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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경시가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하면서 매입한 극동호텔 부지는 건물을 헐고 난 뒤 임시 주차장으로 이용되고 있다. 남정현·이하수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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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주시 주택가에 조성된 공영주차장. 남정현·이하수기자 |
옛 도심과 침체된 상권을 되살리기 위해 경북도내 중소도시들이 주차장 조성이라는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아직은 긍정적인 효과보다는 역효과가 더 많이 나타나고 있다. 상권은 여전히 회복되지 못하고, 주차장은 개인주차장으로 전락했다. 노후 건물주들은 지자체가 건물을 사들여 주차장을 조성해달라는 민원을 쏟아내고 있다. 전문가들은 주차장 조성이 상권 회복의 근본적인 대책은 될 수 없다면서 다양한 다른 노력을 요구하고 있다.
◆옛 도심 살리려 주차장 조성
경북 문경시의 대표적 옛 도심인 점촌동에서 가장 상권이 발달했던 '점촌문화의 거리'는 2012년 점촌 기차역 앞에서 문경문화원 부근까지 360m 구간의 상가에 35억원을 들여 차 없는 거리·걷고 싶은 거리로 만든 사업이다. 시민들이 차량 통행 걱정 없이 다니면서 쇼핑도 하고 음식을 사 먹거나 산책을 하는 등의 효과를 기대했다. 그러나 막상 문화의 거리가 완공되고 몇 년이 지나도 예전 탄광이 흥하던 시절의 경기는 기대조차 어렵다. 소비지수가 높은 젊은 층이 신도심인 모전동 문경시청 일대로 몰리면서 옛 도심은 외면받기 때문이다.
문화의 거리를 비롯한 부근 상가에 빈 점포들이 속출하기 시작했으며, 문경 시내에서 가장 높은 땅값을 자랑하던 시절은 옛말이 됐다. 노른자위로 꼽히는 네거리 점포마저 임대가 안 돼 한참을 빈 점포로 남아 있기도 했다. 지금도 문화의 거리가 시작되는 점촌역 앞 모서리 상가는 몇 달째 비어 있다. 문화원 쪽 네거리에 있는 점포도 마찬가지다. 영업하는 상가가 줄고 이어 손님의 발길도 감소하면서 부근 상가들도 일찌감치 문을 닫는 곳이 늘고 있다. 문경 옛 도심은 밤 9시 이후에는 문을 연 곳이 얼마 안 될 정도로 어두운 분위기다.
문경시는 이러한 상황에서 벗어나기위한 상권 회복에 갖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 가운데 하나가 옛 시가지 부근에 공영주차장을 조성하는 일이다. 문경시의 노외주차장은 15곳(1천5대 주차 규모)이며 이 가운데 9곳(463대 규모)은 유료로 운영하고 있다. 신시가지인 모전동에 2곳이고 나머지는 모두 점촌동·흥덕동 등 옛 도심이다. 또 주요 도로변 27곳에 노상 주차장 972면을 만들어 7곳 218면을 유료로 운영한다. 이들도 대부분 점촌동 일대에 몰려 있다. 특히 문경중앙시장에는 130대 주차 규모의 주차타워와 30대 규모의 공영주차장을 조성했다. 전통시장을 이용하는 시민이나 관광객이 불편을 겪지 않도록 배려한 것이다.
◆도심 주차장이 부른 역효과
영업을 중단하고 방치했던 여관 건물을 헐고 만든 점촌동의 제8 공영주차장은 도심 우범지대 해소에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주차장이 들어서면서 밤에도 가로등으로 밝아지자 한동안 몰려들던 청소년들이 사라진 것이다. 부근 상인들은 크게 환영하고 있다.
그러나 많은 재원과 노력으로 옛 도심에 주차공간을 확보했지만 모두 긍정적인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다. 문경시 점촌동 상가 주인 김모씨(55)는 "무료로 운영하는 공영 주차장은 상당수가 인근 상인들이 장시간 차지하는 개인 주차공간처럼 쓰고 있다"며 "원래 목적인 상가 고객에 대한 배려는 없다"고 지적했다.
상주시 관계자도 공영주차장을 무료로 운영하는 것에 대한 부작용도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무료 주차장에는 장기 주차로 인한 주차장의 개인화, 쓰레기 불법 투기로 인한 인근 주민과의 마찰 등 부작용이 많다"고 밝혔다.
여기저기 공영주차장이 조성되면서 영업이 되지 않아 건물을 팔려는 사람이 자신의 건물과 땅을 시청이 사들여 주차장으로 만들어 달라는 민원을 넣는 경우도 많다. 문경시 점촌네거리 문화의 거리 일부 상가 등 건물주들이 이 같은 요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주시에서도 신봉동·낙양동·남성동·서문동 토지 소유주들이 주차장 조성을 요청하고 있으나 상주시는 투자 대비 효과가 적고 시민의 공감대 형성 부족 등의 이유로 거절하고 있다.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중소도시 상가거래는 활발하지 못한 정도가 아니라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 탓에 노후주택이나 상가를 자치단체가 매입해주기를 바라는 민원은 상주시나 문경시 모두 늘어나는 추세다.
문경시는 매입 요청이 늘어나자 임대 형식으로 개인 땅을 빌려 주차장을 조성하고 있다. 2019년 이후 만들어진 21곳의 공영주차장 가운데 사들인 곳은 4곳이고 나머지 17곳은 재산세를 감면해주고 무상으로 빌리거나 유상 임차를 했다. 건물주나 토지주들은 문경시가 대지를 정비해 사용한 뒤 일정 기간이 지나면 돌려주니 당장 손해를 보는 것은 없다. 문경시 입장에서는 큰돈을 들이지 않고 낡은 건물을 철거하는 동시에 주택가나 상가의 주차난도 해소할 수 있어 상생하는 효과를 거두고 있는 셈이다.
◆상권 활성화 노력이 먼저
문경시는 옛 도심인 점촌동 일대를 2019년부터 중심 시가지형 도시재생 뉴딜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점촌 1·2동 일대 22만4천㎡를 개발하는 도시재생은 2023년까지 5년간 250억원을 들여 △점촌 문화자원 활용사업 '1975 점촌 광부의 거리' 및 '찻사발 공방' △원도심 활성화 및 지역 일자리 인프라 개선사업 '세대공감 어울림 센터' △지역 커뮤니티 강화 및 생활 SOC 확충 사업 '문학 어울림 아카데미' 등을 추진한다.
이 사업을 진행하면서 상가나 건물을 사들이고 도시재생에 필요한 시설을 갖추기까지 빈 곳이 생기자 문경시는 이곳도 임시 주차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임시주차장으로 이용하던 나하나예식장 터는 지난달 말부터 폐쇄됐으나 극동호텔 부지의 임시주차장은 아직 사용하고 있다. 이러다 보니 도심 곳곳은 주차장이 쉽게 눈에 띈다. 시민들이 "너도나도 시청에 요구만 하면 주차장을 만들어준다"라고 오해할 정도다.
문경시는 또 점촌 원도심 상권을 상권 활성화구역으로 지정받아 도시재생 뉴딜사업과 연계해 쇠퇴해가는 전통시장과 상점가의 상권 활성화를 지원하는 사업도 펼치고 있다. 점촌동 원도심 상권활성화구역에는 △문경중앙시장 171개 △문화의거리 행복상점가 28개 △문화의 거리 역전 상점가 78개 △미등록 상점가 153개 등 총 430개의 점포가 포함됐다.
도시재생이나 상권 활성화 전문가들은 "도심의 상권이 쇠퇴하는 원인 가운데 하나가 주차장 부족이 될 수도 있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인구의 감소와 관광객을 끌어들일 명물의 부재"라고 입을 모은다. 도심의 주차장을 만들기 위해 상가나 주택을 사들이는 것은 기존의 도심 주민을 떠나게 만드는 원인을 제공하는 것일 수도 있다는 지적도 덧붙였다.
남정현기자 namun@yeongnam.com
남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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