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뉴스-시민기자 세상보기] 김광석거리, 다시그리기

  • 양은주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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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10-10   |  발행일 2021-10-13 제12면   |  수정 2021-10-11 08:31
양은주시민기자
양은주 시민기자

최근에 지인이 멀리에서 대구를 찾았다. 휴가의 첫 일정으로 대구의 김광석 거리를 가보고 싶어 했던 그는 가수 김광석과 동년배쯤으로, 그를 무척이나 그리워하고 있었고 김광석 거리에 대해 큰 기대를 하고 있었다. 덕분에 나도 3~4년 전쯤 가족과 함께 그곳에서 주말 한나절을 즐겁게 보냈던 기억을 꺼내며 흔쾌히 앞장섰다.  

 

하지만 우리의 설렘과는 달리 주차장에서부터 불안감이 들었다. 주차장 주변은 잡초가 우거져 있었고, 여기저기 처져 있는 거미줄을 피해 골목 안으로 들어갔다. 어린 시절의 추억을 불러일으켜 주었던 자그마한 가게들은 영업을 그만둔 지 오래된 듯했고, 손님들로 북적대던 개성 있는 카페 대부분에는 '임대' 글자만 덩그러니 붙어 있었다. 골목에 크게 자리 잡은 게임 기계들의 시끌시끌한 소리는 김광석의 노랫소리보다 더 커서 주옥같은 노래에 집중하지 못하게 했다.


먼 데서 오신 손님은 잔뜩 실망감만 안은 채 떠났다. 그런데 그로부터 2주 뒤, 또 다른 지인들이 김광석 거리로 사진 찍으러 오겠다고 연락이 왔다. 나의 대답은 단호했다. "다른 데로 가는 게 좋겠어요"라며 지난 방문 때의 이야기를 했지만, 그래도 김광석 거리를 가보고 싶어 하는 분들이 있으니 오겠단다. 나중에 들어보니 벽화 앞에서 인증사진만 찍고 돌아갔다고 한다. 그렇게 찍을 게 많았던 김광석 거리였는데 말이다.
 

문득 몇 해 전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를 여행했던 기억이 났다. 모차르트 생가가 있는 골목뿐만 아니라 발을 내딛는 잘츠부르크 도시 전체가 모차르트를 떠올리게 했다. 바이올린 모양의 초콜릿, 모차르트 얼굴이 그려진 손수건, 악보처럼 생긴 수첩, 음식점이나 카페마다 흘러나오는 모차르트의 명곡들, 개성 있지만, 통일감 있었던 간판들. 그곳에 가니까 모차르트가 있었던 게 아니다. 모차르트를 찾아서 그곳까지 간 것이다.
 

최근에 대구 김광석 거리를 찾아왔을 많은 사람의 마음은 어땠을까? 물론 코로나19 영향 탓이 크리라 짐작할 수 있고, 나름대로 사정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현실적인 면에 비추어보면 이해도 간다. 하지만 왠지 씁쓸하다. 예전의 정취가 그립다. 처음 그 골목에서 많은 사람이 위안을 얻었듯이 '바람이 불어오는 곳,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에 하루빨리 회복의 바람이 다시 불기를 기대해본다.
 

양은주 시민기자 yej21@hanmail.net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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