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뉴스-시민기자 세상보기] 입맛 돋우는 봄나물

  • 김점순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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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3-30   |  발행일 2021-03-31 제12면   |  수정 2021-04-29 11:28
김점순

"봄에 먹는 나물은 다 보약이래."

"그래, 봄나물은 뿌리까지 다 먹는 거야."

우울한 마음도 달랠 겸 주말을 맞이해 시골로 봄나물을 캐러 갔다. 벌써 냉잇국을 몇 차례나 끓여 먹었다는 지인의 말을 듣고 봄을 캐러 나선 것이다.

들판 곳곳에 나물 캐는 사람들이 심심찮게 보였다. 예전에는 삼삼오오 짝을 지은 아낙네들이 익숙한 모습이었다면 요즘은 부부가 함께하는 모습이 눈에 많이 띈다. 이것 또한 코로나19가 바꿔 놓은 풍경이다.

들판에는 일부러 심은 것도 아닌데 냉이, 씀바귀, 민들레, 쑥, 달래, 머위 등 이름을 나열하지도 못할 만큼 많은 종류의 나물이 뾰족뾰족 얼굴을 내밀고 있다. 사방 천지에 돋아난 봄나물은 반찬 종합선물세트 같았다.

추운 겨울 동안 땅속에 꼭꼭 숨어 있다가 땅을 헤집고 올라온 야들야들한 봄나물들이 선물처럼 고마워서 캐는 내내 행복했다. 봄나물을 캐는 손놀림에 봄의 향기가 묻어난다.

집으로 돌아와 캐온 나물을 다듬었다. 쉬엄쉬엄 캐온 봄나물을 다듬는 데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지 어느새 손톱 밑은 까맣게 물이 들었다.

에고 마트에서 사 먹고 말지 내가 왜 고생을 사서 하는지. 혼자 투덜거렸다. 그래도 사 먹는 것과는 다르겠지. 하우스재배도 아니고 청정지역에서 야생으로 자란 나물을 내가 직접 캐온 것이라 한편으로는 가슴 뿌듯했다. 오늘 하루의 시간과 수고가 담긴 봄나물을 다듬고 씻고 데치는데 손이 참 많이 갔다. 얼마나 많은 손이 가야 비로소 입에 들어오는 음식이 되는지 새삼 생각하게 되었다.

머위로 장아찌를 만들고 들깨 가루 풀어 쑥국도 끓이고 쑥버무리도 만들어 먹으며 어린 시절 추억도 떠올렸다. 입맛 돋우는 쌉싸름한 씀바귀 무침, 새콤달콤한 달래 무침은 향긋한 봄 냄새로 푸짐해진 식탁은 최고의 건강 밥상이 되었다.

봄나물 맛은 향긋한 봄 냄새와 함께 쌉싸름함이다. 겨울 동안 모았던 에너지를 품고 땅을 뚫고 올라온 나물들이 내는 맛이 그랬다. 입맛을 돋워주고 비타민과 무기질 등이 풍부한 봄나물은 몸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건강해지는 것 같았다.
옛날 보릿고개 시절엔 봄나물이 식사 대용이었지만 요즘은 고급 요리로 이용되고 가정에서는 가족들의 건강과 입맛 돋우는데 필요한 부식으로 등장했다.

봄나물 맛이 쌉싸름함에도 건강을 주는 이유는 겨울의 추운 날씨를 견뎌냈기 때문이다. 가족과 함께 살아가는 맛도 늘 달콤함만있는 것이 아니라 때론 쌉싸름할 때도 있다. 이때 힘들어도 서로에게 의지 할 수 있도록 어깨를 내어주는 넉넉함이 가정을 더욱 건강하게 만들고 가정의 소중함을 느끼게 해 줄 것이다. 봄나물의 쌉싸름한 맛이 입맛을 돋워주는 것처럼.


김점순 시민기자 coffee-3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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