김 회장은 “생활편의시설이 떨어져 있고 도심과 이동거리가 다소 멀어 아이들이 있는 집은 교육이 다소 문제가 될 수 있겠지만, 아이들이 대학을 진학한 후 50대 후반에 들어와서 그런지 몰라도 지금까지 살면서 불편하다는 생각은 해보지 못했다”며 “대구에서 태어나 거의 아파트 생활만 했지만, 지금까지 불편함을 모르고 살았다”고 했다.

김 회장 부인 이경선씨(68)는 이 곳으로 이사온 것에 대해 크게 만족해 했다. 그는 “분양을 IMF 외환위기가 닥친 1998년에 하는 바람에 사실 조금 망설이기도 했지만 여름철엔 열대야가 없고, 가을엔 앞마당에서 감을 따 먹을 수 있을 뿐 아니라 ‘한 잔 하자’고 바깥양반을 불러내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 무엇보다 제일 좋다”면서 “남들은 적막하지 않느냐고 하는데, 오늘도 대구시내에서 여고 동창들을 만나고 왔다. 단독 전원주택이면 몰라도, 밤늦은 시간에도 문을 열고 나가면 이웃을 만날 수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 외롭다거나 무섭다는 생각은 해 본 적이 없다”고 했다.

팔공화성그린빌 입주민들은 과거 반상회처럼 한 달에 한차례씩 모임을 가질 뿐 아니라 각종 경조사 때는 이웃들을 초청해 저녁식사 등을 함께하며 친목을 쌓고 있다. 이웃 간 등산모임과 골프모임도 활성화돼 있어 전원주택이지만 적막함이나 삭막함은 찾아볼 수 없다.

하지만 김 회장 부부는 전원주택 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준비는 돼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원생활을 원하는 사람은 많지만 웬만큼 부지런하지 않으면 반드시 후회할 수 밖에 없다. 매우 부지런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낸 부부는 “쓰레기 버리는 것부터 잔디깎기, 나무에 약 주기, 잡초 제거하기 등 적지않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며 “잠시라도 신경을 쓰지 않으면 금세 정원은 잡초밭이 된다. 막연하게 좋은 생각만 하고 오면 안된다. 어느 정도 각오는 해야 된다”고 입을 모았다.

김 회장 부부 취재를 마치고 나오는 길은 분위기 있는 가로등 속에 커다란 단지 출입문이 자동으로 열리며 배웅했다.

글·사진=임성수기자 s018@yeongnam.com

“도심 가까운 타운하우스가 새 트렌드…나홀로 주택은 큰 집 욕심내기보다 좋은 집 지어야”

■ <주>하우스탑디앤씨 김재엽 대표가 전하는 ‘전원주택 시공 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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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주택을 고려한다면 도심과 멀지 않고 단지화가 돼 있는 곳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타운하우스 개발 및 시공 전문회사 <주>하우스탑디앤씨 김재엽 대표는 “전원주택이 도심과 많이 떨어져 있을 경우 근린생활이 힘들어지고, 단독 주택일 경우 관리와 보안 등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나홀로 전원주택을 지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설계·시공 경험이 많은 업체를 선택하고, 대지 면적을 과다하게 하지 말아야 한다. 또 잔디밭과 텃밭도 일정 면적을 넘으면 관리에 어려움이 있다”고 조언했다.

화성산업 기술개발 부장 출신인 김 대표가 권장하는 전원주택은 대지면적 500㎡(약 150평) 내외에 건평 100㎡(약 30평) 정도다.

그는 “60세 이상인 분들이 전원주택을 크게 지으려고 하는데, 부부 둘만 사는데도 자녀까지 생각하고 집을 짓는 경우가 많다”며 “자녀들이 집에서 자고 갈 경우는 명절과 집안 대소사를 합쳐도 1년에 열번이 안 된다. 그 열번을 보고 132~165㎡(40~50평)의 큰 집을 짓는 것은 일종의 낭비인 셈”이라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전원주택은 대지뿐 아니라 주택 규모도 최소화해야 하고, 여유 자금이 있다면 큰 집보다는 좋은 집을 짓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최근 타운하우스 형태의 전원주택이 붐을 이루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공동주택에서 단독주택으로 넘어가는 새로운 트렌드가 형성되고 있다”면서 “2000년대 초반 전원주택 붐이 일 때는 나홀로 주택이 대부분이었지만, 최근 들어서는 보안, 유지관리, 외로움 등을 고려해 단지화가 트렌드로 정착되는 분위기다. 수도권에서는 이미 단지형 전원주택, 즉 타운하우스 바람이 불고 있다”고 전했다.

김 대표는 “베이비붐 세대를 비롯한 60대 이상에서는 각박한 도시생활, 특히 아파트의 답답함에서 벗어나 텃밭을 가꾸며 여유있는 생활을 하고 싶다는 이유로, 30~40대 젊은세대에서는 아이들이 흙도 만지면서 맘껏 뛰놀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기 위해 전원주택을 선호하는 경향이 많다”면서 “최근 들어 삶의 질에 대한 사회적 관심 증가로 30~40대의 전원주택 구입이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구 인근의 인기 전원주택지로 1순위 팔공산, 2순위 가창, 3순위 청도·경산 등을 꼽은 김 대표는 “팔공산 주변이 전원주택 단지로 단연 인기가 높지만 자연보전 차원에서 관계기관의 인허가가 쉽지 않아 건축에 다소 제한이 있다”고 말했다.

글·사진=임성수기자 s018@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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