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뉴스] 대구사랑봉사회, 시각장애인과 자원봉사자 아름다운 동행

  • 송은석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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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5-10   |  발행일 2021-05-12 제12면   |  수정 2021-05-11 15:48
대구 달성군 관광지 봄 나들이
대구 달성군과 <주>미미엔터테인먼트 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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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들이 봉사자의 도움을 받아 찔레꽃 향기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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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달성군 화원읍 인흥마을에서 해설을 듣고 있는 시각장애인과 자원봉사자.


지난 7일 오전 대구 달성군 화원읍 남평문씨 인흥 세거지에 한 무리의 사람이 나타났다. 이들은 개별 지급된 무선음성수신기 이어폰을 귀에 꽂은 채 인솔자의 안내에 따라, 거리두기 등 코로나 방역수칙을 지키며 마을을 함께 걸었다.

그런데 이들의 동행 모습은 좀 남달랐다. 두 사람씩 짝을 이뤄 동행 내내 서로의 팔을 놓지 않고 마치 한 몸처럼 움직였다. 이들은 대구에 거주하는 시각장애인과 시각장애인 전문자원봉사자(대구사랑봉사회)였다. 앞을 못 보는 시각장애인들이 봉사자의 도움을 받아 봄나들이에 나선 것이다. 오전에는 인흥마을을 둘러보고, 오후에는 인근 옥포읍에 있는 허브농장에서 허브체험을 했다.

시각장애인들이 마을을 둘러보는 모습은 비장애인들의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눈으로 볼 수 없으니 대신 손으로 만지고, 귀로 듣고, 코로 냄새를 맡는 등 시각을 제외한 몸의 모든 감각기관을 총 동원했다.

한 자원봉사자가 풋 매실 하나를 따서 젊은 시각장애인 여성 손에 쥐어 주었다. 그녀는 매실을 손으로 만져보고 코에도 대보고 앞니로 살짝 깨물어 맛을 보기도 했다. 그리고는 곁에 있던 봉사자에게 "제 손에 있는 매실 색깔이 봄 느낌의 초록이에요, 아니면 여름 느낌의 초록이에요?"라며 물었다. 그녀는 선천성 시각장애인이었다. 태어나 지금까지 한 번도 색깔을 본 적이 없다. 그래서 그녀는 풋매실의 색깔을 '연초록', '짙은 초록이 아닌 봄 느낌의 초록', '여름 느낌의 초록'하는 식으로 느끼는 것이었다.

중년 나이에 시각을 잃은 중도시각장애인 안명주 씨(여·대구시 달서구)도 하루 종일 즐거워했다. 마을에 대한 해설을 듣고, 봉사자의 도움으로 때맞춰 핀 찔레꽃 향기도 맡고, 흙돌담, 소나무, 목화도 만져보고, 툇마루에도 앉아 보았다. 그녀는 "우리 시각장애인은 봉사자의 도움 없이는 오늘 같은 바깥 활동은 엄두도 못 내요. 정말 고마운 분들이에요"라며 봉사자들에게 연신 고마움을 전했다.

이날 동행에는 시각장애인 10명과 봉사자 10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코로나 이전까지만 해도 매주 1회 대구시각장애인복지관에서 만나 인근 상리공원 등으로 함께 운동을 다니는 등 오랜 기간 만남을 지속해온 사이였다.

동행에 함께 한 대구사랑봉사회 김점자 부회장은 "코로나로 인해 시각장애인들이 1년 넘게 바깥 활동을 하지 못했어요. 이들은 우리 같은 봉사자의 도움 없이는 외부 활동이 힘들어요. 봉사자의 입이 이들에게는 눈이거든요"라며 "오늘처럼 행복해 하는 모습은 정말 오랜만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동행 및 체험 활동은 시·청각 장애인, 노인, 보호아동, 다문화가정 등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문화재청 프로그램으로 올해 대구에서는 달성군과 <주>미미엔터테인먼트 주관으로 총 40회 실시될 계획이다.


글·사진=송은석 시민기자 316917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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