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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여름 휴가 지형도를 바꿨다. 코로나19 여파로 호텔, 리조트, 해수욕장 등 집단이용시설을 꺼리는 문화가 확산하면서 가족 단위로 한적한 교외를 찾아 시간을 보내는 캠핑족이 크게 증가했다. 지역에서는 더위를 피하기 위해 백화점에서 쇼핑을 즐기는 이른바 '백캉스족' 역시 떠오르고 있다.
상대적으로 인파가 적고 쾌적한 분위기에서 쇼핑하며 여유를 즐기려는 백캉스족이 늘어나면서 여름 상품 지출 역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유통가에서는 유통업계 비수기라 일컫는 8월에 많은 이들이 시원한 백화점에서 바캉스를 즐기며 지갑을 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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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지역 이마트의 캠핑용품 매출이 급증해 캠핑이 새로운 휴가문화로 떠올랐음을 입증했다. <이마트 제공> |
◆여름 휴가도 뉴노멀, 늘어나는 캠핑족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인파를 피해 가족끼리 야외에서 캠핑을 즐기는 차박 캠핑족의 가파른 증가다.
대구지역 이마트 6개점의 매출을 분석한 결과 지난 3월부터 7월까지 캠핑용품은 전년동기 대비 45% 증가했다. 특히 대형 SUV 보급률이 높아지며 캠핑 가운데서도 차를 이용한 캠핑, 일명 '차박'이 캠핑 트렌드로 확산되면서 차박 관련 용품 매출이 높게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이마트는 3월부터 7월까지 지난해 동기 대비 캠핑체어 113.6%, 텐트타프 60.3%, 테이블 34.7%, 매트리스 26.9%, 그늘막 12.9% 순으로 매출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차박 필수품인 체어, 타프, 테이블 순으로 신장률이 높아 차박 캠핑족의 증가를 가늠할 수 있게 했다.
차박의 인기는 이마트가 진행한 크라우드 펀딩의 실적을 통해서도 나타났다.
이마트는 지난 5월 국내 최대 크라우드 펀딩 중개 플랫폼인 '와디즈'를 통해 북미 1위 차량텐트 업체 '네이피어(NAPIER) SUV 텐트'를 39만9천원에 판매하는 행사를 선보였다. 네이피어의 '스포츠 SUV 텐트 84000'은 신축성 좋은 밴드와 고정장치를 통해 SUV 전 차종에 사용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판매 가격 또한 39만9천원으로 북미 현지 아마존 판매가격인 419.99달러(약 51만원)에 비해 20% 이상 저렴했다. 5월17일부터 25일까지 짧은 판매기간에도 펀딩건수 295건으로 예상 대비 4배 이상의 실적 달성을 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코로나로 인해 숙박업소보다 개인장비를 활용한 캠핑을 선호하는 최근 트렌드 덕분에 예상보다 소비자들의 호응이 컸다"고 분석했다.
오토캠핑의 트렌드는 텐트뿐만 아니라 차량용 텐트소품의 매출 증가에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차량용 갈런드, LED 라이트 등 캠핑소품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203%의 매출 신장률을 기록하며 전년대비 3배 넘는 매출을 보였다.
SNS를 통해 오토캠핑만의 감성적인 매력이 젊은 층에 어필하면서 '차박 인테리어'라는 신조어가 생길 만큼 캠핑소품 수요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김환호 이마트 만촌점 영업팀장은 "코로나로 인해 숙박업소보다 개인장비를 활용한 캠핑을 선호하는 최근 트렌드와 SNS를 통해 차박 인테리어에 관심을 가지는 젊은 층이 늘어나면서 캠핑용품 매출이 크게 늘어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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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백화점 대구점 샤롯데 스퀘어 모습. 아동서적 등을 비치해 가족단위 고객에 휴식처를 제공한다. <롯데백화점 제공> |
◆다시 돌아온 백캉스, 다양한 행사 마련
코로나19 사태로 하늘길이 끊기면서 백화점에서 휴가를 보내는 소위 백캉스족(백화점+바캉스)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백화점 대구점 매출 집계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주말 3일간)의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약 12% 증가했다. 특히 본격적인 백캉스 시즌을 맞아 여성들이 즐겨 찾는 원피스 등 여성의류 상품군이 약 20% 증가했으며 무더운 여름이 예고된 8월 열대야를 대비한 여름 이불 등 여름 침구류가 약 4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본격적인 더위로 여름 상품 수요에 따른 매출 증가와 함께 구매객 수도 동반 상승했다. 같은 기간 여성관에서 여성 의류를 구매한 고객은 지난해보다 11%, 리빙관 구매 고객 수 역시 15% 증가했으며 명품관 이용자도 5% 증가했다.
이런 추세를 반영해 롯데백화점 대구점에서는 다양한 이벤트와 프로모션으로 백캉스족 모시기에 나선다.
8층에는 실내에서 즐기는 캠핑이 가능한 다이노소어 카페와 실외 체험 공간(매주 토·일 운영)에서 'RC카 체험' '꼬마 기차 붕붕' 등 다양한 가족 단위 고객을 위한 체험존이 마련됐다. 또 5층 '샤롯데 스퀘어'에서는 아동 서적 등을 비치해 휴식 공간을 제공한다.
8월 한 달간 여성복, 골프웨어, 가전가구 상품군 등 구매 금액에 따라 모바일 롯데상품권을 증정하며 NH농협·KB카드 등 카드사별 최대 10개월 무이자 할부 혜택도 제공한다.
대구백화점은 문화체험 등으로 휴가를 보내는 가족단위 방문객을 위한 다양한 행사를 마련했다.
대구백화점 프라자점에서는 지난달 23일부터 지난 16일까지 어린이들을 위한 체험 프로그램 '스노우키즈와 함께하는 바다 미술관'이 백캉스 프로그램으로 많은 인기를 얻었다.
어린이들의 감성지수계발과 상상력을 키우기 위한 미술체험행사인 '스노우키즈와 함께하는 바다 미술관'은 '바다미술관' '창의아트실험실' '감성드로잉' '컬러가든' 4개의 테마를 바탕으로 오감체험을 통한 이색적이고 다양한 미술놀이 경험을 할 수 있어 인원 제한 등에도 1천명이 넘는 어린이가 몰렸다.
이 밖에도 대백프라자 프라임홀에서는 21일부터 23일까지 '명화극장'을 진행한다. 메릴린 먼로 특집 영화로 '왕자와 무희' '7년 만의 외출' '신사는 금발을 좋아해' 등 백화점을 찾는 고객들에게 추억을 선물한다는 계획이다.
대구백화점 관계자는 "코로나19로 학교 일정이 전면 수정되면서 아이들의 여름방학 또한 거의 사라져 장거리 여행 대신 백화점 등 대형 유통 시설을 찾아 문화체험 등으로 휴가를 보내는 가족단위의 방문객이 늘었다"고 말했다.
서정혁기자 seo1900@yeongnam.com

서정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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