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현 박사의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비트코인으로 짜장면 사먹는 시대 올까

  • 박상현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ICT융합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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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8-13   |  발행일 2021-08-13 제21면   |  수정 2021-09-10 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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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이 마케팅 목적으로 기념일을 지정하여 제품을 홍보하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는데 대표적인 사례로 밸런타인데이와 화이트데이를 들 수 있다. 같은 숫자가 쌍을 이루는 특징을 활용하여 11월 11일을 '빼빼로 데이'로, 3월 3일을 삼겹살데이라며 홍보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몇몇 프랜차이즈 피자 업체가 5월22일을 피자데이라며 홍보하고 있는데 과연 피자와 5월22일은 무슨 관계가 있는 것일까.

개인간 금융거래 위해 개발됐지만
발행 12년째 화폐기능 자체는 미미
비트코인 가격은 시시각각 달라져
실생활 화폐로 활용 가능성 없을 듯

나만 뒤처지고 있단 소외감 때문에
암호화폐 투자하는 사례 가장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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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자데이는 2010년 5월 22일 세계 최초로 현금이 아닌 비트코인으로 피자를 구매한 사례에서 유래하는데 정확하게는 비트코인 피자데이라고 한다. 미국 플로리다주에 거주하는 프로그래머인 라스즐로 핸예츠(Laszlo Hanyecz)는 문득 비트코인으로 피자를 사서 먹을 수 있을지 궁금해졌고, 2010년 5월 18일 피자 2판을 주면 1만 비트코인을 지급하겠다는 글을 인터넷 커뮤니티인 비트코인 포럼(bitcointalk.org)에 게시하였다. 당시 피자 2판의 가격은 대략 30달러 정도였고 1만 비트코인의 시세는 41달러였으니 도전적인 거래에 대해 11달러를 인센티브로 제안한 셈이다. 4일이 지난 5월22일 바다 건너 영국에 거주하는 제레미 스터디번트(Jeremy Sturdivant)가 현금으로 피자를 구매하여 라스즐로에게 전달하고 1만 비트코인을 받으며 라스즐로가 제안한 거래가 드디어 성사되었다. 피자가게와 손님 간의 직접적인 거래는 아니었지만 비트코인이 개인 간 거래로 실생활에서 사용된 최초의 사례로 기록되면서 역사적인 사건이 되었다.

라스즐로의 실험은 비트코인의 교환가치를 증명하는 계기가 되었으며 결과적으로 비트코인 가격 상승에 일조하였다. 2010년 8월 1만 비트코인의 가치는 3개월 만에 41달러에서 600달러로 급등하였으며 현재는 약 4만4천달러(약 5천억원)에 달한다. 지금 시세로 보면 라스즐로는 한판에 2천500억원을 주고 피자를 먹은 셈이며, 제레미는 피자 2판을 팔아 5천억 원을 벌었다. 물론 극단적인 상황을 전제로 가정한 것이기에 현실적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러나 위 사례는 매우 흥미로운 시사점을 내포하고 있다. 결국 많은 사람이 비트코인의 교환가치를 기대하고 있으며 비트코인의 교환가치가 높아질 것이란 기대가 커질수록 비트코인의 투자가치도 올라간다는 것이다. 테슬라나 아마존이 비트코인을 결제 수단으로 인정한다는 뉴스가 나오면 비트코인 가격이 급등했다가 번복하는 기사로 다시 급락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비트코인처럼 가치가 급변하는 자산은 실생활에서 보편적으로 통용되는 화폐, 즉 통화로 활용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

예를 들어 중식당에서 비트코인으로 식대를 결제할 수 있고 짜장면을 시킬 때와 먹고 나올 때 비트코인 가격이 달라진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만약 선결제한다면 분쟁의 여지는 없을지 모르지만, 손님의 경우 가격이 계속 오른다면 식당에 들어가기를 주저할 것이고 반대로 내려가는 추세라면 서둘러 주문을 하고 최대한 빨리 결제하고 싶을 것이다. 마음이 급한 손님과 달리 주인이 늑장을 부린다면 어찌해야 할까? 주인 측면에서 볼 때 비트코인의 가격이 변한다고 해도 당장 현금으로 바꾸지 않는다면 실현된 손익은 없으니 적절한 시점에 현금으로 교환한다면 가격 변동은 큰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 그런데 장사를 하려면 재료를 구매해야 하고 직원 월급도 줘야 하기에 손님에게 받은 비트코인을 마냥 가지고 있을 수 없다. 결국 주인도 각종 비용을 언제 지급해야 할지를 고민하게 된다. 식재료, 인건비, 공과금, 임대료 등 원가를 구성하는 비용을 비트코인으로 지급하게 되면 원가 계산도 복잡해지므로 가격을 정하는 것도 힘든 일이다.

5천원짜리 자장면과 달리 시세가 5억원인 아파트를 매매할 때는 상황이 더욱 복잡하다. 현금으로 구매한다면 아파트 시세만 보면 되지만 비트코인으로 구매한다면 비트코인 시세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아파트 매매 계약을 체결하고 한 달 뒤 잔금을 지급하는 시점에 아파트 시세는 급락하고 비트코인 가격은 급등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위약금을 물더라도 계약을 취소하고 다시 계약하는 것이 유리할 것이다. 그런데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다면 부동산 시장이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을까? 결국 비트코인의 가치가 안정적으로 유지될 때 교환가치가 높아지고 실생활에서 통용될 여지도 커지게 된다. 그런데 가치가 상승하지 않는다면 투자가치는 오히려 사라진다. 따라서 비트코인이 교환가치와 투자가치를 모두 충족하려면 적정한 가격 상승이 안정적으로 지속되어야 하는데 현실에서 이런 자산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현금에 투자한다는 사람도 없고, 아무리 우량주일지라도 주식을 일상적인 결제 수단으로 사용하는 사람도 없는 것이다.

비트코인은 제3의 신용기관 없이 안전하게 개인 간 금융거래를 하기 위한 목적으로 개발된 디지털 화폐이다. 그러나 비트코인의 첫 번째 블록(Genesis Block)이 비트코인을 발행한 지 12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비트코인은 중개소를 통해 거래될 뿐 화폐의 기능은 미미하다. 비트코인이 투자할 가치가 있는 자산임을 인정하더라도 보편적으로 통용되는 화폐(정확히 말하면 통화)로 사용되는 시대가 올 것인가란 질문에는 누구도 선뜻 답하기가 어렵다.

다시 원점에서 살펴보면 비트코인은 애초 개발한 배경과 목적이 무엇이든 현재는 투자를 주된 목적으로 거래되는 가상 자산이 되었으며 화폐보다는 무기명 유가증권에 가깝다. 변동성이 크고 실물 경제와 연동되지 않아서 미래 가치를 평가하기 어렵고 예측도 힘들다. 이런 이유로 비트코인 거래를 투자가 아닌 투기로 보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주식도 무분별하게 투자하면 투기가 될 수 있고, 부동산 역시 투자와 투기는 동전의 양면과 같이 공존한다.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 또한 투자와 투기를 구분 짓는 기준은 '자산' 그 자체가 아니라 투자자 '자신'에 달려 있다. 분명한 사실은 암호화폐로 인해 일상생활이나 소중한 사람들과의 관계에 문제가 생긴다면 투자가 아닌 투기를 하고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 또한 나만 뒤처져 있거나 소외되고 있다며 두려움을 느끼는 FOMO(Fear Of Missing Out) 증후군으로 암호화폐 투자를 시작하는 것은 가장 경계해야 할 행동이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ICT융합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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