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중희씨가 대구 달서구 현수막 제작 사무실에서 잠시 시간을 내 돌에 그림을 그리고 있다. |
인형 공연가·악기 연주가·무명 화가로 활동하는 최중희(62)씨, 본업은 현수막 제작업(대구 달서구 본리동)이다.
30대 초반부터 현수막 제작업을 시작한 최 대표는 20대부터 넘치는 끼를 묻어둘 수가 없어서 악기를 가까이 접하게 되었다. 사람마다 한 가지 재주는 있다고 하지만 최 대표는 여러 가지 재주를 가졌다.
최 대표는 목각인형을 직접 제작하고 공연하는데 대구에서는 유일하고 전국에서도 열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라고 한다. 2010년부터 나무를 빚어서 만든 봉칠이, 봉팔이, 봉숙이, 할아버지, 할머니, 박멍수, 유재수 등 20여 명의 목각인형 가족으로 공연한다.
목각인형 가족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최 대표는 5월에는 주업보다 공연으로 매우 바쁘다고 한다. 아이들 눈높이에 맞추어서 공연할 때와 어르신들 눈높이에 맞추어서 공연할 때가 다르다. 인형 공연이 시작되면 끝날 때까지 관객들을 들었다 놓았다 할 정도로 인형공연의 달인이다. 인형을 다룰 때 부르는 노래 솜씨도 예사롭지 않다. 사람들은 생전 처음 본 공연에 박수와 환호를 보낸다. 매월 2회에 걸쳐서 어린이집, 경로대학, 장애인단체 등을 두루 다니면서 봉사를 하고 있다.
최중희씨가 돌에 그린 작품들. |
악기를 다루는 솜씨도 수준급이다. 누구한테 배우지 않고 기타(20대), 바이올린(30대), 플루트(40대), 클라리넷(50대 초), 색소폰(50대 중반), 톱 연주(50대 후반), 팬플루트(60대 초반) 등을 스스로 터득해서 연주하는 것을 보면 타고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톱 연주를 듣는 순간 흔하지 않은 악기연주에 매료되어서 배워보고 싶은 충동을 느낄 정도였다.
최 대표는 5년 전부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수채화를 그리다가 유화를 그렸다. 현수막 제작을 마친 후 한 작품 한 작품 그린 그림들이 모여서 딱딱한 사무실 한쪽 벽을 장식하고 있다. 70세까지 꾸준히 그림을 그려 전시회를 가질 계획이다.
올 초부터는 돌에 그림을 그리고 싶은 충동을 느낀 후 많은 작품을 그렸다. 모양이 예쁜 돌에 과일과 야채 등을 그리기 시작했다. 최 대표가 돌을 수집하러 다닐 시간이 없다는 것을 알고, 주변 사람들이 돌을 가져다주기도 한다면서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최 대표는 잘 아는 예술가들이 화가로 등단하기를 권유하지만, 이름 없는 무명 화가의 길을 걷는 데 만족한다고 솔직한 마음을 전했다.
올곧고 따뜻한 마음을 가진 최 대표는 사회에 밝고 희망찬 꿈을 전하는 인형 공연가로 악기 연주가로 무명 화가로 살아가고 있다.
글·사진=문순덕 시민기자 msd5613@hanmail.net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