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솔선수범 경북 구미보건소 역학조사팀장, 결국 확진 판정 받아

  • 백종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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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12-30 10:35  |  수정 2020-12-30 11:52  |  발행일 2020-12-31 제8면
21~23일 무더기 확진자가 발생한 송정교회의 역학조사 과정서 감염

최근 방역 수칙을 지키지 않아 코로나19에 감염된 공무원이 문책을 받는 사례가 잇따르는 가운데 10개월간 솔선수범하던 역학조사 팀장이 결국 확진 판정을 받아 주위 사람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구미시 보건소 역학조사팀장 A씨와 동료 직원 1명은 지난 26일 오후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앞서 A씨는 25일 오후 코로나19 감염 자각 증세를 느껴 자가격리에 들어간 뒤 26일 검사에서 확진됐다. 다행히 가족은 1차 검사에서 전원 음성이 나왔다.


4개팀 12명으로 구성된 구미보건소 역학조사팀에서 든든한 맏형 역할을 맡았던 A씨는 지난 21~23일 무더기 확진자가 발생한 송정교회의 역학조사 과정에서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첫 확진자가 발생한 21일 2~3시간 동안 교회 역학조사 과정에서 신자와 접촉하고 곳곳을 확인하는 현장 조사를 벌였다. 22일에는 역학조사에 필수적인 예배 참석자 명단 확보를 위해 재차 교회를 방문했으나 소통 부재로 2~3시간 머물러야 했다. 23일에는 교회 앞마당에 설치된 선별 진료소를 둘러본 뒤 신자 대상으로 2시간 동안 추가 역학조사를 벌였다.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에 역학조사반이 투입되는 것은 당연하지만, 가장 오랜 경력을 가진 팀장이 3일 연속 자발적으로 역학조사에 나선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역학조사반이 가장 꺼리는 곳이 감염 우려가 큰 대규모 집단 시설이기 때문이다.


당시 A씨는 누구라도 역학 조사에 뛰어 들 상황에서 "차라리 내가 가겠다"라며 자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송정교회 입구에서 "교회 바깥에서 관계자를 만나 역학조사를 벌여도 괜찮지 않느냐"는 주위 사람들의 권유도 있었으나, "집단 발생 가능성이 큰 종교시설은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면서 현장조사를 강행했다.


송정교회에서는 27일까지 신자·가족 등 50여명의 확진자가 한꺼번에 발생했으나, A씨의 철저한 역학조사에 다른 철저한 대처로 28일부터 하루 1~2명만 발생하고 있다.


그는 29일 전화 통화에서 "공직자에게 부여된 업무에 최선을 다하는 과정에서 확진 판정을 받았으나 절대로 후회하지 않는다"면서 "코로나19 사태가 하루 빨리 마무리 돼 환하게 웃는 그날이 오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경북대 보건대학원을 졸업한 A씨는 1991년 공직생활을 시작해 2010년 환경부장관 표창, 2015년 보건복지부장관 표창을 받았다. 


구건회 구미보건소장은 "평소에도 코로나19 역학조사를 위해 몸을 아끼지 않았던 선임 팀장이 확진 판정을 받아 매우 안타깝고 미안하다"고 말했다.


백종현기자 baekj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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