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뉴스-스마트폰 세상보기] 담장의 능소화...누굴 기다리나?

  • 김점순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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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8-08 22:54  |  수정 2021-08-11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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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동구 효목동의 한 주택가에 핀 능소화. <오금희씨 제공>


대구 동구 효목동 주택가에 담장 넘어 늘어진 능소화가 여름 햇살을 받아 눈부시다. 주황빛 꽃송이가 수줍은 듯 송알송알 서로 손잡고 의지하여 피어오른다. 누군가의 발소리를 들으려는지 능소화는 꽃잎을 넓게 벌린 채 하늘을 향하고 있다. 주차된 차량에 사뿐히 내려앉은 능소화에서 궁녀 소화의 숨겨 두었던 비밀을 와르르 쏟아내는 듯하다.


능소화는 6월부터 화려한 자태를 선보이며 여름의 절정을 알린다. 화려한 봄꽃이 다 지고 나면 꽃들이 숨 고르기 하듯 잠시 쉬는 사이 수줍은 색으로 옷을 입고 흐드러지게 핀다. 대부분 꽃은 만개하여 시들면 꽃이 지는데 능소화는 활짝 피어 2일 정도 지나면 통꽃으로 뚝뚝 떨어진다. 그 기개가 독야청청하는 양반을 닮았다고 해서 '양반화'라고도 불린다.


하룻밤 성은(聖恩)을 입었지만, 임금에겐 끝내 잊힌 궁녀 소화. 다시 찾지 않는 임금을 오매불망 기다리다 지친 소화가 죽어 환생했다는 전설의 꽃 능소화. 더 멀리 보기 위해 깨금발로 오늘도 높은 담장을 넘어서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타인과의 거리두기와 함께 감성이 사라지는 요즘. 홀로서기로 잘 피고 있다며 자화자찬하는 인생의 꽃도 기댈 곳 없이 홀로 이루어지진 않았다. 시간이 흘러 지겹고 미운 그래서 서로에게 더 측은한 가족은 깨금발을 받쳐주고 손잡아주는 보이지 않는 힘이었다. 모두가 힘든 지금 뜨거운 여름을 이겨내며 화려하게 꽃피우는 능소화처럼 서로 기대고 살면서 이 고난을 슬기롭게 넘기고 볼 일이다.


김점순 시민기자 coffee-33@hanmail.net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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