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줍킹' 1시간 만에 5리터 쓰레기 봉투 가득...대구 북구 함지산 망일봉 둘레길

13일 영남일보 취재진이 대구 북구 함지산 망일봉 코스에서 '줍킹'을 하고 있다.

13일 영남일보 취재진이 대구 북구 함지산 망일봉 코스에서 주은 쓰레기들. 생수병·담배꽁초·종이컵 등 다양한 쓰레기가 있다.

지난 13일 오전 9시30분쯤 대구 북구 함지산. 서변동에서 출발하는 '망일봉(273.6m) 코스'는 한적했다. 왕복 약 3.2㎞의 둘레길을 따라 망일봉을 오르내리는 동안 물티슈·페트병·작은 과자봉지 등 다양한 쓰레기가 눈에 띄였다. 취재진이 1시간20여분에 걸쳐 '줍킹'을 하는 동안 5ℓ짜리 비닐봉투가 꽉 찼다.

산을 오르내릴 때 쓰레기를 되가져 가야한다는 인식이 아직 완전히 정착되지 않은 모습이다. 망일봉 코스로 들어서는 길부터 휴식터·정상 부근 곳곳에서 쓰레기가 발견됐다. 둘레길 초입에 있는 쓰레기는 오랫동안 방치된 듯 보였고, 코스 입구에 설치된 에어건 옆에는 신발 깔창이 버려져 있었다. 등산객이 하산하면서 버린 것으로 추정되는 페트 생수병도 많았다. 등산객이 간식으로 먹은 과자·사탕·초콜렛바 포장지 조각도 발견됐다. 물티슈와 여행용 휴지도 있었다.

코스 중반 운동기구가 모여 있는 곳에는 플라스틱 빨대가 꽂힌 두유팩도 있었다. 귤껍질도 즐비했다. 흔히 귤껍질은 산에 버려도 된다고 생각하는데, 되가져가야 하는 쓰레기다. 귤껍질에 묻은 농약이 물에 씻겨 산에 스며든다. 또 마른 귤껍질은 산불이 났을 때 '불쏘시개' 역할을 한다.

봄철은 건조한 날씨 탓에 산불 위험이 크다. 2011~2020년 10년간 전국에서 발생한 산불 474건 중 절반 이상인 280건이 봄에 발생했다. 담뱃불 때문에 발생한 화재가 24건(5%)이었다. 코스 곳곳에 '산불조심' '절대금연'이라 적힌 팻말과 현수막에도 담배를 피운 흔적이 있었다. 망일봉 정상 부근 벤치 앞에는 담배꽁초가 가득했다. 정상에는 커피를 마셨던 종이컵이 방치돼 있었다. 벤치와 정자에는 케이블TV 가입혜택을 홍보하는 전단이 붙어있고, 바닥엔 일수명함이 떨어져있었다.

함지산 망일봉 정상부근 벤치 앞에 버려진 담배꽁초들. 하얗고 바싹 마른 필터가 버려진지 얼마 되지 않았음을 말해준다.

최영우(58·운암동)씨는 "요즘에도 산에서 담배를 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 산에서 간식을 먹고 마시는 것은 좋지만 쓰레기를 꼭 되가져 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취재진이 수거한 쓰레기를 종량제 봉투에 넣어 버렸다. 흙 등 이물질이 묻은 플라스틱이나 비닐은 분리수거해도 재활용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환경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쓰레기를 주으며 걷거나 뛰는 '줍킹', '플로깅'처럼 건강과 환경을 동시에 고려하는 활동이 늘어나는 추세다. 최근 대구 북구 산격1동 행정복지센터가 산격1동 일대에서 '줍킹'을 하며 환경정비을 하기도 했다. 또 오는 4월 한 달간 진행되는 대구국제마라톤 마스터즈 부문에 '플로깅' 미션이 포함됐다.

글·사진=박준상기자 junsang@yeongnam.com

◆ 줍킹은 '줍기'와 걷다라는 뜻의 영어 '워킹(walking)'의 합성어로, 쓰레기를 주우면서 걷는 활동을 뜻한다. 플로킹은 스웨덴어 '이삭을 줍다(Plocka Upp)'와 영어 '조깅(Jogging)'의 합성어로, 쓰레기를 주우면서 달리는 활동을 의미한다.

박준상 기자

디지털뉴스부 박준상입니다. https://litt.ly/junsang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