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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논설위원 |
금기어는 시대 상황을 웅변한다. 박정희 유신정권, 전두환 독재정권의 금기어는 '자유'와 '민주'였다. 표현의 자유, 언론·출판의 자유가 매장된 시기였다. 지금처럼 쌍욕 섞어 국가원수를 비난하며 카타르시스를 만끽한다? 언감생심이다. 남산(서울)이나 앞산(대구)에 끌려갈 각오를 했다면 몰라도. 지난 10여 년 다시 금기어가 쌓였다. 세월호, 위안부, 5·18, 광주, 천안함, 전두환….
윤석열 대선 후보의 생뚱맞은 '전두환 찬양론'. 왜 후폭풍이 잦아들지 않을까. 금기어를 들먹였기 때문이다. 국민의 반(反)전두환 정서, 호남의 역린을 한꺼번에 건드렸다. 서투른 어법도 반복됐다. "그런 뜻이 아니었다" "실무자의 실수였다". 어느새 윤 후보 측의 '해명 공식'으로 굳어졌다.
#'사과의 기술'에 정면 배치
일본의 변호사 겸 작가 다카이 노부오의 저서를 비롯해 '사과의 기술'이란 제목을 단 책은 꽤 많다. '△진심을 담아라 △빠를수록 좋다 △장난성 사과는 금물'은 대체로 공통적 내용이다. 윤석열 후보의 사과는 이 세 가지 원칙에 다 배치된다. 타이밍이 늦었고 처음엔 '유감'이라고 했다가 다시 '송구하다'며 질질 끌었다.
'개 사과' 사진을 SNS에 올린 건 자책골의 화룡점정이다. 윤 후보 측의 진의는 알 수 없지만 '억지 사과' '국민 조롱'이란 화살을 피하긴 어렵다. 촬영장소를 두고 윤 후보와 캠프 간의 아귀가 맞지 않는 해명도 의구심을 키운다. '손바닥 王자' 소동 때도 서로 말이 엇갈렸다. 어느 한쪽이 거짓말했다는 뜻이다.
#정치선배를 향한 무뢰
국민의힘 경선 토론회 후 윤석열 후보가 홍준표 후보의 어깨를 치는 동영상을 봤다. "그만해라, 아 진짜"라고 하는 듯한 입 모양이었다. 정치신인으로서의 겸억(謙抑)은 보이지 않았다. 검찰·정치 대선배에 대한 무뢰로 비쳤다. 토론회에서 자주 태클을 건 정치선배 유승민 후보를 향한 공박도 거칠었다. "이런 정신머리 바뀌지 않으면 당 없어지는 게 맞다." 당을 없앤다? 누구 마음대로? 붙박이도 아닌 입당 100일의 초보가 입에 담을 말은 아니다.
윤 후보에겐 '새 정치' 이미지가 아예 없다. 기존의 여의도 정치문법을 답습하기 급급하다. 매머드급 캠프에다 전·현직 국회의원이 대거 몰렸지만 참신성은 한참 떨어진다. 구태 정치인도 쉽게 눈에 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왜 "마치 기득권 같다"고 비아냥댔을까.
#실언·망언 퍼레이드
'1일 1실언' 말이 나올 만큼 구설이 끊이지 않는다. 주 120시간 노동, 대구 민란 발언, 저소득층 부정식품 선택권, 손발노동은 아프리카나 한다,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누출 없다, 남녀 건전한 교제 막는 페미니즘, 청약통장 모르면 치매환자 등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다. 정치초보니까 그럴 수 있다고? 비슷한 시기에 등판한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망언으로 입길에 휘말린 적이 있나.
예술인의 성공조건으로 흔히 예술적 감수성을 꼽는다. 끼, 감각, 재능 따위를 아우르는 말이다. 정치인에게도 감수성이 중요하다. 윤석열 후보의 잦은 실언과 구차한 해명, 몸에 밴 듯한 무뢰도 정치적 감성 결여에서 비롯되지 않았을까.
전두환은 광주시민 학살자이자 민주주의 파괴자다. 어떤 이유로도 전두환 찬양은 정당화될 수 없다. 정치는 잘했다? 독재자를 향한 낯 뜨거운 헌사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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