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와 함께] "개인학습이 금지되는 공공도서관 이해되시나요"

  • 서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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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1-13 18:08  |  수정 2021-06-21 16:54  |  발행일 2020-01-14 제8면
도서관 관계자 "도서관 본연의 목적은 개인 학습이 아닌 도서열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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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전 11시쯤 범어도서관 '종합자료실2'의 문 앞에는 '개인학습금지'라는 문구가 붙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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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어도서관 자료실 이용예절의 첫번째가 '개인학습 NO!'라는 배너가 종합자료실 안에 세워져 있고, 그 뒤로 한 주민이 들어오고 있다.

취업준비생 이모씨(25·수성구 만촌동)는 공부하기 위해 책을 들고 범어도서관에 갔다가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종합자료실들 입구마다 개인학습을 금지한다는 내용의 안내문이 나붙어 있었기 때문. 이씨는 "평일 오후 6시쯤이라 자리도 반 이상 비어있었다. 도서관에서 다른 행동도 아니고 '공부'를 하면 퇴실조치를 당할 수 있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취업 준비에 드는 비용을 아끼고, 오픈된 공간에서 자극받기 위해 집 주변 도서관을 가려고 했던 것인데, 이제는 그냥 동네 독서실에 등록하려 한다"고 말했다.


9일 오전 9시쯤 대구 수성구청 길 건너편에 있는 범어도서관. 이곳에는 현재 3개의 종합자료실과 국제자료실 등이 마련돼 있고, 여기에서 책을 열람할 수 있다. 그러나 이들 자료실 입구에는 '개인학습 금지'라는 문구가 여러 개 붙어 있었고, "건전한 도서관 이용문화를 위해 개인학습을 금지합니다. 적발 시 퇴실조치 될 수 있습니다"라는 문구까지 있었다. 한 종합자료실의 작은 원탁 탁자들 각각에도 학습 금지 문구가 붙은 한편, 실내 이용예절을 명시한 배너와 게시판에 붙은 '이용자 준수사항'의 첫번째가 개인학습 ' NO'였다.


일부 수성구 주민들은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중학생 자녀를 둔 이지영씨(여·48·수성구 범어동)는 "스스로 교육특구라고 자부하는 수성구 한복판에 위치한 공공도서관에서, 자습을 할 수 없도록 규제하는 것이 말이 되나"라며 "아들에게 방학 기간 동안 도서관에서 공부도 하고, 틈틈이 도서관 책도 읽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이런 상황이라면 곤란하지 않을까"라고 반문했다. 


이에 대해 범어도서관 관계자는 "도서관 본연의 목적은 개인 학습이 아닌 도서 열람이다. 더욱이 범어도서관에는 학습만 할 수 있는 공간을 따로 마련해놓은 것도 아니고, 모두 책보는 공간으로 지정해뒀다"며 "이 같은 목적을 잘 살리기 위해, 도서관 곳곳에 문구를 붙여놨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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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어도서관 이용자 준수사항의 첫 번째로 "자료실 내 개인학습 불가합니다"가 쓰여 있다.
한편 이 같은 규제에도 불구, 이 날 오전 11시쯤에는 범어도서관 종합자료실에 마련된 자리들에는 방학을 맞아 아침부터 개인공부를 하러 온 학생들이 심심찮게 보였다. 종합자료실 두 곳에 앉아있던 70명 정도의 주민들 중 24명 정도가 문제집을 풀거나 스마트폰으로 인터넷 강의를 보는 학생들이었다. 아침 10시부터 자료실에 자리잡고 공부했다는 중학생 최모양(여·15)은 "금지 말이 마음에 걸리긴 하지만 다들 문제집을 들고 자연스럽게 자리잡길래, 덩달아 같이 앉게 됐다"고 전했다.
개인 학습 금지 문구가 도서관 여기저기 붙어있는 것이 무색하게, 실제로는 제재가 이뤄지지 않았던 상황에 대해 도서관 관계자는 "공부하는 이들을 강제로 내쫓을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 규칙을 준수해줬으면 좋겠다고 말씀드리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글·사진 = 서민지기자 mjs858@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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