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뉴스] 독학으로 배운 그림 ...20년 이력 샤프펜슬 화가 이성호씨

  • 김점순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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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10-25   |  발행일 2021-10-27 제12면   |  수정 2021-10-26 08:30
본업은 간판업 40년 경력...처음엔 인물 그리다 풍경화로 소재 확재
4절지에 샤프펜슬 그림 보통 3~4일 정도 소요 "성취감 말할수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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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프펜슬 화가 이성호씨가 자신의 그림을 들고 포즈를 취했다.



지난 20일 대구시 서구 평리동 샤프펜슬화가 이성호(63)씨의 집에 들어서자, 벽면을 장식한 다양한 크기의 작품이 맞이했다. 작은 갤러리를 연상케 하는 공간이다. 그림 속 인물이 금방이라도 말을 걸어올 것 같다. 이씨는 이 많은 작품을 미술을 전공하지도 않고 독학으로 그렸다. 이씨의 본업은 간판업이다. 이 일에 종사한 지도 어언 40년이 다 되었다. 술과 담배를 즐겼지만, 그림을 그리면서 술과 담배도 멀리했다.

그가 그림 그리기를 좋아한 것은 초등학교 5학년 때다. 만화책을 보며 만화 주인공을 연필로 그리면서 매력을 느꼈다. 이씨의 아버지는 의성의 한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했고, 남부러운 것이 없는 단란한 가정이었다. 초등학교 4학년이던 1970년 대구로 이사를 왔다. 아버지는 교직을 그만두고 대구시청 부근에서 작은 서점을 운영했다. 교사생활로 사업에 경험이 부족했던 아버지는 녹록지 않은 현실에서 사업은 실패하고 가세는 기울었다. 이씨는 미술대학은커녕 직업전선에 뛰어들어야 했다. 의식주 해결이 우선인 현실에서도 그림에 대한 열정은 식지 않았다.

이씨가 그림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건 20여 년 전이다. 처음에는 샤프펜슬로 인물화만 그렸다. 그의 그림에는 주로 연예인이나 유명인사, 서부영화 주인공 등이 등장한다. 샤프펜슬의 매력은 날카로운 느낌과 세세한 표현을 하기가 좋고 심을 깎지 않아 편하고 시간이 절약된다. 도를 닦듯 한줄 한줄 섬세하게 그리다가 선을 뭉개 먹물이 번진 듯한 수묵화 효과까지도 낸다. 4절지에 샤프펜슬로 그림을 그리면 보통 3~4일 정도 소요된다. 이씨는 완성된 그림을 보면 손가락이나 팔이 아팠던 기억은 사라지고 한없이 가슴이 뿌듯하고 그 성취감이란 이루 말할 수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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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프펜슬 화가 이성호씨가 그림을 그리고 있는 모습.

이씨는 인물화만 고집하다가 5년 전 풍경화를 시작으로 소재의 폭을 넓혔다. 최근에는 색연필 그림으로 변화를 줬다. 흑백에서 컬러로 변했고, 그림 크기는 작아졌다. 지금까지 그린 그림은 1천여 점 정도 된다. 그린 그림은 탈색방지를 위해 인물, 동물, 풍경 등으로 분류해서 비닐 팩에 넣어 보관 중이다.

그에게는 반듯한 작업실도 특별한 화구도 없다. 침대 옆에 놓인 조그만 책상 위 색연필과 샤프펜슬이 전부다. 의자에 놓인 두툼한 방석은 그가 얼마나 많은 시간을 의자에 앉아 집중하고 묘사하는지를 말해준다. 뿐만 아니라 그림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무료지도도 하며 공감대를 형성하고 다양한 의견을 교환한다. 2010년 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 인물화 전시회 등 2번의 전시회를 성공리에 마무리했다. 코로나가 종식되고 여건이 되면 작은 그림을 모아 전시회를 할 예정이다.

이씨는 "샤프펜슬 그림은 끊임없는 노력과 자신과의 싸움이다. 흰 종이 위에 한 점 한 점 수를 놓는 것과 같다"라며"색이 없다고 말하지만, 색을 담아낸다. 동물의 털 한 올까지도 완벽하게 표현한다"고 말했다.

글·사진=김점순 시민기자 coffee-3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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