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진문의 행복한 독서] '매너의 문화사'

  • 임성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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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3-27   |  발행일 2020-03-27 제37면   |  수정 2020-03-27
서양 예법 악수와 볼키스…코로나19 종식까지 피해야 할 인사
(마리 투루넨 & 마르쿠스 파르타넨 지음 ·지식너머·255면·2019.10·15,000원)

전진문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악수'로 인한 바이러스 전염이 우려되면서, 악수 대신 주먹을 마주치거나 발을 맞대는 인사법이 나오고 있다. 이처럼 우리가 아는 매너는 모두 그 시대와 역사의 산물임을 알 수 있다. 저자는 주로 서구의 매너가 어떻게 형성되었고 변화해왔는가를 여러 가지 예를 들어 보여주고 있어 흥미롭다.

프랑스의 대표적인 인사법은 악수, 볼키스 그리고 '봉주르'라는 말인사가 대표적인데, 악수와 볼키스는 코로나19가 물러갈 때까지 당분간 멈출 것으로 보인다. 아는 사람이 시야에 들어오게 되면 오른손을 들어 아는 체하는 것이나, 손을 내밀어 악수하거나 모자를 들어 보이는 것은 모두 손에 무기를 들지 않았음과, 투구를 벗어서 싸울 의도가 없음을 보이는 것이라고 한다.

키스는 16세기 유럽의 복잡한 의례 중 일부로 허리 굽히기, 무릎 꿇기, 손키스, 볼키스 등 상대방의 지위와 계층에 따라 다양하였다고 한다. 인사문화는 높은 사람에게 아첨하는 방향으로 발전했으며, 최하층의 사람은 최상류층의 발에 키스했고, 그다음 상류층에게는 긴 가운 자락이나 무릎에 키스했다. 예컨대, 주교들은 교황의 무릎에 키스하도록 허락되었다. 서열에 따라 무릎 다음엔 손키스였다. 원래부터 손키스는 남자들 사이에서 널리 쓰이던 인사법이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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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식사예절과 관련된 매너다. 이슬람 국가에서 왼손으로 먹는 것이 예법에 어긋나는 것은, 먹을 때는 오른손을 쓰고 왼손은 뒤를 닦을 때 쓰는 것이 그들의 예법이기 때문이다. 옛날에 서구의 신분이 높은 귀족들은 세 손가락만을 사용해서 음식을 먹는 것이 에티켓이었다. 13세기경부터 숟가락과 포크로 먹기 시작했으며, '악마의 삼지창'으로 불리던 포크는 위험하여 서유럽 교회가 오랫동안 사용을 금지했다. 나이프는 무기가 될 수도 있어서 조심할 것을 강조하고, 누군가에게 칼을 건넬 때는 반드시 칼끝을 손으로 잡고 칼자루를 상대 손에 쥐도록 해야 다른 의도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고 한다. 동양에서는 주방에서만 칼이 있고 모든 것을 조리해서 식당에서는 오직 젓가락과 숟가락만으로 먹게 되어 있는 것도 이러한 위험 때문이다.

자연 욕구와 분비물과 관련된 매너도 나라마다 또 시대에 따라 다르다. 중세에는 방귀를 뀌는 것을 두고 흠잡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고 한다. 중세의 서양 사람들은 방귀를 악마의 체취라 하여 신체에서 내보내는 것이 좋다고 하였다. 그러나 19세기에는 정반대로 여러 사람이 있는 곳에서 방귀를 뀐다는 것은 욕구를 통제할 수 있는 신체적 기능에 이상이 있음을 알리는 신호로 여겨져 나쁘게 보았다.

옛날에는 배뇨와 배변, 배설을 공공연한 일상의 일부로 받아들여 신호가 오면 그 자리에서 용변을 해결했다고 한다. 17세기 서양의 귀족들은 요강에 배설물을 처리했으며, 요강이 매우 귀했기 때문에 으슥한 길거리나 강변에는 오물투성이였고, 악취가 코를 찔렀다고 한다. 손수건은 애초부터 상류층의 지위를 드러내는 징표였다. 중세의 귀족들은 목욕을 좋아하지 않았으며, 향수로 냄새를 지우고 파우더로 얼룩을 덮었다. 19세기에 들어서 비로소 하수도가 만들어지고 수세식 화장실이 나왔으며, 위생관념이 생기게 되었다는 것이다.

에티켓은 원래 프랑스 궁궐에서 입장을 허가한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이름표를 뜻하는 단어였으나 점차 '사회가 허용하는 태도'를 일컫는 개념으로 확장되었다고 한다. 모든 무기를 빼앗긴 궁정의 귀족들은 누가 예법을 잘 지키느냐를 두고 싸웠다고 한다. 코로나19로 '손씻기'가 또 하나의 새로운 매너가 될 수도 있겠다.

전 대구가톨릭대 교수·〈사〉 대구독서포럼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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