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뉴스] 은퇴 후 아내 따라 사회복지사 된 남편..."사각지대 노인의 손과 발이 되겠습니다"

  • 문순덕 시민기자
  • |
  • 입력 2021-08-01   |  발행일 2021-08-04 제12면   |  수정 2021-08-02 16:19
김종설·김정례씨 부부의 '진정한' 은퇴자의 삶
2021080301000033200000961
김종설, 김정례 부부 사회복지사는 고향 영덕에서 인생 후반부를 멋지게 살아가고 있다.<김종설씨 제공>


대게·복숭아·송이의 고장, 경북 영덕에서 김종설(64)·김정례(64) 부부 사회복지사를 만났다. 부부는 무더위에 구슬땀을 흘리며 어르신들을 돌보는 사회복지사로 인생 후반부를 알차게 살아가고 있다.

남편 김종설씨는 고향이 영덕이지만, 일찍 대구로 유학해 고등학교·대학·대학원을 졸업하고, 국가직 공무원, TV 방송사 보도·제작 본부장, 수출회사 CEO, 문화원 국장 등을 역임하는 등 여러 방면에서 능력을 발휘한 만능 재주꾼이다. 부인 김정례씨도 대학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하고, 젊은 시절부터 한국 시민자원봉사단, 적십자봉사단, 아파트부녀회장, 학부모봉사단장 등을 지냈다.

은퇴한 후 제2의 인생을 고민하던 부부는 지금까지 남들에게 받은 혜택을 되돌려주는 삶이 진정한 은퇴자의 삶이 아닐까 생각하고 같은 길을 걷기로 마음먹었다고 한다.

부부는 우리나라가 고령사회가 되면서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노인들이 너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이들을 위한 사회복지전문가로서 여생을 보내기로 하고 귀향했다. 김종설씨는 사회복지학을 전공하지 않았지만, 부부가 같은 길을 걷기 위해 뒤늦게 주경야독해 사회복지사가 되었다.

김종설씨는 고향 영덕에서 사회복지사, 행정사로, 대한노인회 영덕군지회 소속 노인복지 행복 도우미로 군내 243개 경로당을 누비며, 노인들을 위한 복지 코디네이터, 프로그램코디네이터, 운영지원자로서 노인들의 손과 발이 되어주고 있다. 또한, 마을 행정사 역할을 자청해 무료로 글을 모르는 노인들의 눈과 귀가 되어주고 있다.

김정례씨는 영덕군 축산면사무소에서 노인 일자리 담당으로서 노인들의 근로와 생계를 지원하며, 발로 뛰는 현장 복지 실천가이다. 사회복지사이면서 병원코디네이터 자격, 요양보호사 자격, 보육교사 자격 심지어 레크리에이션, 한궁 지도자 자격까지 갖춘 만능 복지 디자이너로 활약 중이다.

김정례씨는 최근 영덕군 축산면의 어느 노부부가 뇌경색을 앓고 있음에도 큰병원에 입원 못 하는 것을 보고, 서울에 있는 대형종합병원의 입원 절차를 대행해 주었다. 노부부는 간단한 시술로 정상적인 삶을 영위하고 있다. 이런 일을 알고 있는 주민들은 김씨가 오랫동안 곁에 머물러 주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부부는 처음에는 서먹서먹하기도 했고, 고향이지만 오랜 객지 생활로 정착하기까지 어려움이 많았으나, 이제는 주말에 대구에 있는 자녀들 집에 갔다가도 오히려 영덕의 어르신들이 보고 싶어 빨리 오고 싶다고 한다.

우리 주변에 흔치 않은 부부 사회복지사가 모든 것이 열악한 어촌 중소도시 영덕에서 열정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모습을 보며 세상은 아직 살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부는 퇴근 후 모처럼 바닷가에 나와 "영덕의 블루로드 해변을 같이 걸어가니 새로운 길이 만들어지네요"라며 겸손한 미소를 짓는다.

문순덕 시민기자 msd5613@hanmail.net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시민기자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