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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0일부터 개정된 전자서명법이 시행됨에 따라 '공인인증서'라는 개념이 사라진다. 앞으로는 민간 전자서명인증 사업자가 인정기관으로부터 증명서를 발급받아 전자서명인증을 할 수 있게 된다.
또 계좌번호나 휴대전화 번호만으로도 신원을 확인하는 등 전자 서명에 가입하는 방법이 훨씬 간편해지고 다양해진다. 이에 따라 금융권과 통신업계, IT(정보기술) 업계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인증서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인증서 발급 쉽고 간단해 진다
2018년 공인 전자 서명 제도 폐지 정책이 발표된 이후 다양한 민간 인증서들이 나와 있다. 이 때문에 앞으로는 자주 쓰거나 입맛에 맞는 서비스를 골라 사용하면 된다. 물론 선택의 폭에는 공인인증서의 새로운 이름인 공동 인증서도 포함된다.
민간인증서의 큰 장점은 각종 프로그램 설치 과정을 겪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기존에는 공인인증서만 쓸 수 있었으므로 액티브엑스와 백신, 키보드 보안 프로그램 등 실행 파일들을 설치하고 기다리고 전화로 인증해야 하는 인내의 시간이 필요했다.
전자 서명 가입자 신원 확인에 있어서도 기존에는 직접 금융 기관을 찾아 신분증을 제시해야 하는 대면 방식만 허용됐다면, 이제 휴대폰이나 PC를 통한 비대면 인증도 가능해진다.
또한 10자리 이상의 복잡한 비밀번호 대신, 얼굴과 지문 같은 생체 정보나 PIN(간편 비밀 번호) 등으로 서비스를 간편히 이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
◆금융권 공동 '금융인증서비스' 눈길
전자서명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대부분의 은행에서 '금융인증서비스' 이용이 가능해진다. 금융인증서비스는 금융인증서를 안전한 금융결제원의 클라우드에 발급·보관해 언제 어디서나 PC, 모바일에서 클라우드에 연결해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다. 금융결제원과 은행권 공동으로 실시하는 인증서비스로, 인터넷·모바일뱅킹을 이용하는 은행 고객은 누구나 무료로 발급받을 수 있다.
특히 기존 인증서비스의 단점으로 꼽혔던 별도 앱, PC환경 내 별도의 프로그램 설치 없이 인증이 필요한 순간에 비밀번호 6자리만 입력하면 바로 인증서를 이용할 수 있어 설치에 따른 번거로움이 대폭 해소 됐다. 또한 인증서의 유효기간을 3년으로 연장해 인증서 관리에 대한 부담도 줄였다.
현재 이 서비스를 도입한 은행은 대구은행과 우리은행이다. 지난달 17일부터 우리은행의 모바일뱅킹인 '우리원뱅킹'에서 이용 가능하며, 대구은행은 12월4일부터 모바일뱅킹 'IM뱅크와 인터넷뱅킹, 모바일웹에 적용했다. 대구은행은 아이폰 및 PC환경에서도 금융인증서비스를 적용해 고객이 원하는 채널 어디에서나 인증서비스를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금융결제원은 정부24, 국민신문고, 청약홈, 홈택스 등 이용할 수 있는 기관을 지속적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통신3사 등 다양한 분야 인증서비스 도입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통신3사의 본인인증 앱 'PASS(패스)'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 1월 출시한 패스 인증서의 누적 발급 건수가 11월 말 기준 2천만 건을 돌파했다. 패스 인증서는 패스 앱에서 6자리 핀 번호나 지문 등의 생체 인증을 진행하면 1분 내에 발급이 가능하고 발급받은 인증서는 3년간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 이 인증서는 온라인 환경에서 간편하고 안전하게 전자 서명 및 금융 거래 등을 하는 데에 활용된다.
특히 공공 분야를 비롯한 대형 금융기관 및 핀테크 업계에서 패스 인증서 도입이 활발하다. 주요 보험사에서는 보험 가입문서 간편 조회 시 패스 인증서를 적용하고 있다. 또 미래에셋대우는 증권사 최초로 전자투표 시스템 간소화를 위해 패스 인증서를 도입했다.
카카오페이 인증 발급은 지난 10월 말 기준으로 1천700만건을 넘어섰고, 모바일 금융 서비스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 등 핀테크 업체들과 네이버 같은 거대 IT 기업도 이미 전자 서명 시장에 뛰어 들고 있다.
◆언제 어디까지 사용 가능할까
그렇다면 기존 공인인증서는 앞으로 사용하지 못하는 걸까. 그렇지 않다. 유효 기간이 만료돼도 갱신해서 지속적으로 쓸 수 있다. 공인인증서에서 '공인'이라는 법적 효력이 폐지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당장 연말 정산부터 민간 인증서로 처리가 가능해 진다. 정부는 내년 초 시행되는 올해분 연말 정산부터 민간 인증서 사용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공동 인증서로 이름이 바뀌는 기존의 공인 인증서도 이번 연말 정산에서 쓸 수 있다.
민간 인증서의 보안 수준에 대한 안전망도 갖췄다는 것이 과기정통부의 설명이다. 민간 인증서의 신뢰성과 안전성 등을 평가하기 위해 '전자 서명 인증 업무 평가·인정 제도'를 운영한다. 위조·변조 방지 대책과 시설 및 자료 보호 조치 등 기준을 마련, 이를 통과한 업체만 민간 인증서를 출시할 수 있도록 한다.
그렇지만 민간 인증서가 모든 전자서명을 대체하기 까지는 일정 기간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A 사이트에서 허용되는 인증서가 B 사이트에서는 거부 당할 수 있다. 결국, 다른 인증서를 또 발급 받아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을 것이며, 이로 인해 시장 점유율이 높은 인증서로 인기가 쏠리는 양극화 현상이 생길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전자 서명 시장이 커지면 유료화 가능성도 우려되고 있다. 민간 인증서 유료화는 디지털 소외를 겪고 있는 저소득층에게 또다른 진입 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홍석천기자 hongsc@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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