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과 한국문학] 이게 불교에서 온 말이라고?

  • 박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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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수정 2021-03-18  |  발행일 2021-03-18 제면
늦깎이·무진장·불가사의 등

일상 속 널리 쓰이는 단어들

불교 용어서 유래된 것 많아

1500년간 생활·관습 녹아나

사회문화적 배경 담겨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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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미주 경북대 교양교육센터 강의초빙교수

먼저 퀴즈 하나 풀어보자. 다음 밑줄 친 어휘 중 불교에서 유래된 것을 모두 고르면?

ⓛ늦깎이 학생 ②사람이 무진장 많다. ③마을의 장로들이 모였다. ④세계 7대 불가사의 ⑤일반 대중에 서비스 시작 ⑥둘은 인연이 아니다.

정답은? 1번부터 6번 모두이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쓰는 말들이라서 불교에서 유래한 것이라고는 생각해 보지도 않았던 말들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일상적으로 쓰는 어휘 중 불교에서 유래한 어휘들이 적지 않다.

퀴즈의 보기로 나온 '늦깎이 학생, 늦깎이 공무원' 등의 표현에서 쓰이는 '늦깎이'도 불교에서 유래한 어휘이다. '늦깎이'는 '늦게 머리를 깎다'라는 의미가 포함된 것으로, '나이가 많이 들어서 승려가 된 사람'을 이르는 말이다. 지금은 '나이가 많이 들어서 어떤 일을 시작한 사람'이라는 뜻으로 일상에서 널리 쓰인다.

'무진장'(無盡藏)은 '끝이 없는 창고'라는 의미로 불교에서는 '덕이 넓어 끝이 없음. 닦고 닦아도 다함이 없는 법의(法義)'를 이른다. 지금은 '줄이 무진장 길다, 무진장 화를 냈다' 등에서와 같이 '다함이 없이 굉장히 많다'는 의미로 쓰인다.

'장로'(長老)는 불교에서 '배움이 크고 나이가 많으며, 덕이 높은 승려'를 이르는 말이지만 이 의미로는 일상에서 널리 쓰이지는 않고, 기독교에서 성직의 한 계급을 이르는 것으로 널리 쓰이고 있다. 오늘날 기독교에서 사용되는 '장로'라는 단어는 불교에서 들여온 말이라기보다 기독교에서 새롭게 이름 지은 것일 것이다. 하지만 '존경받는 승려'와 '존경받는 교회 지도자'라는 개념이 일치하는 것이 우연한 일은 아닐 것이다(심재기 2000).

'불가사의'(不可思議)는 본래 불교에서 '말로 표현하거나 마음으로 생각할 수 없는 오묘한 이치 또는 가르침'을 뜻하는 말이다. 현대어에서는 '고대의 7대 불가사의'에서처럼 '사람의 생각으로는 미루어 헤아릴 수 없이 이상하고 야릇함'을 의미한다.

'대중'(大衆)은 '많이 모인 승려' 또는 비구, 비구니, 우바새, 우바니를 통틀어 이르는 말로, 지금은 '수많은 사람의 무리'를 이르는 말로 쓰인다. 그리고 '인연'은 인(因)과 연(緣)을 아울러 이르는 말로, 불교에서 '인'은 결과를 만드는 직접적인 힘이고, '연'은 그를 돕는 외적이고 간접적인 힘을 의미한다. 현대어에서는 '사람들 사이 또는 사물과 맺어지는 관계'를 의미하는 말로 쓰인다.

이 외에도 '발로'(發露, 애국심의 발로), '방법'(方法, 사용 방법), '전도'(傳道, 전도 활동), '별도'(別途, 별도의 지출), '분신'(分身, 작가의 분신) 등도 불교에서 유래한 말들이다. 이런 어휘들은 불교가 들어올 당시에는 '신어'였을 것이고, 이런 신어들이 계속 쓰이면서 일상적인 말이 되었거나 의미 변화를 겪기도 한 것이다.

이렇게 우리가 일상적으로 쓰고 있는 말들 중 불교에서 온 것들의 비중이 상당한 것은 불교가 오래 전에 전래되었고, 우리 민족과 오랜 시간을 더불어 지내왔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 불교가 들어온 것이 대략 1천500년 전이라고 하니, 그 기간을 더불어 지낸 불교가 민족의 생활, 관습, 문화, 언어 등에 많은 영향을 끼쳤음은 당연한 일이다. 어떤 단어의 뜻을 이해하고 어디에서 온 말인가를 찾아보면, 그 단어와 관련된 사회문화적인 배경을 알 수 있다. 우리말에 불교에서 유래된 어휘가 많다는 것은 불교가 우리 민족과 오랜 시간을 더불어 지내온 종교이고, 일상에 많은 영향을 끼친 종교임을 알게 한다.
홍미주 경북대 교양교육센터 강의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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