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뉴스] 장인·사위 2대에 걸쳐 30년간 영남일보 화원지국 운영

  • 이명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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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10-10   |  발행일 2021-10-13 제12면   |  수정 2021-10-11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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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우 영남일보 화원 지국장은 장인 ·사위 2대에 걸쳐 30년간 영남일보 화원지국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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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우 영남일보 화원지국장은 영남일보가 주최하는 주민 행사들이 다시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재우 영남일보 대구 달성 화원 지국장(58)의 일과는 밤 12시 30분에 시작된다.

오전 1시에서 1시30분이면 모든 조간신문이 도착한다. 이 지국장이 배달하는 신문은 영남일보를 비롯해 중앙지 등 모두 18종에 달한다. 처음부터 이렇게 많았던 것은 아니었다. 온라인 매체의 등장으로 구독자가 감소하면서 각 신문사는 지국을 통폐합했다. 통폐합된 신문의 배달을 맡다 보니 어느덧 18종에 이르렀다.

지역별 분류작업을 끝내고 속지 작업을 하면 1차 작업이 끝난다. 그다음은 본격적인 배달 일이다. 배달은 두 가지 방식이다. 아파트는 우유업체와 협력해서 배달하고 기관, 가게, 주택은 이 지국장이 직접 담당한다. 마치면 오전 7시다. 아침 식사를 하고 오전 8시부터 12시 30분까지 잠을 잔다. 오후가 되면 신문지국 일과 개인 일을 처리한다. 이렇게 이 지국장은 20년간 남과 다른 수면시간과 생활방식으로 지국을 묵묵히 지켜왔다.

이 지국장의 신문과의 인연은 남다르다. IMF 때 운영하던 봉제공장을 닫아야 했다. 당시 쉬면서 신문지국을 운영하던 장인을 도왔다. 틈틈이 도왔던 일이 20년 업이 됐고 영남일보 화원지국은 장인과 사위의 2대에 걸친 30년 역사가 담긴 자리가 됐다.

이 지국장은 "그때는 신문 속지에 나가는 광고가 저렴하면서도 효과적인 광고수단이어서 월수입이 대단했다"며 "월 400만~500만 원 광고 수입이 들어왔다. 배달원도 지금에 비하며 구하기 쉽고 어느새 세상도 변하고 벌써 제 나이 60이 다 되었다"고 신문이 한창 잘 나갔던 시절 이야기에 활짝 웃음을 보였다.

이 지국장은 배달 일을 할 때면 안타깝고 난감 한 일을 목격할 때가 많다고 했다. 따뜻함을 지닌 그는 그 광경을 지나치지 못한다.

"밤에 술 먹고 노상에서 잠자는 주취 꾼을 깨워주는 일은 다반사예요. 한번은 한겨울 새벽 3시쯤, 아파트 단지 안에서 4~5살 꼬마가 울며 엄마를 찾고 있는 거예요. 아이는 정신없고 주소도 모르고 난감했죠. 할 수 없이 경찰에 연락해서 인계했는데 나중에 경찰서에서 연락을 주셨는데, 부부싸움으로 홧김에 애를 재워 두고 집을 나가서 생긴 일이라고 하더라고요. 배달일이 1시간 이상 지체됐지만, 인사도 듣고 뿌듯했죠."

작년 시작된 코로나 여파는 뚝심 좋은 지국장도 힘들게 했다. "작년 처음 코로나가 대구에 터졌을 때 신문에 바이러스가 묻어온다고 당분간 넣지 말라던 구독자도 있었고. 앞으로 힘들겠지만 몸 건강할 때까지 끝까지 해야죠."

각 신문사의 머리기사만 봐도 세상 돌아가는 모습이 보인다는 이 지국장은 영남일보 창간일도 기억한다. 그는 "영남일보가 벌써 76주년이죠. 영남일보 하면서 득을 크게 봤어요. 본사 직원, 지인을 통해 구독 신청도 들어와요. 그럴 때며 중앙일간지와 다른 지역주민들 속에 있는 신문인 걸 느끼게 하죠. 지자체에서 하는 정책 지원사업에서도 영남일보의 역할이 보이고 '팔공산 달빛 걷기대회' '바자회' 등 영남일보가 주최하는 행사도 주민들 사이에서 홍보 효과가 높다"고 했다. 코로나로 인해 중단된 여러 행사가 다시 이어져 주민들 속에 영남일보의 활동이 돋보이길 기대했다.

마지막으로 가족들에게 전하지 못한 속내를 전했다.

이 지국장은 "30세에 결혼해서 첫째, 둘째가 서른이 다 되고 막둥이가 어린 중 3이다"라며 "잘 커 줘서 고맙고 아내가 간호사 일을 하면서도 도와주어 큰 힘이 되었다"고 말했다. 이 지국장은 일요일 외에는 쉴 수 없는 지국장의 애로와 가장으로서 미안함을 담아 "그동안 가족이 함께 장거리 여행을 하지 못했던 게 아쉽다"라고 했다.


글·사진=이명주시민기자 (impsee@hanmail.net)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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