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석 국무총리가 1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행정통합 인센티브와 관련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럴 때가 오히려 찬스 아닙니까." 지난해 청와대가 개최한 대구지역 타운홀 미팅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던진 말(영남일보 2025년 12월9일자 1면 보도)이다. 대구시장 궐위 상태(권한대행 체제)가 행정통합의 걸림돌이 되지 않겠느냐는 우려에 대해 정치적 셈법을 배제하고 실무적으로 속도를 낼 수 있는 '반전의 기회'로 삼자는 역발상을 요구한 주문이었다. 이 말은 지금 대구경북(TK)이 처한 현실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18일 정치권에 따르면 정부가 지난 16일 내놓은 '통합특별시 20조원 지원'이라는 파격적인 인센티브는 사실상 TK를 향한 마지막 통첩이자 선물이다. 앞으로 만들어질 '통합특별시'(가칭)에 연간 최대 5조원(4년간 최대 20조원)을 지원하고 통합 지방정부에 행정통합에 따른 교부세와 지원금(가칭)을 신설하는 등 국가 재원의 재배분을 추진하겠다는 것. 더 나아가 2차 공공기관 이전 시 우선권을 주는 등 다양한 특혜도 부여하겠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이에 그동안 수면 아래 가라앉았던 TK통합 논의가 재개될지 주목된다. 사실 TK는 2019년 전국에서 가장 먼저 행정통합 깃발을 치켜든 후 공론화위원회 출범(2020년), 대구시·경북도·행안부·지방시대위 4자 합의문 서명(2024년)까지 일사천리 진행하는 등 '행정통합의 원조'였다. 하지만 경북 북부권의 반발, 정치적 셈법, 홍준표 대구시장 조기 사퇴 등으로 통합시계는 멈추고 말았다. TK가 주춤하는 사이 후발주자인 대전·충남과 광주·전남은 무서운 속도로 치고 나가고 있다. 이들은 정부의 파격 지원을 이끌어내며 오는 6·3 지방선거에서 단 1명만 뽑는 '통합특별시장' 선출에도 합의하는 등 정부 정책과 궤를 같이하고 있다.
이에 TK지역 정가에선 지금이라도 행정통합의 불씨를 되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 대통령의 말처럼 단체장의 공백과 혼란스러운 정국은 오히려 정치적 이해관계에서 자유로울 뿐 아니라 오직 시·도민의 생존만을 생각한다면 지금이 통합을 추진할 적기라는 이유에서다. 특히 정부가 제시한 서울시에 준하는 위상과 재정 지원은 그간 이철우 경북도지사와 지역사회가 요구해 온 내용이 대부분 반영된 것으로, 이를 놓쳐서는 안된다는 지적이다.
공은 이제 6·3지방선거에 출마하는 주자들에게 넘어갔다. 대구시장·경북도지사 후보군과 지역 국회의원들은 통합특별시장 선출을 위해 즉각 머리를 맞대야 한다. 지역 정가 한 관계자는 "5년 전 전국에서 행정통합에 대한 논의가 미비했을 때 TK에서 처음 쏘아 올린 공을 마무리할 절호의 기회"라며 "정치적 유불리나 소지역주의에 기댄 기득권은 과감히 내려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충청·호남이 만약 6월 선거에서 통합 단체장을 뽑고, 대구경북만 쪼개진 채로 변화를 거부할 경우 지역의 미래는 불보듯 뻔하다. 대구는 이미 인구와 경제 규모에서 인천에 밀린 지 오래다. 만약 이번 골든타임마저 놓치고 충청과 호남이 먼저 통합을 이뤄낸다면 TK 위상은 추락할 수밖에 없다. 서울·부산·인천에 이어 거대 통합 자치단체인 충청과 호남에도 밀리는 '6류 도시'로 전락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20조원의 '재정 실탄'과 '높은 자치권'을 포기하고 쇠락의 길을 걸을 것인지, 아니면 통합특별시를 출범시켜 옛 영광을 재현할 것인지 시도민들은 지금 지역 정치권의 결단을 주시하고 있다.
정재훈
서울정치팀장 정재훈입니다. 대통령실과 국회 여당을 출입하고 있습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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