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뉴스] "어린이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자신의 삶을 스스로 가꾸어 나가는 곳이에요"

  • 진정림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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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11-01   |  발행일 2021-11-03 제14면   |  수정 2021-11-02 08:24
대구 달성군 서재 '마을메이커스페이스 놀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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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삶 아이들이 운영하는 '어린이 고민 상담소' 모습


지난달 28일 대구 달성군 서재본1길 7에 위치한 협력적주거공동체 '마음뜰'을 찾았다.

마음뜰의 1층 공간을 쓰고 있는 '마을메이커스페이스 놀삶'은 이날 학부모 품앗이 수업의 일환으로 '어린이 고민 상담소'란 제목의 프로그램을 운영하게 됐는데, '하하, 호호, 깔깔' 웃음소리가 문 밖까지 새어나오고 있었다.

"사랑이 뭘까요? 사랑을 하면 좋을까요? 사랑을 안 하는 게 좋을까요?"/ "남편이 술을 너무 많이 먹어요. 술을 어떻게 하면 줄일 수 있을까요?"/ "배는 고픈데 먹으면 살이 찌고 살이 찌면 여자 친구랑 사이가 멀어질까봐 ㅜㅜ"

놀삶 어른들과 옆집 사는 형, 동네 주민이 고민상담소 쪽지함에 넣은 고민의 내용들이다. 고민이 적힌 쪽지를 읽는 아이들의 표정은 진지하고도 호기심 가득하다. 즉석에서 이루어지는 아이들의 해결책 또한 '명쾌, 상쾌, 통쾌'하다.

놀삶 강미영 대표는 "놀삶은 어린이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자신의 삶을 스스로 가꾸어 나가는 곳이다. 아직 아이들이 어리다 보니 어른들이 울타리 역할에 많이 치중하고 있지만 반대로 아이들은 현재를 오롯이 사는 존재로서 문제해결에 더 능하다. 그래서 어른들의 고민을 우문현답식으로 묻고, 듣고, 웃고 떠들다보면 어느새 '문제는 더 이상 문제가 아니다'라고 생각돼 고민상담소 문을 열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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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터공원에서 열린 착한 바자회에 나온 '놀삶' 이 운영하는 부스 '천연가습기 솔방울 모빌 만들기' 모습


외부강사를 들이지 않고 아이들의 부모가 직접 수업을 진행하는 놀삶 품앗이 수업은 현재 3년째에 접어들었다. 품앗이 수업의 장점에 대해서 묻자 엄마와 아이가 한 팀이 돼 수업을 짜는 매력, 다양한 수업을 시도할 수 있다는 점, 엄마들의 잠자고 있던 잠재력을 깨울 수 있다는 점, 어디서도 보지 못하고 경험하지 못한 수업을 할 수 있다는 점을 들었고 무엇보다 다함께 해서 더 즐겁다고 회원들은 입을 모은다.

이인경(송이맘)씨는 "아이 때 재미있게 놀아봐야 어른이 되어서도 재미있게 놀 것 같아요. 특히 기억에 남는 품앗이 수업은 물감 섞인 비눗방울로 온몸에 비누칠을 하던 아이들의 모습"이라며 "하고 싶은 게 많은 아이, 호기심이 많은 아이, 꿈이 많은 아이로 자라주길 바란다"고 했다.

이애리(예서·서온·채원맘)씨는 "평소 아이들에게 자주 하는 말은 '그래 그럴 수 있지' '실수는 괜찮아' '너의 생각이 항상 첫 번째야'라는 말인데, '호기심 많고 유머와 위트를 잃지 않는 사람'으로 성장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신숙경(민지맘)씨는 "품앗이 수업에 2년간 참여하면서 아이가 적극적으로 변했다. 서재 논밭 길을 엄마와 친구, 언니, 동생들과 함께 손잡고 걸었던 봄·여름·가을·겨울의 행복감을 기억했으면 좋겠다"며 미소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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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터 공원에서 열린 착한바자회에 놀삶 아이들이 운영한 '마이쭈 과녘맞추기' 모습


요즘 놀삶 아이들의 관심사는 스스로 영상을 찍고 돌려보는 것. 엄마와 아이들이 함께 그림 그려가며 만든 '문어의 꿈(안예은 노래)' 에 맞춘 영상도 제작한 바 있다. 영상은 유튜브 '놀삶'에 업로드돼 있다.

지난달 꿈터공원에서 열린 성서마을넷이 주최한 착한 바자회에서는 '놀삶' 만의 색깔을 고스란히 담은 부스를 운영해 바자회에 참석한 이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놀삶 아이들과 어른들이 틈틈이 산행하면서 주워 모은 솔방울과 나뭇가지로 '천연가습기 솔방울 모빌 만들기' 체험부스를 운영했는데 솔방울이 습기 촉촉하면 오므라들고 건조하면 벌어지는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아이들이 직접 그리고 만들고 아이들이 끝까지 진행한 '마이쭈 과녁맞추기', 봄부터 가꾸어온 텃밭에서 얻은 씨앗들로 '씨앗가게' 등도 운영했다. 그 외에 '매일매일 지구의 날'이란 착한바자회 타이틀에 맞게 '비건쿠키'를 만들어서 팔았는데 인기가 좋았다.

한편, 지난해에 이어 '서재놀이신문 2호' 발행도 눈앞으로 다가왔으며, 아이들이 직접 부스를 맡아보고 마을 어르신들과 함께하는 제4회 '서재놀장'도 11월 20일에 열릴 예정이다. 글·사진= 진정림 시민기자 truefores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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