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뉴스] "철도에 대한 추억과 향수, 시대의 애환과 사연 담은 공간 많았으면 좋겠다"

  • 송은석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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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7-12   |  발행일 2021-07-14 제12면   |  수정 2021-07-13 08:22
대구 수성구 고모역 복합문화공간에 전시된 기관사 정복 주인 김길년씨 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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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길년씨가 자신이 기증한 기관사 정복과 가방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대구 수성구 고모동 경부선 철도변에 고모역복합문화공간이 있다. 2006년 폐역이 된 옛 고모역을 2018년 리모델링해 철도문화공간으로 만든 곳이다.

옛 건물을 그대로 보존한 역사 내부에는 고모역의 역사와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작은 전시관과 체험관이 있다. 전시관 한쪽에 눈에 띄는 전시물이 있다. 기둥형 옷걸이에 열차 기관사 정복과 정모가 걸려 있고 그 아래에 기관사 가방이 놓여 있다. 고모역복합문화공간을 조성할 때 한 전직 기관사로부터 기증받은 것이다. 정복과 가방에는 이름표가 붙어 있다. '부기 기관사 김길년'(부기는 부산기관차란 뜻). 수소문 끝에 그를 고모역복합문화공간에서 만났다.

김길년(71)씨는 1975년 코레일의 전신인 철도청에 입사해 2009년 기관사를 끝으로 퇴직했다. 이후 퇴직 기관사를 대상으로 하는 철도운행안전관리자 자격증을 취득, 현재 철도운행안전관리자로 근무 중이다.

그의 기관사 정복과 가방이 이곳에 전시된 것은 우연한 계기가 있었다. 2017년 5월 그가 고모역복합문화공간 리모델링 공사현장에 한 달 가량 안전관리자로 근무하게 된 것. 당시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하던 기관은 그가 전직 기관사임을 알고 도움을 요청했다. 철도의 역사가 담겨 있는 물건을 구해달라는 것이었다.

그는 요청에 흔쾌히 응했다. 먼저 자신이 가지고 있던 기관사 정복·정모·가방을 기증했다. 이어 철도운행에 사용되는 각종 표지판과 통표 등을 구해 기증했다. 현재 이곳에 전시되어 있는 각종 철도 표지판은 당시 그가 기증한 것이다.

그가 4년 만에 다시 고모역을 찾았다. 예전처럼 고모역 인근 철도공사현장에 안전관리자로 온 것이다. 그는 "4년 전 기증한 내 이름표가 붙은 기관사복을 다시 보니 감회가 새롭다"며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그때 돈을 주고 구입해서라도 더 많은 물건을 기증했더라면 좋았을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또 그는 "그 동안 전국의 철도공사현장을 다니면서 방치된 폐역사를 많이 봐왔다. 고모역복합문화공간처럼 철도에 대한 추억과 향수, 시대의 애환과 사연을 담은 공간이 더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글·사진=송은석 시민기자 316917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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