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대중문화 정풍운동…한류, 또다시 빗장 걸리나

  • 윤용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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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9-16   |  발행일 2021-09-16 제15면   |  수정 2021-09-16 07:38
당국, 연예인 규제·단속 강화
BTS·블랙핑크 등 K팝도 타깃
웨이보, 팬클럽 계정 대거 정지
한국 앨범판매 탈아시아 가속
실제 매출 타격 크지 않을 듯

방탄소년단
방탄소년단

중국이 자국 내 한국 연예인 팬클럽 활동에 대한 무더기 규제로 또다시 한류에 빗장을 걸었다. 중국 대중문화계에 불어닥친 이른바 '홍색 정풍운동'의 바람 속에 K-pop이 타깃이 되면서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는 일부 한국 연예인 팬클럽 계정에 대해 한시적으로 정지 조치를 내렸다. 2016년 사드 배치 문제가 발단이 돼 시작된 중국 내 한류 금지령인 한한령(限韓令)이 암묵적으로 시행된 지도 이제 5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중국은 대중문화계를 철저히 당의 통제하에 두고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속셈까지 드러내고 있다.


블랙핑크
블랙핑크

◆K-pop 산업에 타격?

중국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즈는 웨이보에서 한국 스타 팬 계정이 정지된 것과 관련해 "한국 아이돌 팬덤에 대한 규제는 K-pop 산업에 대한 추가 타격이 될 것"이라며 "중국의 스타 추종 문화는 한국이 근원이며 중국 당국이 벌이는 연예계 정화 캠페인에서 한국 스타들이 예외가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앞서 방탄소년단 중국 팬들이 멤버 지민의 생일을 기념하기 위해 모금한 돈으로 지민 사진이 도배된 항공기를 띄웠다가 웨이보 계정이 60일간 정지된 바 있다. 웨이보는 "비이성적으로 스타를 추종하고 응원하는 내용을 전파했다"는 이유로 블랙핑크의 리사·로제를 비롯해 BTS의 RM·제이홉·진, 엑소, 태연, 아이유, NCT 등의 일부 멤버 21개 팬 계정까지 30일간 정지시켰다. 중국문화여유부(한국의 문화체육관광부)가 문제 연예인 규제 강화 및 무질서한 팬덤 현상 정리를 요구한 데 따른 업계의 대응이었다.

과거 한한령이 한국 콘텐츠의 유입을 차단하기 위해 중국 엔터테인먼트 시장의 빗장을 걸어 잠근 조치였다면 작금의 상황은 내부 규제와 단속에 포커스를 맞췄다. 중국 방송규제기구인 국가광전총국은 지난 2일 공산당과 국가 방침에 따르지 않는 연예인의 TV 출연을 금지하는 내용의 통지를 발표했다. 최근 유명 배우 정솽(鄭爽)이 탈세로 벌금 2억9천900만위안(약 539억원)을 부과받는 등 중국에서는 대중문화계를 철저히 당의 통제하에 두고, 고액 수입을 올리는 연예인들의 감독과 견제를 강화하는 조치들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이번 K-pop 온라인 팬클럽에 대한 규제와 단속도 그 연장선에 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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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이 같은 중국 정부의 대중문화 고강도 규제가 국내 K-pop 시장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다수의 관계자들은 한한령 영향이 이미 장기간 이어져 온 터라 최근의 규제로 새롭게 입을 타격은 제한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중국이 아직까지 한류의 주력 시장인 건 맞지만 국내 기획사들은 한한령 이후 시장을 다변화하며 중국 의존도를 줄여왔기 때문에 실제 매출 타격 폭은 한정적이라는 것이다. 지난해 말 공개한 관세청 자료에 따르면 중국은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일본에 이어 한국 음반의 2위 수출국이었으나 지난해 미국에 추월당해 3위로 내려갔다. 김진우 가온차트 수석연구위원은 "최근 K-pop 앨범은 미국과 유럽 시장 판매량이 크게 증가해 대륙별 앨범 판매 비중에서 '탈아시아 현상'이 이미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무엇보다 K-pop 가수들의 중국 내 주요 활동은 이미 차단된 상황이라 음반 판매를 제외하면 실질적 영향이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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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T 127

◆외국 문화의 영향력을 줄이려는 움직임

중국인들은 사드 갈등 이후 더 이상 자국 내에선 이전과 같은 방식으로 한류를 접할 수 없게 되었다. 중국 내에서 표면적으로 드러난 변화 역시 모든 방송에서 인기리에 방송 중이던 한국 방송 프로그램의 실종이다. 물론 지금도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한국 드라마 혹은 예능 프로그램, 영화 등을 접하는 중국인들이 적지 않지만 예전과 비교할 수는 없다. 또한 한류를 접하는 경로도 아주 큰 차이를 보이는데 한한령 이전에는 한국의 많은 프로그램을 중국 방송사가 판권을 사들여 합법적으로 방송하거나 프로그램 포맷을 차용했다면 사드 갈등 이후에는 많은 프로그램이 불법으로 표절 혹은 도용당했다. 그리고 그 불법은 아직까지도 어떠한 특별한 규제 없이 방치되고 있다.

레드벨뱃
레드벨벳

한한령이 비단 한류 콘텐츠에만 국한된 건 아니다. 중국 시장에서 할리우드 영화의 설 자리도 점차 좁아지고 있다. 중국 영화 티켓 서비스 마오옌 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중국 박스오피스의 올해 상반기 수익은 총 276억 위안(5조262억원)으로 집계됐다. 2019년 상반기에 벌어들인 312억 위안의 90%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하지만 중국에서 발생한 수익은 할리우드에 유입되지 않았다. '블랙위도우' '정글크루즈' 등의 할리우드 여름 블록버스터 영화들이 중국에서 개봉하지 못한 때문이다. 로이터통신은 이 같은 상황이 중국의 새로운 검열 캠페인과 무관하지 않다고 봤다. 중국은 현재 비디오 게임부터 노래방 노래, 온라인 동영상에 이르기까지 시장 전반에서 새로운 검열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해외 스트리밍 플랫폼과 외국인 투자에 대한 제한 조치 역시 중국 시장 진출을 희망하는 할리우드에 악재가 되고 있다.

2022년은 한중 수교 30주년을 맞이하는 해다. 그러나 다시 한류를 겨냥해 사이버 공간에 대한 '제2 한한령'은 어떤 의도든 많은 아쉬움을 남긴다. 주한중국대사관이 "한류 등 한국을 겨냥한 조치는 아니다"라고 해명했지만 이에 대한 반사작용으로 한국 내 반중 정서도 확대되고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K-pop과 한류, 더 나아가 한국의 위상이 과거와는 현격히 달라져 있음을 중국 또한 제대로 인지하고 있을 테니까 말이다.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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