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만에 같은 장소 '플로깅'…쓰레기 주우러 갔는데 쓰레기가 없다

  • 박준상
  • |
  • 입력 2024-04-05 14:15  |  수정 2024-04-05 14:21  |  발행일 2024-04-05
딱 하나 주운 담배꽁초는 '전자담배'
10리터 비닐봉지 10%도 못채우고 하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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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북구 서변동 함지산에서 '플로깅'을 하고 있는 취재진.

식목일인 4월5일 금요일 대구 북구 서변동 함지산에 올랐다. 2021년과 지난해인 2023년에 이어 산을 오르며 쓰레기를 줍는 '플로깅'을 다시 한 번 해보기 위해서였다.

▶3년 전 담배꽁초·쓰레기 가득 찬 비닐봉투

▶지난해엔 얼마나 주워서 내려왔을까?

출발시각은 정오가 조금 남은 오전 11시54분. 함지산 망일봉 코스(273.6m)의 출발지점부터 물티슈로 보이는 쓰레기가 있었다. 쉬운 여정이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평일이라 그런지 코스는 한적했다. 산을 오르는 이는 물론, 쓰레기 조차 찾아보기 힘들었다. 다행인걸까, 출발하면서 주운 그 물티슈 말고는 코스 중턱까지 쓰레기를 줍지 '못'했다. 쓰레기를 찾길 고대하면서 길을 계속 갔다.

중간중간 위치한 벤치와 '산스장'에서 쓰레기를 주울 수 있다고 기대했지만 실망스러웠다. 젤리 포장지였을 것으로 추정되는 작은 비닐조각이 하나 있을 뿐이었다. 역설적이게도 조급해졌다. 쓰레기 주우러 왔는데 쓰레기가 없다니. 그나마 주운 쓰레기는 대부분 휴지조각이였다. 그밖에 버렸다기보다는 의도하지 않게 떨어뜨린 낱개 사탕봉지·비닐조각 등이었다.

 

귤껍질도 간혹 보였다. 귤 껍질은 꼭 가져가서 버려야 한다. 자연으로 돌아가는 퇴비라고 생각해 버리기 십상인데, 귤껍질은 자연에서 분해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탓에 산에서 수분이 모두 마른 귤껍질은 불이 났을 때 불쏘시개 역할을 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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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지산 망일봉 부근에 버려진 담배꽁초. 일반 연초가 아닌 궐련형 전자담배의 꽁초다.
2021년과 지난해 같은 길을 올랐을 땐 담배꽁초를 볼 수 있었다. 2021년에는 한 곳에서만 6개의 담배꽁초가 있었고 지난해엔 총 9개의 담배꽁초를 주었다. 이번 플로깅에서는 딱 하나 버려져 있었다. 새하얀 꽁초를 발견하곤 '드디어 하나 잡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주워서 보니 타들어 간 흔적이 보이지 않았다. 기자가 망일봉 정상 가까이에서 주운 담배꽁초는 연초가 아닌 궐련형 전자담배의 꽁초였다. 전자담배를 이용하는 흡연자가 늘어난 '덕'에 산불이 줄어들 수도 있겠다고 추측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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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취재진이 47분동안 산을 오르내리며 주운 쓰레기들.
이날 기자가 주운 쓰레기는 비교적 깨끗해 보였다. 최근에 버려졌을 가능성이 높았다. 지난 3일 비가 와 쓰레기들에 묻은 흙이 씻겨나갔을 수도 있다. 비 탓에 흙이 쓸려 내려와 땅에 반쯤 묻혀있는 쓰레기도 있었다. 지난 두 차례의 플로깅 때는 주운 쓰레기를 펼쳐 그 종류도 살펴봤지만 이번엔 그럴 수 없을 정도로 소박했다. 10리터 비닐봉지를 10% 가량도 채우지 못했다. 곧바로 일반 쓰레기로 모두 버렸다. 흙 등 이물질이 묻은 쓰레기는 비닐이나 플라스틱이더라도 재활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편 이날 기자가 하산했을 때는 오후 12시55분으로, 10분간 휴식을 제외하고 47분간 플로깅을 했다. 기자의 휴대전화 측정 기록에 따르면 3.52km를 4천810걸음으로 나눠 걸었다. 이번 플로깅으로 257칼로리를 소모했다.

글·사진=박준상기자 junsang@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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