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6개월을 막 넘긴 이재명 정부의 경제·민생 아킬레스건은 뭘까. 환율과 집값이라는데 공감할 것이다. 장중 1천481원을 찍은 원·달러 환율은 도무지 숙질 기미가 없고, 신고가를 갈아치운 서울 집값은 10·15 대책의 약발이 먹히지 않는다.
해법은 없을까. 집값부터 살펴보자.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조타수 김현철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가정적(假定的) 복기(復棋)에 단초가 있을 법하다. '첫째, 부동산 대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더 빨리 엄격하게 적용하고, 전세 대출 등 우회 대출을 막았어야 했다. 둘째, 공급 불안 심리를 조기에 진정시키지 못했다. 셋째, 보유세 강화와 임대사업자 제도 혼선으로 정책의 신뢰를 잃었다'. 2년 전 출간한 그의 저서 '부동산과 정치'에 실린 내용이다. 후회를 담은 고해성사인데 '공급'을 언급한 대목이 생경하다. 문재인 정부의 25번에 걸친 수요 억제 위주의 부동산 대책은 시장의 내성만 키운 채 처절한 실패로 끝났다.
이재명 정부는 주택 공급의 절박감은 인지하고 있다. 관건은 규모와 속도다. 서울과 경기도 요지에, 당장 사업 시행이 가능한 국·공유지 등을 대상으로, 민간 브랜드 아파트를, 시세보다 10% 이상 저렴하게, 대규모로 공급하는 분양시장을 열어야 한다. 목 좋은 곳에, LH가 직접 시행하는, 공공주택 건립도 필수다. 택지 개발, 도심 정비사업, 노후 계획도시 정비사업을 속도감 있게 밀어붙여야 한다. 노태우 정부는 200만호 공급 계획으로 집값을 잡았다. 1기 신도시가 그때 건설됐다. '줄탁동시'라 했던가. 공급 대책과 수요 억제책이 맞물려야 정책 효과가 배가된다. 대출 규제를 유연하게 보완하고, 보유세·양도세 등 세제는 집값 안정에 최적화해야 한다. 강력한 지역균형발전을 통한 국토 다극체제 구축도 부동산 정책에 유효하다.
환율도 난삽한 현안이다. 고환율의 원인부터 짚어보자. 일단 유동성이 너무 방만하다. 9월 통화량(M2·광의통화)은 지난해 동기 대비 8.5% 증가한 4천430조원이다. 사상 최대다. '서학개미'와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가의 해외주식 투자 급증도 환율을 밀어 올리는 요인이다. 순대외금융자산이 1년새 120조원 늘어난 건 이례적이다. 달러 패권이 지속되는 가운데 미국보다 1.25% 포인트 낮은 한국 기준금리는 원화의 매력을 상쇄한다. 관세 협상에 따른 연간 200억 달러의 대미 현금투자 역시 환율엔 잠재적 악재다.
환율 상승이 수출에 호재라고? 이미 폐기된 공식이다. 고환율은 물가와 집값을 자극한다. 민생엔 직격탄이다. 한데 정부의 환율 대책은 파편적이고 표피적이다. 하지만 국민연금 동원은 비난할 일이 아니다. 환율 상승기의 해외주식 처분은 이익 극대화 방식이며, 달러 국내 유입 효과는 덤이다. 한국은행과 국민연금의 650억 달러 통화 스와프 연장 또한 외환시장 안정에 필요한 조치였다.
다만 정부는 집값도 환율도 정공법, 즉 구조적 문제 해결엔 인색하다. 이를테면 집값의 정공법은 파격적 공급 대책일 테고, 환율 대책의 정석은 성장률 등 거시경제 안정이다. 통화·재정정책의 얼개를 새로 짜야 한다. 진보정권의 팽창통화, 확장재정의 관성에서 벗어나라는 뜻이다. 금리 기조의 적정성을 점검하고, GDP(국내총생산)의 4%를 웃도는 재정적자를 2~3%로 낮춰야 한다. 논의조차 중단된 재정준칙 도입도 서둘러야 한다. OECD의 "확장재정 기조 우려"를 흘려들어선 곤란하다. 논설위원
李 정부의 민생 아킬레스건
주택공급 규모·속도가 관건
유동성·금리差 고환율 원인
구조적 해결 정공법 택해야
팽창통화 확장재정 탈피를
박규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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