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뉴스] 단칸방에 방치된 30년 묵은 생활폐기물 7.5t 말끔히 정리

  • 김점순 시민기자
  • |
  • 입력 2021-05-17   |  발행일 2021-05-26 제12면   |  수정 2021-05-25 10:23
대구 동구 신천4동 자율방재단 회원 20여명 봉사활동
배상학 단장 "쓰레기 치우고 희망 가득 채운 것 같아 기뻐"
신천4동
지난 7일 대구 동구 신천4동의 한 주택에서 신천4동 지역자율방재단이 세입자의 방에 있는 쓰레기를 치우고 있다.

지난 7일 오전 9시 대구 동구 신천4동 주택가 골목에 사람들이 모였다. 목장갑은 기본이고 부직포로 만들어진 일복도 갖추어 입었다. 이들은 신천4동 지역자율방재단 임원과 회원 20여 명이다.


이들이 이곳에 모인 건 주택 지하 단칸방에 30년 이상 방치된 생활폐기물을 치우기 위해서다. 사연은 이러하다. 이 주택의 주인은 31년 전 주택을 구입하면서 세입자도 그대로 인수했다. 이곳 지하 단칸방의 세입자는 만나기 힘들었고 집세마저 받을 수 없었다. 저장 강박으로 의심은 되었으나 방법이 없었다. 세입자는 75세의 남성 A씨다. 31년 전 A씨는 노숙을 병행하며 생활했다. 집주인은 A씨가 나이가 들어 건강 악화로 최근 요양병원에 입원 중인 사실을 알게 되었고 방을 정리한다는 동의를 받았다. 집주인은 동 행정복지센터에 도움을 요청해 지역자율방재단의 지원을 받게 되었다.


예상은 했지만, 문을 열어 본 순간 모두가 놀랐다. 좁은 입구에는 발 디딜 틈이 없고 방 천장에 닿아 있는 물건들은 고물상을 옮겨 놓은 듯했다. 책. 신문, 헌 옷, 장난감 등 쌓인 물건을 배출하면서 벽에 걸린 멈춰버린 시계처럼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세입자의 멈춰버린 삶이 그려진다.
방재단은 지하 방에서 마당으로 나 있는 작은 창문을 통해 배출하면, 마당에서 마대에 담는 것으로 작업 순서를 정했다. 마당도 한 사람이 지나다닐 정도의 좁은 통로에 불과하다. 불편한 환경을 탓하지 않고 봉사자들은 합심해 순조롭게 일을 진행했다. 우선 방에서 쓰레기를 마당으로 배출하는 조, 배출된 쓰레기를 마대에 담는 조, 쓰레기가 담긴 마대를 집 밖으로 옮기는 조로 구성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주민센터 직원들까지 최소 인력을 제외하고 동참하면서 작업 시작 7시간이 지나서야 마무리가 되었다. 방치된 방에서 배출된 생활폐기물은 모두 7.5t가량이다. 지역자율방재단과 행정복지센터직원이 힘을 합쳐 30년 묵은 생활폐기물이 쌓여 있던 방은 말끔하게 청소되어 본래의 모습을 찾았다.


배상학 단장은 "쓰레기 치운 자리에 희망을 가득 채운 것 같아 기쁘다. 각자의 생활과 어려운 환경 속에서 이웃을 보살피기 위해 봉사에 동참해준 회원들이 고맙다. 작은 힘이 모여서 어려운 이웃에게 큰 용기와 삶의 희망이 될 것으로 믿고 봉사활동에 더욱 전념해 나갈 계획이다"고 밝혔다.


글·사진=김점순 시민기자 coffee-33@hanmail.net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시민기자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