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뉴스] "교사직 버리고 떡갈비 구워요"...대구 와룡종합시장의 셰프 '와룡총각' 이중생씨

  • 김점순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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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3-09   |  발행일 2021-03-17 제12면   |  수정 2021-05-11 10:37
"대구를 넘어 전국에 와룡총각 떡갈비 판매하는 것이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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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와룡종합시장에서 와룡총각을 운영하는 이중생씨가 철판에 떡갈비를 굽고 있다.
지난달 13일 대구시 달서구 와룡종합시장. 마술이 걸린 듯 냄새를 따라 찾아간 곳. 널찍한 철판 위에 노릇노릇 떡갈비가 구워지고 있다. 이곳은 대구시 외식창업지원 사업인 청년팝업레스토랑을 수료한 청년 셰프 이중생(37)씨가 운영하는 가게 '와룡총각'이다.

2019년 4월 개업한 와룡총각의 떡갈비는 수제라서 더 맛있다. 떡갈비는 연하고 부드럽고 능이버섯이 들어가고 불향까지 입혀 풍미가 최고다. 밀가루, 빵가루, 방부제, 발색제, 보존제가 들어가지 않은 건강한 먹거리다. 떡갈비 외에도 떡갈비 버거, 떡갈비 도시락도 판매한다.

이씨가 떡갈비집 사장이 되기까지는 특별한 이야기가 있다. 2013년 이씨는 대학원을 졸업하고 고등학교에서 한국사 교사로 근무했다. 교사 3년 차인 어느 날 언론을 통해 시장에서 판매하는 젊은이들을 보고 흥미를 느꼈다. 평소 사람들과 부대끼는 것을 좋아하는 성격이어서 재미있게 잘할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는 교사를 그만두고 무작정 서울로 올라갔다. 1년 동안 40여 개의 아르바이트에 도전하며 다양한 경험을 했다. 시장을 파악하고 새로운 아이템을 준비하는 사람도 만났다. 교육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대구에 내려와서 1년 동안 정부 사업, 청년 지원사업, 소상공인지원센터 등을 통한 교육을 받았다. 백종원 워크숍 참석 등 음식 관련 강좌를 수강하고 시험에도 응시하며 차례대로 준비했다. 하고 싶은 일을 준비한다는 것이 얼마나 가슴 벅찬 일인지 새삼 느꼈다. 이씨는 지금도 교사를 그만둔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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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와룡종합시장에서 와룡총각을 운영하는 이중생씨가 판매하는 떡갈비를 들고 포즈를 취했다.
처음에는 부모님의 반대가 심했다. 교육자 집안에서 다른 세상을 꿈꾸는 아들이 실망스러웠다. 부모님을 설득하기까지 우여곡절도 많았다. 이씨는 하고 싶은 일을 지금 하지 않으면 평생 후회할 것이고 하다가 안 되면 교사는 다시 할 수 있지만, 이 일은 못 한다는 강한 의지를 보였다. 대학원까지 보냈다며 완강하게 반대하고 심지어 한집에서 말도 안 하고 지낸 1년. 혼내기보다는 한숨만 쉬던 아버지. 지금은 아들의 고생을 보면서 장하다는 생각이 들고 지지해주고 응원해 주는 쪽으로 생각이 바뀌었다. 이제는 우리 집안에 교사 말고 사업가도 한번 배출해보자고 웃으신다.

이씨는 최근까지 낮에는 와룡시장, 저녁에는 칠성야시장을 오가며 떡갈비를 팔며 바쁜 나날을 보냈다. 코로나19 유행으로 칠성 야시장은 접게 되었다. 먹어야 맛을 안다는 생각으로 홍보 차원에서 배달사업을 병행하고 있다. 손님들의 맛에 대한 피드백에 집중하고 단점이 있다면 보완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에서 택배도 새롭게 시작했다. 대구를 넘어 전국에 와룡총각 떡갈비를 판매하는 것이 새로운 목표다.

사회적기업도 준비 중이다. 와룡시장은 방문하는 외국인들이 많은데 일자리는 부족하다. 와룡시장 특성을 살려서 결혼이주여성이나 다문화가정이 우선 대상이다.

이씨는 "창업을 꿈꾸는 청년들에게 컨설팅해주는 게 꿈이다. 제가 받았던 것들을 또 다른 사람들에게 돌려주고 싶다"며 당찬 포부를 밝혔다.

글·사진=김점순 시민기자 coffee-3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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