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뉴스]"행복한 나눔 실천하며 어려운 이웃과 함께하는 사람" 지체장애 농부 차영혁씨

  • 이외식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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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3-15   |  발행일 2021-03-17 제12면   |  수정 2021-04-29 11:09
대구 달성군 유가읍서 '유가 가태 청정 미나리'생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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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영혁씨가 대구 달성군 유가읍 가태리 자신의 미나리꽝에서 청정 미나리를 수확하고 있다.


평탄치 못했든 지난 삶을 곱씹어보며 현재의 삶에 감사하면서 행복감을 느낀다는 지체장애 농부인 차영혁씨(66·대구 달성군 유가읍 가태리)는 '행복이란' 화두를 진솔하게 꺼낸다.

"복은 깃털처럼 가벼워 언제 날아갈지 아무도 모르지만 가슴 속의 행복감은 마음 먹기에 따라 언제까지나 붙들어 매어 둘 수 있지요. 한때 좌절해 어슬프 게 살아왔던 제 삶이 부끄럽기도 하지만 이제는 늦게나마 깨달은 소소한 행복에 늘 감사하지요."

아직까지는 때 이른 봄이기에 소슬한 바람이 낯설지는 않지만 2천200㎡ 남짓한 비닐하우스 안은 봄기운을 듬뿍 받은 미나리의 풋풋한 향내로 그득하다. 대구시 달성군 유가읍 가태리 남통마을은 비슬산 지맥이 남진하면서 보듬어 안은 석새미 골짜기 아래에 위치해 있다. 여남은 채 집이 옹기종기 모여 사는 이 마을에 봄볕에 그을린 부지런한 농부 차영혁·안연화씨 부부는 이른 새벽부터 매우 분주하다.

다른 지역에서 전화 등으로 주문한 '유가 가태 청정 미나리'를 당일 즉시 배송해야 하기 때문이다. 차씨 부부가 경작하는 비닐하우스 4동의 미나리꽝에서 연간 소득이 2천만원 이상에 나온다고 한다. 오롯이 비슬산 청정수로 재배한 유가 가태 청정 미나리는 건답식으로 재배한 밭미나리이기 때문에 미나리 특유의 향긋한 냄새가 오래 가고 향기가 더 진하다고 한다. 차씨 부부는 자가 소유 농지는 없지만 벼농사 2천평을 비롯해 고추, 마늘, 감자, 고구마 등도 경작해 연중 쉴 틈이 별로없다. 더군다나 차씨는 지체장애 2급으로 오른팔은 의수로 착용하고 왼팔로만 농기계 및 농기구를 다루기 때문에 상당한 고충이 따른다고 한다.

1985년 지역산업단지 내의 S산업체에 근무하다 현장에서 불의의 사고를 당해 한쪽 손목을 잃는 불운을 겪었다고 한다. 처음에는 좌절하며 방황도 했지만 부인의 지극한 정성과 내조로 이를 극복하고 부동산 중개업과 식당 등을 운영하기도 했다. 그러나 하는 사업이 지지부진해 2006년 귀농을 결심하고 숱한 어려움을 겪으며 오늘에 이르게 되었다고 한다.

특히 차씨는 형제 간의 우애가 돈독하다고 소문나 있다. 인근 논공읍에서 건설업에 종사하고 있는 형님 차영청(70)씨 부부는 주말마다 본업을 제쳐두고 힘든 농사일을 도우며 동생을 격려하고 있다고 한다. 선천적으로 긍정적이고 베풀기를 좋아하는 그는 현재 지체장애인 달성군지회 부회장을 맡으면서 동료 장애우들의 권익 보호와 복지 향상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힘들게 수확한 농산물을 어려운 이웃들에게 기증하는 등 행복한 나눔을 몸소 실천하며 즐거운 삶을 살고 있다.


글·사진= 이외식 시민기자 2whysi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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