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뉴스] 칠순 며느리, 백수 시어머니 모시고 사는 이야기 책으로 출간

  • 천윤자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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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10-21   |  발행일 2021-10-27 제12면   |  수정 2021-10-22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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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류재홍씨.

칠순의 며느리가 백수를 눈앞에 둔 시어머니를 모시고 살며 쓴 이야기가 세상에 나왔다. 글쓴이는 류재홍(70·대구 동구 각산동)씨로, 최근 '밥 한끼 합시다'라는 제목으로 수필집을 출간했다. 2014년 '그들에게 길을 묻다'에 이은 류씨의 두 번째 책이다.

수필집 '밥 한끼 합시다'는 '염원' '굴레' '사랑' '소통' '산다는 것' '왜 사냐건 웃지요' 등 총 6부로 나누어져 있다. 소제목은 마치 삶을 이해하기 위한 키워드처럼 느껴진다. 그래서일까. 작품 한 편 한 편에는 작가의 경험이 고스란히 담겨 있을 뿐 아니라 삶의 이유와 의미를 찾아가는 근원적인 질문에 답하고 있다.

표제작 '밥 한끼 합시다'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해 함께 모여 식사하기 어려워진 상황을 안타까워하는 마음이 그대로 담겼다. 작가는 어머니 기일에 7남매가 둘러앉아 음식을 먹고 담소를 나누던 경험을 떠올린다. 몸살기가 있어 제사에 겨우 참석했지만, 양푼이에 밥을 비비고 수다를 떨며 함께 먹고 나니 거뜬해져 설거지까지 신나게 했다는 이야기다. 그에게 '밥 한끼 합시다'라는 말은 마음의 문을 열고 무슨 일이든 함께 나누자는 얘기다. 그러면 아픔도 치유된다고.

'염원'에선 동네 체육공원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코로나로 일상을 멈춘 사람들이 동네 공원에 나와 각자 저마다의 염원을 가지고 시간을 보내는 내용이다. 작가의 눈길은 특히 돌탑을 쌓고 있는 노신사에게 머무는데, 이런저런 상상을 펼친다. 그리고는 작가 자신도 작은 돌 하나 올려 놓는다.

영천 출신의 작가는 시부모와 함께 영천에서 살면서 두 딸과 막내아들을 뒀다. 딸이 중학생이 되자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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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집 '밥 한 끼 합시다'

을 위해 한동안 대구로 나가 살았는데, 가문의 뿌리 교육을 해야 한다는 시아버지의 명을 거스를 수 없어 유치원생인 아들을 두고 분가한 적 있다. 류씨가 자신의 며느리에게 풀어놓은 이 이야기는 '시절이 그랬다'에 나온다. 관습이 가슴 아픈 굴레였지만 가문의 풍속이라며 수긍하는 모습이 담담하게 그려진다.

자녀들이 자라고 다시 시부모와 합가한 작가는 4년 전 시아버지를 떠나보내고 현재 시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다. 류씨는 "핵가족 시대를 넘어 1인가구가 늘면서 혼밥, 혼술이 낯설지 않은 시대가 됐다"며 "시어른을 모시고 살다 보니 어느덧 나도 노인이 되어 가고 있었다. 이 책을 통해 무너져가는 가족관계와 효에 대해 생각해 보고, 조금이나마 살아가는 힘과 위안을 얻는다면 보람으로 여기겠다"고 했다.

여세주 평론가는 "'밥 한끼 합시다'는 삶의 보편적 진실을 찾고 삶의 결핍을 극복하는 글들로 채워져 있다. 문장들이 불순물 하나 없이 매우 정갈하게 정제돼 있다"고 평했다.

글·사진=천윤자 시민기자kscyj8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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