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오전 11시쯤 대구 수성구 수성커뮤니티센터 2층 강의실에 신행된 '하루 한줄 글쓰기 교실'에 참여한 강사와 수강생이 자신들이 만든 책을 펼쳐보이며 환하게 웃고 있다. |
"오래된 집으로 이사갔더니/ 오래된 나무가 있었다/ 오래된 목련나무/ 오래된 감나무/ 봄에는 목련나무 화사하게 꽃피우고/ 가을에는 감나무 가득 단감열린다/ 겨우내 목련나무 꽃봉오리 보송한 털 반짝이며 봄기다리는 모습에 설레고/ 통통하게 살찌우는 모습에 반하고/ 여름에는 목련나무 그늘아래서/ 베르테르의 편지를 읽는다(이귀옥 씨 시 중에서)"
지난 20일 오전 11시쯤 대구 수성구 수성커뮤니티센터 2층 강의실. 수성구 도시재생지원센터가 진행하는 '하루 한 줄 글쓰기 교실' 이 한창이었다. 50~70대 여성 9명이 경상감영공원 책을 만든 후 '내가 만일 대구시장이라면'이라는 주제로 열심히 한 줄 글을 적고 있었다. 주어진 5분. 그 시간이 다 흐른 뒤 수강생들은 "태어나는 아이 아파트 한 채 주기, 젊은이들 일자리 늘이기, 주차공간 확보계획, 사철푸른 나무심어 녹색도시 만들기, 저출산 인구절벽시대 맞춤식 현금지급계획" 등 각자의 생각을 맛깔나게 발표했다.
수성구 주민 중 재능기부 모집에 응모한 '나도 쌤' 안영선 강사(72·수성구 황금동)는 "글을 쓰는데 두려움이 큰데, 자신의 이름 석자로 삼행시를 적어보고, 주변에 흥미로운 것들로 접근해 하루 딱 한줄만 적어보자"고 제안했다. 수업 첫 날 강사가 "안-안된다 안된다 하지마라, 영-영~ 안되는 건 없다, 선-선수들도 빡시게 노력해서 됐다"고 운을 띄우자 "이-이 풍진 세상, 귀-귀하게 살으라고, 옥-옥구슬같이 살으라고 날 낳으셨나베"라며 수강생 이귀옥(67·수성구 범어2동)씨가 장단을 맞췄다.
지난 20일 오전 11시쯤 대구 수성구 수성커뮤니티센터 2층 강의실에 신행된 '하루 한줄 글쓰기 교실'에 참여한 강사와 수강생이 자신들이 만든 책을 펼쳐보이며 환하게 웃고 있다. |
6년 전 목련나무, 감나무가 예뻐 오래된 이층양옥집에 터전을 마련했다는 이씨는 "커뮤니티센터 바로 뒤가 우리집이다. 하루 한 줄 글쓰기반이 열린다는 플래카드가 눈에 띄어 얼른 등록했다. 학창시절 국문과에 관심이 많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아 늘 아쉬웠다"면서 "강사님이 굳이 숙제를 내주지 않아도 노트에 끄적여 코멘트를 받다보면, 언젠가 지인에게 수필 한 권 선물할 날이 올 것"이라며 소녀처럼 웃었다.
지난 6월 개관한 수성구 도시재생지원센터의 박지호 매니저(28)는 "인문분야 3반, 미술·공예 2개반 등 주민재능나눔 '나도쌤 강좌'를 시범운영 중에 있다. '하루 한 줄 글쓰기'반은 처음 4명으로 시작해 주민들의 입소문을 타고 수강생이 9명으로 늘었다. 수강생들의 요청으로 8주 과정으로 수업을 연장할 계획"이라며 "주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취미, 동아리팀 지원 등에 앞장설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김호순 시민기자 hosoo031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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