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 변이가 바이러스의 일이라면

  • 김성아 사회적기업 〈주〉공감씨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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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9-14   |  발행일 2021-09-14 제23면   |  수정 2021-09-14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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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아 사회적기업 〈주〉공감씨즈 대표

'B612'와 'B.1.617.2'.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는 소행성 B612에 살았다. 지구인들은 현재 'B.1.617.2'와 살고 있다. 'B.1.617.2'는 최근까지 위세를 떨치고 있는 코로나19 델타 변이바이러스의 과학적 이름이다. 영문과 숫자로 이루어진 과학적 이름은 팡고(Pango)라는 분류 소프트웨어를 사용해서 바이러스의 계통(Lineage) 분류체계에 따라 명명한다. 한눈에 봐도 복잡하니 확산 지역명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것은 코로나19 팬데믹 초기에 겪었던 것처럼 지역명으로 인한 낙인이나 차별 효과의 우려가 있었다.

이에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지난 6월 변이바이러스에 그리스 알파벳 문자를 붙이는 명명원칙을 세웠다. 변이바이러스는 전파력, 백신에의 저항성 등에 따라 관심 변이(VOI, Variants of Interest), 우려 변이(VOC, Variants of Concern)로 나뉜다. 이제껏 들어온 알파, 베타, 감마, 델타는 우려 변이, 최근의 뮤 변이바이러스는 에타, 요타, 카파, 람다에 이은 관심 변이다. 알파에서 오메가까지 가능한데 오메가까지 다 사용하기 전에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모든 바이러스는 시간이 흐름에 따라 변한다. 인간을 괴롭힐 그 어떠한 의도도 없이 변이를 일으킨다. 변이가 바이러스의 일이라면 우리의 일은 무엇일까. 백신 접종률을 높이고 마스크 착용과 사회적 거리두기를 잘하고…, 그러면 다 되는 걸까.

한국은 지난 11일 0시 기준 1차 접종률이 64.5%에 이르렀다. 정부의 추석 전 1차 접종률 70%라는 목표는 무난히 달성할 것 같다. 특히 1차 접종률 기준(10일 0시 기준)으로는 우리보다 앞서 접종을 시작한 미국(62.15%)과 일본(62.16%)보다 살짝 앞선 상황이다. 백신 접종은 어쨌거나 목표대로 나아가고 있지만 우리는 슬슬 지쳐가고 있다.

그럼에도 이제 곧 추석이다. 이번 추석엔 '접종 완료자 4인 포함, 최대 8인'까지 모일 수 있게 되었다. 안전하기로야 아예 만나지 않는 것이 최선이겠지만, 사람들은 모인다. 왜 모일까, 왜 굳이 모여서 음식을 나누고 춤과 노래를 즐기고 선물도 주고받을까. 심지어 평소에 모르던 사람에게도 준다. 보육시설이나 사회복지시설 등에 위문품이나 성금을 보내고 명절을 보내기 어려운 소방서 등에 격려품을 보내기도 한다. 그러니까 추석은 단지 가족친지가 모이는 모임만이 아니라 '의례'인 것이다.

인류학자들에 따르면 이러한 '소비 의례' '선물 교환 의례'는 가까운 공동체 구성원의 사회적 결속을 강화하는 목적에서 출발한다고 한다. 철학자이자 인류학자인 마르셀 에나프는 그의 저서 '진리의 가격-증여와 계약의 계보학, 진리와 돈의 인류학'에서 "공동체를 세운다는 것은 코뮤니아(com-munia)의 사회가 된다는 것, 곧 공유된 선물(muni)이 있는 사회가 된다는 뜻"이라고 했다. 이렇게나 심오한 추석이다. 가족·친지라는 혈연 공동체의 유대 강화가 일차적이겠지만, 꽤 괜찮은 의례의 의미를 살려 코로나19로 어려워진 이웃을 살펴보면 좋겠다.

어린 왕자는 슬플 때는 석양을 바라보는 것으로 마음을 달랬다. 작은 의자에 앉아 지는 해를 같이 보는 것이 우정이랬다. 소행성 B612는 장미밖에 없는 작은 별이라 마스크도, 거리두기도 필요 없지만, 우리 지구별에서는 마스크를 끼고 나란히 앉아 지는 해를 같이 볼 수는 있겠다. 선물도 주고받으면서.
김성아 <사회적기업 〈주〉공감씨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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