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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뉴스-스마트폰 세상보기] '영원히 잊지 못할 추억' 손녀와 얼음 지치기

  • 김점순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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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1-19   |  발행일 2021-01-20 제12면   |  수정 2021-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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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경북 경산 자인면의 한 저수지에서 박기환씨가 손녀 연서의 썰매를 끌어주고 있다. 박기환씨 제공

지난 11일 경북 경산시 자인면의 어느 조그만 저수지. 박기환(64)씨는 손녀 연서(3)를 '시게또'(썰매)에 태워 얼음지치기를 즐겼다.

박씨는 집 앞 꽁꽁 얼음이 언 저수지를 보자 코로나로 집안에서 지루한 시간을 보내는 손녀와 놀아주고 싶은 생각이 났다. 손녀를 위한 썰매를 만들면서 그 옛날 아들을 위해 손수 썰매를 만들어 주셨던 아버지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겨울방학이 되면 아버지께서 만들어준 썰매는 최고의 놀이기구가 된다. 벼 밴 자국이 바둑판처럼 줄 선 물 고인 논바닥엔 간밤에 떨어진 영하의 기온으로 빙판이 된다. 동네 꼬맹이들은 마루 밑에 두었던 썰매를 둘러메고 하나둘 모여든다.

누가 빨리 달리나 시합도 하고 길게 한 줄로 서서 기차놀이도 하며 추운 겨울을 보냈다. 얼음이 깨어져 발이라도 빠지면 모닥불 피워서 젖은 양말 말리려다 양말까지 태워 어머니께 혼난 추억 하나쯤은 갖고 있다.

세월은 유수같이 빠르고 바람에 흩어지는 뭉게구름 같았다. 썰매 타던 아이였던 박씨는 썰매가 뭔지도 모르는 아들의 아버지가 되었다. 그 아들이 성장하여 도시의 장년으로 아버지가 되고 박 씨는 어느새 할아버지가 되어 있었다.

겨울이 오면 박 씨의 가슴엔 언제까지나 기억될 추억이 있어 좋다. 아버지를 대신하여 손녀에게 추억이 담긴 썰매의 전설을 들려주고 싶어졌다. 박 씨가 그 시절을 추억하는 것처럼 손녀에게도 영원히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어 주고 싶은 할아버지다. 얼음판 위에서 신이 나서 깔깔거리는 손녀의 웃음소리는 파문처럼 허공으로 퍼진다.


김점순 시민기자 coffee-3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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